[기자수첩] 조국 의혹에는 말 한마디 없다가.. 조국 사퇴후 '변호인'으로 나선 변협

이정구 사회부 기자 2019. 10. 16.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정구 사회부 기자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14일 성명(聲明)을 냈다. "조국 장관의 사퇴에도 검찰 개혁의 동력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8월 초 '조국 사태'가 시작된 이래 두 달 만에 처음으로 낸 공식 입장이었다. 이날 청와대와 여당이 낸 입장과 흡사했다. 조 전 장관 부부를 둘러싼 자녀 입시 비리, 사모펀드 수십억 불법 투자, 증거 인멸 의혹 자체에 대해선 한마디도 안 했다.

변협은 또 성명서에서 "국론 분열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조국 장관의 결심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지난 두 달간 '조국 퇴진'과 '조국 수호'로 나라가 두 쪽 나 갈등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된 원인 제공은 조 전 장관이 했다.

딸이 고교 시절 며칠 인턴을 하고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밝혀졌을 때도 조 전 장관은 "나도 의아하다. 하지만 지금과 그때는 기준이 좀 달랐던 걸로 안다"고 넘겼다. 상을 줬다는 동양대 총장은 "조국 교수 딸에게 결코 총장상을 준 적 없다"고 하는데 그는 "딸이 상을 받은 건 사실"이라고 태연하게 답했다. 이후 그의 아내 PC에서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 등 '위조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는 보도가 쏟아졌을 때도 그는 표정 변화 없이 같은 대답을 했다.

그의 이런 철면피 태도가 계속될수록 사람들은 '조국 구속'과 '조국 보호'로 갈려 서로 증오했다. 그런데 변협은 되레 '국론 분열'의 원인 제공자인 조 전 장관이 '국론 통합'을 위한 의미 있는 결심을 했다며 두둔한 것이다. 한 변호사는 "조국의 반칙에 분노해 퇴진을 요구한 상식적 시민의 목소리가 변협 성명에 한 줄도 없는 걸 보고 놀랐다"고 했다.

변호사법 제1조는 '변호사는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그 사명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변협은 조 전 장관 관련 의혹이 불거진 두 달여간 침묵했다. 장관 후보자 시절 그의 발언이 사실상 거짓으로 드러나도 변협은 입을 닫았다. 다른 단체라면 몰라도 적어도 대한변협은 그래선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 놓고 조 전 장관의 사퇴가 의미가 있다는 성명을 냈다.

이날 성명 내용에는 이찬희 변협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달 서울변회 행사에서 "변협에서 조국 거취 관련 입장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변호사들의 말에 "사퇴 요구하고 싶은 사람은 (보수 변호사 단체인) 한변에 가서 하라"고 했었다. 이 말을 들은 한 변호사는 기자에게 "변협회장이 조국 대변인이냐"라고 했다. 변협회장이 중심을 못잡으면 소속 2만7000여명 변호사 권위도 같이 깎인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