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조국 일가처럼 수사받을 권리

문병주 2019. 10. 2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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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주 사회2팀장
친구들과, 친척들과 만나 꺼내면 말다툼으로 번지는 소재가 등장했다. ‘조국’이다. 광장 역시 갈렸다. 민주화를 위해, 국정농단 비판을 위해 한목소리였던 과거와는 다르다. 우리 사회의 확증편향(確證偏向)이 얼마나 심한지 보여준 역사적 사례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서로 다른 ‘정의’를 외치고 있지만 언젠가는 개선돼야 할, 진영을 떠나 공감할 내용으로 보이는 것도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일가가 받고 있는 의혹이 사실이냐 여부를 떠난 문제다. 수차례 개선하자고 했던 검찰의 기존 수사 관행에 대한 얘기다. ‘피의자 인권 존중’이 핵심이다.

가장 먼저 검찰은 공개소환과 포토라인 관행을 없앴다. 앞으로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교육감,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공무원, 정당 대표, 자산 1조원 이상 기업 대표 등 공인들조차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더라도 카메라에 노출될 우려가 거의 없어졌다. 그동안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소환을 할 수 있는 대상들이었다. 그러니 공인 축에 못 끼는 일반인 피의자들은 수사 과정에서 더욱 철저하게 인권을 보호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노트북을 열며 10/21
법원도 수사받는 피의자의 권리를 중요시하는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압수수색영장이나 구속영장 발부 기준을 더 조밀하게 따지는 방식이다. 최근 조 전 장관의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이런 선상에서 봐야 할지를 두고 논란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배임수재,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의 중대성은 차치하더라도 영장심사 심문을 포기한 사람의 영장이 기각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었다. 더구나 지시를 받고 범죄행위에 가담한 이들이 구속된 상태였다. 증거수집이 이미 많이 이뤄졌고, 소환조사가 많이 이뤘다는 이유를 들었다.

특히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가 기각 사유 중 하나로 든 ‘피의자의 건강 상태’가 눈에 띈다. 의사의 진단서나 피의자가 병원에서 ‘나이롱 환자’처럼 지냈던 의심스런 행태가 참고됐는지 궁금하다. 영장전담 판사 출신인 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속영장 발부 기준을 공개하라”고 두 차례 요청하기도 했다.

명 판사를 포함한 영장심사 판사들은 다른 사건들을 심사할 때도 꼭 이번 사례를 참고로 했으면 한다. “대부분 판사는 법관의 사명감과 소신을 갖고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있다”(14일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 국정감사 발언)는 말의 진정성은 모든 국민에게 비슷한 기준이 적용될 때 진심으로 와 닿을 것이다.

문병주 사회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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