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曺 사퇴에도..文 지지율 회복 어려운 이유

최은영 2019. 10. 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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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갤럽이 18일 발표한 정기여론조사(지난 15∼17일 전국 유권자 1004명 대상,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p)
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를 기록한 것은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한국 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9월 28일~10월 2일 전국 성인 1200명 대상, RDD 방식의 전화면접조사(CATI),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8%p)와 중앙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9월 23~24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RDD 방식으로 전화면접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 이어 세 번째다.

그런데 여권은 내일신문 여론조사의 경우 대통령 지지여부를 3지선다형으로 물어, 4지선다형으로 묻는 일반 여론조사 방식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했고, 중앙일보 여론조사는 ‘보통’이라는 선택지가 주어져 일반적인 여론조사 유형이 아니라는 논지를 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갤럽 여론조사 결과 30%대의 대통령 지지율이 나오자 청와대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청와대가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청와대의 내심이 진짜 그럴지는 모르겠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이번 갤럽 여론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를 기록했다는 점 보다는, 민주당이 36%의 지지율을 기록해 한국당과 지지율 격차가 9%p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민주당의 지지율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수렴돼 가고 있다는 점, 또 광주·전라 지역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9%p나 하락했다는 점 등이다. 대통령의 지지율과 여당의 지지율이 엇비슷하거나 당 지지율이 오히려 높아지는 현상이 초래되면, 여당이 청와대의 논지를 그대로 추종하는 현상은 사라질 가능성이 커진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당의 지지율을 견인하고 있을 때에는 여당 의원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위해서라도 청와대의 주장에 동조할 수밖에 없지만, 지금과 같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당의 지지율과 대통령의 지지율이 엇비슷하거나 당의 지지율이 높아질 경우에는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의 연장을 위해서 청와대와는 다른 주장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여당과 야당의 지지율 격차가 줄고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이 무당층 유권자들 혹은 중도층 유권자들의 한국당 유입의 결과라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권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가 여당의 중요 지역기반인 호남마저 흔들리게 되면 여당의 긴장감은 당연히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이번 여론조사에서 호남지역에서의 지지율 하락은 두드러진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지금 여권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 요인의 순위를 보면,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25%)’, ‘인사 문제(17%)’, ‘독단·일방·편파적(13%)’ 등의 순서인데, 이 부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보자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가 현 정권에 대한 불만 표출의 기폭제가 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조 전 장관의 문제가 현 정권을 지지하지 않은 이유의 전부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조 전 장관이 사퇴했다고 현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현 정권에 대한 부정 평가의 주된 이유는 경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제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청와대는 지난 20일 “정부가 핵심적 고용지표로 생각하는 15~64세 고용률이 67.1%(지난 9월 기준)를 기록, 2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실업률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밝혔지만, 40대의 고용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청년 실업률 문제도 그대로 남았음을 감안하면 이런 청와대의 주장이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 먹힐지는 미지수다. 경제는 ‘설득’의 소재가 아니라 ‘체감적’ 존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현 정권은 쉽지 않은 현실과 마주해 있다.

최은영 (eun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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