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논설위원이 간다] 조국 구속하지 않고 사건을 끝낼 수 있을까
사모펀드 통한 뇌물 혐의 관건
불구속시 재수사 불가피 할 듯
'끝까지 간다'는 게 수사팀 입장
조국 사퇴 이후 검찰 수사의 방정식
①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추가로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끝낸다. ②정 교수와 조 전 장관 모두 불구속 기소한다. ③정 교수는 구속 기소, 조 전 장관은 불구속 기소한다. ④정 교수는 불구속 기소, 조 전 장관은 구속 기소한다.
먼저 정 교수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끝낼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법조인들은 많지 않았다. 주로 문재인 정부에 호의적이거나 검찰 개혁의 시급성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조 전 장관이 물러난 마당에 굳이 부인을 구속해서 무슨 이득이 있냐”고 말했다. 한 가정이 사실상 파탄 났고, 정 교수의 건강 상태가 악화된 점이 온정주의의 배경이다. 하지만 대검 국감에서 정 교수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박지원 의원에게 ‘특정인을 보호하는 듯한 질문은 곤란하다’며 면박을 줬던 윤 총장 태도를 고려하면 검찰이 영장 청구 없이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부인 구속 기소-조씨 불구속 기소’는 검찰에겐 가장 안정적 답안지가 될 것 같다. 이미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를 상대로 공무집행 방해를 비롯해 횡령·증거인멸 등 10개가 넘는 범죄사실만으로도 구속 기소가 가능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조씨도 범행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웅동학원 교사 채용비리의 주범인 조씨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례에서 보듯 법원의 견제 또한 만만치 않다는 데 검찰의 고심이 있다. 명재권 영장전담판사 주장처럼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미 이뤄졌고, 피의자가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건강상태를 참작했다”며 영장을 기각할 경우 검찰 수사는 꼬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한 영장 청구에 앞서 어떤 형태로든 조씨를 소환하는 전략을 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부부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두 사람 모두에 대해 영장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혐의가 상대적으로 중한 사람에 대해선 영장을 발부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윤 총장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때문에 이번 사건의 발단 원인 중 하나인 가족펀드에 대한 수사 없이 사건을 마무리 짓기에는 검찰의 생리상 어려울 것 같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조씨가 사모펀드를 통해 사실상 115억원의 이득을 보게 된 것은 민정수석의 지위를 이용한 뇌물이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예사롭지 않다”고 말했다. 뇌물죄의 경우 조사 결과에 대한 적극적 법리 해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조씨가 민정수석이 된 이후 부인 정 교수가 자문료를 받았던 WFM의 관계 회사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이 66배나 뛴 것도 직위를 이용한 경제적 이득이라는 주장이다. 검찰은 시민단체의 고발사건을 바탕으로 조씨 부부가 경제적 이득을 함께 얻었는지를 조사 중이다.
하지만 수사팀이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여권의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이 수사 확대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여기다 25일부터 사모펀드를 관리해 온 조씨 5촌 조카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는 점도 검찰을 서두르게 하고 있다. 때문에 검찰 일각에선 펀드 부분에 대해선 무혐의 종결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뭍밑 수사를 이어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리든 정치권은 또 한번 요동을 칠 수밖에 없다. 특히 차기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고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에 대한 인사가 앞당겨질 경우 윤 총장은 진퇴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벼락출세한 민변 출신의 법무부 간부 말처럼 “검사들의 상판때기를 갈겨주겠다”고 달려들 가능성이 큰 것이다. 윤 총장이나 수사팀은 조씨 본인에 대한 수사와 구속영장 청구 없인 사건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 측근 비리 재수사와 검찰 장악 시도는 정권 몰락 앞당겨
「 김영삼 정부가 무너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한보비리에 대한 재수사와 이 과정에서 아들 김현철씨가 별건으로 구속되면서다.
당시 검찰은 국회의장을 비롯한 33명의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된 혐의를 잡고도 사건을 묻으려다 언론의 잇따른 의혹 제기에 재수사를 벌여야 했다.
김대중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아들들의 비리 의혹은 물론 이용호·진승현 게이트 등이 계속해 터져 나왔지만 검찰의 미진한 수사는 정권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로 인해 검찰총장과 민정수석을 지낸 현직 법무차관이 사법처리되는 수모를 겪으면서 사실상 식물정부로 전락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불행은 당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둘러싼 비리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면서 비롯됐다. 정부 출범과 함께 측근 비리 특검이 시작됐고, 이후 박씨의 월권행위가 포착됐지만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 때도 ‘만사형통’ 이상득 국회부의장 등에 대한 수사를 한번에 끝내지 못해 도덕성에 상처를 입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검찰을 장악하려다 탄핵을 당했다. 정권의 고집은 민심을 이기지 못했던 것이다.
」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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