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백마 타고 백두산에.. 중대 결심 앞뒀나 본격 우상화인가

권경성 입력 2019. 10. 16. 20:02 수정 2019. 10. 17.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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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한 일꾼들 모두는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 백두령봉에서 보내신 위대한 사색의 순간들을 목격하며 또다시 세상이 놀라고 우리 혁명이 한걸음 전진될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확신을 받아 안았다."

"승리의 성산 백두산에는 우리 조국을 최강의 힘을 보유한 강국의 전열에로 완강하게 이끄시며 역사의 흐름을 정의와 진리의 한길로 주도해 가시는 김정은 동지의 전설적인 기상이 빛발치고 있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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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삼지연군 건설 현장도 시찰… “대미 협상 난항에 강경기조 선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사진은 백마를 탄 김 위원장.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동행한 일꾼들 모두는 최고 영도자 동지께서 백두령봉에서 보내신 위대한 사색의 순간들을 목격하며 또다시 세상이 놀라고 우리 혁명이 한걸음 전진될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확신을 받아 안았다.”

‘중대 결심’이 임박한 것일까. 과거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찾았던 백두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올랐다. 이번에는 백마를 타는 퍼포먼스까지 벌였다. 16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위대한 사색의 결과가 세상을 놀라게 만들리라’는 노동당 간부들의 신념을 타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백두의 첫눈을 맞으시며 몸소 백마를 타시고 백두산정에 오르셨다”고 보도했다. 내용은 대부분 찬양이었다. “승리의 성산 백두산에는 우리 조국을 최강의 힘을 보유한 강국의 전열에로 완강하게 이끄시며 역사의 흐름을 정의와 진리의 한길로 주도해 가시는 김정은 동지의 전설적인 기상이 빛발치고 있다”는 식이다.

이날 다른 기사에서 통신은 김 위원장이 백두산 입구에 있는 삼지연군의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속내는 현지지도 과정에서 드러났다. 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곳에서 “적대 세력의 집요한 제재와 압살 책동”으로 나라 형편이 어렵다며 “미국을 위수(주모자)로 하는 반공화국 적대 세력들이 우리 인민 앞에 강요해온 고통은 우리 인민의 분노로 변했다”고 했다. 이어 “자력갱생의 위대한 정신을 기치로 들고 적들이 보란 듯이 우리 힘으로 우리 앞길을 헤치고 계속 잘 살아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혁명의 성지(聖地)’이자 ‘백두혈통’의 상징인 백두산은 지금껏 김 위원장에게 결단을 내리는 장소가 돼왔다. ‘핵 질주’를 마치고 남북ㆍ북미 대화에 나서기 직전인 2017년 12월 백두산에 올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 탈상을 앞둔 2014년 11월과 고모부인 장성택 당시 당 행정부장을 처형하기 전인 2013년 2월에도 백두산에서 고심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양강도 삼지연군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노동당 간부들과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문제는 어떤 결단이냐다. 분석들이 엇갈린다. 김 위원장이 대미 강경 기조로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선 제기된다. 올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데 이어 7개월여 만에 어렵사리 재개된 비핵화 실무협상마저 여전한 양측 이견 탓에 난항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정황 근거다. ‘스톡홀름 노 딜’ 뒤 북한은 협상 대표 성명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핵 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단 등 신뢰 구축을 위해 자기들이 선행한 비핵화 조치들이 철회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핵ㆍ경제 건설 병진 노선을 버리고 경제 건설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으로 협상에 나섰지만 하노이 회담이 깨지고 경제 제재가 언제까지 갈지 불투명해졌다”며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는 게 김 위원장 형편”이라고 말했다.

더 버텨볼 거라는 의견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금 북한은 ‘삼지연 가꾸기’를 내년 10월 당 창건 75주년 성과물로 내세우려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라며 “김 위원장의 백두산행에는 새로운 길 결단 목적보다 경제 건설 집중 노선의 재확인ㆍ재다짐 의도가 더 큰 것 같다”고 했다.

대미 장기전을 염두에 둔 내부 결속 차원의 우상화가 본격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3대 세습 체제 안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도 즐겼다는 점에서 승마가 효과적인 고리일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체제 동요 차단 및 안정성 과시 효과를 함께 노렸을 개연성이 있다”며 “협상에 더 적극 임하라는 대미 압박 메시지”라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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