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값 다 줘도 느려 터진 5G.. "알고 샀죠?"

박흥순 기자 2019. 10. 19.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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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오대산 내 월정사에서 5G 네트워크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KT

[주말리뷰]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5세대 이동통신(5G) 단말기가 3.5㎓ 대역만을 지원해 앞으로 28㎓ 대역이 구축되더라도 온전한 5G 성능 구현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이통3사가 대대적으로 홍보에 사용한 ‘롱텀에볼루션(LTE)보다 20배 빠른 통신’은 월 10만원에 달하는 통신요금을 지불하고도 누릴 수 없다는 말이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원기 과기정통부 제2차관에게 “시중에 유통 중인 5G 단말기가 28㎓ 대역도 지원하느냐”고 질문했다. 민 차관은 “못 씁니다. 현재까지”라고 짧게 답하면서 시판 중인 5G 단말기가 반쪽짜리임을 인정했다.

결국 지금 5G 스마트폰을 사더라도 추후 구축 예정인 28㎓ 망은 사용하지 못 하면서 비싼 통신요금은 온전히 납부해야하는 셈이다.

◆LTE보다 20배 빠른 28㎓는 아직

이 문제를 살피기 앞서 5G 주파수의 특징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국내 5G는 고주파 3.5㎓ 대역과 초고주파 28㎓ 대역으로 구분된다.

먼저 3.5㎓는 속도가 LTE 대비 2~3배에 그쳐 5G의 특징인 ‘초고속’을 체감하기 어렵다. 현재 국내 5G의 속도가 500Mbps(약 62.5MB/s)에 그치는 점도 이 3.5㎓만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또 28㎓에 비해 전파가 도달하는 범위가 길어 커버리지가 넓고 전국망 구축에 용이하다.

반면 28㎓는 3.5㎓에 비해 주파수 도달 범위가 짧지만 직진성이 훨씬 강하고 파동이 커 한번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28㎓가 구축된 환경에서는 20Gbps(약 2.44GB/s)의 속도로 통신이 가능하고 지연도 1ms(LTE 환경에서는 10ms)에 불과하다. 28㎓는 현재 이동통신보다 20배 빠르고 지연도 거의 없어 ‘꿈의 주파수’로 불린다. 5G 하면 떠오르는 단어인 ‘사람과 사물의 연결’, ‘실시간 접촉’ 등의 기술도 28㎓가 구축된 환경에서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상용화된 것은 3.5㎓뿐이며 28㎓ 대역은 아직 상용화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통사는 왜 빠른 28㎓를 두고 3.5㎓만을 상용화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관련 기술이 상당히 진척된 만큼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고 넓은 망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는 3.5㎓ 대역만을 상용화한 것에 대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 하는 과정에서 28㎓ 대역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상용화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서 “28㎓를 상용화 하기까지는 2~3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8㎓는 상용화를 위한 관련 기술이 현재도 개발 중이다. LG유플러스가 지난달 말 상용환경에서 28㎓ 속도 검증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 현재 기술 수준이다.

이통3사는 꾸준히 28㎓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만큼 내년에는 28㎓ 대역의 기지국 구축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적어도 2~3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제대로 된 28㎓ 통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지국 등 통신장비를 촘촘하게 설치해야하고 도달범위가 짧은 28㎓ 전파를 빔 형태로 집중시켜 먼 거리를 보내는 ‘빔포밍’(Beamforming) 기술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KT는 아예 2020년 28㎓를 상용화하겠다고 못박았다.

인빌딩 솔루션. /사진=SK텔레콤

◆정부 “소비자도 느린 것 알고 샀다”

결국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것은 일부 소비자다. 이통사들은 지난 4월 5G 상용화 초기 경쟁에 눈이 멀어 ‘LTE보다 20배 빠른 5G’라는 홍보문구를 남발했다. 그러면서 28㎓ 대역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별도의 통지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울시내에서 ‘우리가 제일 빠르다’는 자체 실험결과를 내세우며 가입자 유치에만 열을 올렸다.

정부도 연일 5G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타이틀에 집착하면서 이통사의 과장홍보를 방조했다. 이 기간 통신시장의 사후규제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사의 단말기 불법보조금 살포에 대해서만 주의를 줬을 뿐 ‘통신서비스 불완전 판매’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지난 2일 국감장에서 변 의원은 “정부와 사업자 모두 현재 5G 단말기를 구입한 소비자에게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최 장관은 “소비자들이 3.5㎓만 지원하는 것을 인지하고 구입했을 거라 생각한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놨다.

과기정통부도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2일 과기정통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28㎓가 상용화되는 시점에는 새로운 5G 단말기가 출시될 것”이라며 “2011년 7월 시작된 LTE도 2년이 지나서야 LTE-어드밴스드 서비스로 발전했다. 다른 나라도 28㎓가 추가되면 새로운 단말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차갑다. 변모씨(서울 구로구)는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말을 듣고 구입했는데 막상 해당 기술은 아직 개발 중이라니 황당하다”며 “5G 요금을 내면서도 LTE 우선모드를 사용하는 것도 속상한데 20배 빠른 통신은 100만원을 더 주고 다른 스마트폰을 사야한다니 속아 넘어간 기분”이라고 한숨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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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순 기자 soon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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