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유튜브, KBS기자 실명까지 거론하며 성희롱 파문.."큰 잘못" 사과

김태호 2019. 10. 16.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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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이사장이 유튜브 알릴레오 3회 방송을 통해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를 맡은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 차장과의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알릴레오 유튜브 캡처=연합뉴스]
인터뷰 검찰 유출 의혹으로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과 공방을 벌였던 KBS기자협회(기협)가 이번엔 “유 이사장의 방송에서 KBS 기자에 대해 성희롱 발언이 나왔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또 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KBS은 16일 오전 ‘<알릴레오>의 경악스런 성희롱…유시민은 책임 있는 자세 보여라’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유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알릴레오'에서 나온 성희롱 발언을 비판하며 유 이사장에게 책임을 촉구했다.


KBS기자협회 “명백한 성희롱”
KBS은 입장문에서 KBS기자에 관한 내용이 "명백한 성희롱"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이 발언이 취재현장에 있는 여기자들에게 어떤 상처가 되는지 고민해보라"며 "카메라가 꺼진 일상에서는 얼마나 많은 여성혐오가 스며있는지 반성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기협은 또 “유 이사장은 본인의 이름을 건 방송의 진행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라”라며 “‘어용 지식인’을 자처했다지만, 이제 마지막으로 '지식인'으로서 유 이사장의 상식과 양심이 남아있는지 지켜보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알릴레오’는 99만명이 구독 중인 유튜브 채널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을 통해 방송한다.

이런 내용들은 지난 15일 유 이사장이 진행하는 ‘알릴레오’ 생방송을 통해 여과 없이 공개됐다. 방송에서 한 패널이 “검사들이 KBS의 모 기자를 좋아해 (수사내용을)술술술 흘렸다”고 말하자 또 다른 패널이 “좋아한다는 것은 그냥 좋아한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검사가 다른 마음을 갖고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답했다. 이 과정에서 기자의 실명도 거론했다. KBS은 해당 내용과 관련해 “‘다른 마음’이 무엇인지 굳이 묻지 않겠다”며“이는 명백한 성희롱”이라고 주장했다.

또 방송 말미에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사석에서 많이 하는 얘기”라며 “의도하지 않았지만 ‘혹시’ 불편함을 드렸다면 사과드린다”고 밝힌 내용에 대해 KBS은 “‘혹시’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은 실망스럽고, ‘사석에서 많이 얘기했다’는 실토는 추잡스럽기까지 하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알릴레오 제작진은 "당사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을 공지하고 문제가 된 내용을 삭제한 영상을 올렸다.


인터뷰 유출 의혹…성희롱까지 계속되는 갈등
KBS 기자들과 유 이사장 측의 갈등은 앞서 인터뷰 검찰유출 의혹부터 계속됐다. 앞서 유 이사장은 ‘알릴레오’를 통해 KBS기자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산관리를 담당해온 김경록(37) 프라이빗 뱅커(PB)를 인터뷰한 내용을 검찰에 유출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KBS 사측은 즉각 법적 조치를 검토한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유 이사장의 계속된 의혹 제기에 외부인사를 포함한 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나섰다. 또 ‘조국 사태’ 취재를 당시 법조출입기자단이 아닌 특별취재팀에 맡긴다는 계획도 세웠었다.

KBS기자들은 이에 즉각 반발했다. KBS은 지난 10일 밤 긴급운영위원회를 열고 조사위원회 철수 및 사측의 사과를 요구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들은 입장문도 준비 중였다. 다만 기자들 간의 내부 의견이 엇갈려 발표를 잠시 미뤘다. KBS 사측도 조사위원회 구성과 별개로 인터뷰 유출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란 기존 입장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인터뷰 유출 의혹 관련 논의 결과를 제외하고 성희롱 발언에 대한 입장만 낸 이유에 대해 양성모 KBS기자협회장은 “밤사이에 KBS기협 간부진이 논의해 아침에 발표한 입장문으로,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했다"며 "기본 인권의 차원에서, 상식선에서 생각하시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유시민 “성희롱 발언 제지 못 한 건 큰 잘못”
논란이 계속되자 유 이사장은 16일 오후 사과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진행자로서 생방송 출연자의 성희롱 발언을 즉각 제지하고 정확하게 지적해 곧바로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저의 큰 잘못”이라며 “해당 기자분과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성평등과 인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저의 의식과 태도에 결함과 부족함이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며 깊게 반성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성찰하고 경계하며 저 자신의 태도를 다잡겠다. 해당 기자분과 KBS기자협회, 시청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김태호·신혜연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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