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비교과 영역 축소·폐지 논의, 중지해야 / 이병호

2019. 10. 1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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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교육과정은 교과와 비교과 영역으로 나누어진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문제점이 있다면 그 문제점을 개선해야지 '학종'의 핵심인 비교과 영역을 축소·폐지하는 것은 교각살우와 같이 매우 잘못된 교육정책 사례로 남을 것이다.

비교과 영역의 축소·폐지 검토에 시도 교육감 등 많은 교육 전문가와 교육단체가 반대하는 것이 이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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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
남북교육연구소 소장·교육학박사

국가 교육과정은 교과와 비교과 영역으로 나누어진다. 교과 영역은 국어, 수학, 영어 과목과 같이 특정 학문 또는 영역에 대한 지식의 습득과 이해, 그리고 이와 관련된 역량의 신장을 목표로 한다. 비교과 영역은 협동성, 배려심, 리더십, 창의성, 민주시민성, 도덕성, 책임감, 진로준비능력 향상 등 교과 영역이 다루지 못하는 분야의 신장을 목표로 한다. 이에 교과와 비교과 영역은 어느 한쪽도 결코 소홀히 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 할 수 있다.

교육부는 학력고사나 수능, 내신 위주의 시험이 지식과 학력만 측정한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부터 입학사정관 전형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교육부는 입학사정관제 실시에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이던 대학들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 지원금 제공 등 적극적 지원책을 펼쳤다. 그 결과 10여년이 지난 요즘 대부분 대학은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보다는 오히려 흔히 ‘학종’이라 부르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선호한다.

‘학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예를 들어, ‘학종’은 깜깜이 전형이라며 수능 점수만으로 신입생을 뽑는 정시 전형을 늘리라는 것이다. 정시 확대 주장은 학력이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모여 좋은 내신 성적을 받기 어려운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의 학부모들에게서 많이 나왔다. 이런 문제 제기에 따라 교육부는 1년 동안 국가교육회의와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18년 8월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토대로 교육개혁 종합안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대입에서 수시 전형 비율을 줄이고 수능 점수만을 반영하는 정시 비율을 30% 이상 유지하라는 권고였다.

2019년 9월 초, 대입제도를 검토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교육부는 학종 전형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일도 채 되지 않아 비교과 영역의 개선이 아닌 축소 또는 심지어 폐지를 검토해 11월에 발표하겠다고 했다. 교육부의 검토 및 발표 시간은 한달 안팎의 짧은 기간이다. 정시 30% 이상 적용 권고안을 발표하기까지 1년이 걸린 것과는 무척 대조적인 모습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란 말이 무색해진다.

세상에 그 어떤 정책과 제도도 완벽하지 않다. 최고의 정치제도라고 하는 민주주의도 운영 원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허울만 좋은 정치제도에 불과하다. 교육정책과 입시제도도 마찬가지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문제점이 있다면 그 문제점을 개선해야지 ‘학종’의 핵심인 비교과 영역을 축소·폐지하는 것은 교각살우와 같이 매우 잘못된 교육정책 사례로 남을 것이다. 또 빈대를 없애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비교과 영역의 축소·폐지 검토에 시도 교육감 등 많은 교육 전문가와 교육단체가 반대하는 것이 이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대입정책의 변화는 교육열이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 초·중·고 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변화된 대입정책에 영향을 받는 학생은 현 정권의 학생들이 아니라 차기 또는 차차기 정권의 수험생들이다. 비교과 영역의 축소·폐지 문제는 좀 더 신중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검토, 연구해야 한다. 준비가 부족한 교육정책의 시행은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다.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으로 대표되는 비교과 영역은 교과교육을 위한 들러리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교육은 국어, 수학, 영어 등 교과 영역이 아니라 협동과 배려심, 도전과 창의력, 리더십과 도덕성 등 사회적 역량을 기르는 비교과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비교과 영역의 축소·폐지 검토를 중지하고 학종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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