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형 칼럼] 공수처, 왜 선진국엔 없을까

김세형 입력 2019. 10. 22. 06:03 수정 2019. 10. 3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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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에서 취재진이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세형 칼럼] 조국이 가고 공수처의 시간이 왔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검찰개혁의 두 축 가운데 하나다. 다른 하나는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세계에서 최고로 세다는 한국의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뺏어 경찰에 주고 기소권만 갖게 하겠다는 것이다. 특수부 3곳을 남겨두기로 한 데서 보듯 100% 수사권을 다 넘기는 것은 아니고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재벌 등의 부패, 경찰 등 수사에 대해서는 일부 남겨둔다. 미국 등 선진국들도 그렇게 한다. 공수처 개혁을 본격 논의하기 전에 왜 검찰개혁을 하는지 본연의 목표를 망각해선 안된다.

왜 검찰개혁인가?

한국의 검찰은 세계에서 유례없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져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해 별건수사 등으로 국민의 인권을 함부로 다뤄 국민을 위한 기관이 아닌 제 스스로를 위한 괴물로 커져 있다는 것이다. 정치검찰화돼서 대통령도 우습게 알 정도로 제멋대로라는 불만도 있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경우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은 물로 전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다.

검찰의 힘이 너무 막강하므로 이를 줄이기 위해 수사권만 빼앗으면 삼손의 머리카락을 자른 것처럼 힘을 못쓸 것이므로 그것으로 충분하다는게 한국당의 생각이고, 더민주는 삼손을 때려잡을 더욱 센 삼손을 하나 더 만들어 제압하자는 발상으로 그것이 곧 공수처다. 공수처는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도 넘기라고 요구하면 넘겨야 한다. 현재 검찰이 조국패밀리 수사를 시작했는데 공수처가 있다면 "그 사건 이리 가져와, 넌 손 떼"라고 하면 대번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한국당은 공수처장은 문재인 대통령 뜻대로 임명하는 구도인데, 공수처가 조국 사건을 가져오라 한 후 과연 수사를 하겠느냐, 안 할 거다라고 보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고위직 수사이지만 결국 청와대의 지시로 누구는 수사하고 누구는 수사하지 말라고 하는 기관으로 전락해 독재수단이 될지 모른다고 광화문 데모에서 외쳐댔다. 반면 이해찬, 이인영이 지휘하는 더민주는 검찰개혁에서 공수처가 빠져버리면 앙꼬 빠진 찐빵이라며 꼭 밀어붙이겠다고 벼른다. 패스트트랙을 통해 29일 이후 빨리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오른쪽부터),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검찰개혁안 등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협상을 위한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당이 내놓은 사법개혁안을 보면 검경수사권 조정은 큰 틀에서 같다. 그러니까 공수처 문제를 잠시 접어둔다면 이번 국회에서 검찰의 수중에서 수사권을 뺏어내 경찰에 주게 되므로 검찰공화국이란 말은 영원히 사라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사실 한국의 검찰은 유별난 정치검찰의 행보를 보여왔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그들의 요구와 입맛대로 전 정권 대통령부터 고위직에게 칼을 대서 탈탈 털어 막강 권력을 누리고 정권 후반기 레임덕 조짐이 드러나면 '늙은 사자'에게 칼을 겨눠 정권의 말로를 비참하게 만듦으로써 정치9단화돼 있는 게 현실이다. 그들은 항상 단물을 빨아삼키는 승자였다.

원래 검찰이란 존재는 지구상에 없었다. 경찰이 지존으로 군림하며 수사, 기소권을 독점해 천하를 호령했다. 그러다가 1789년 프랑스 대혁명 후 경찰이 너무 설쳐대니 프랑스 정부는 검찰 제도를 착안했다. 다른 나라도 줄줄이 벤치마킹했는데 영국의 경우 1985년에야 뒤늦게 도입했다. 경찰은 수사로, 검찰은 기소권으로, 법원은 판결로 단계적으로 올라가며 사법 권력을 통제해야 비로소 균형이 이뤄지는 것이다.

한국 검찰은 정부 수립과 동시에 탄생했으나 1980년대 초반 전두환 정권이 정치 목적으로 써먹기 전엔 그렇게 유별나지 않았다고 한다. 대통령이 통치에 검찰 권력을 이용해보니 기가 막히게 달콤해 역대 정권, 특히 전 정권에 대한 보복을 하는 데 맛들여 더욱 괴물화됐다는 분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재인 정권이 적폐 청산에 써먹느라 검찰 활용도가 역대 정권 최고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제 문정부에서 검찰은 사냥개로 활용을 끝냈으니 토사구팽의 시간이 왔고 윤석열은 저항한다고 보는 것 같다. 검찰, 경찰 권력을 정치의 시녀로 악용하면 한국에서 정치 보복은 끝이 없고 그러면 선진국으로 갈 수 없음을 지금 우리는 매주말 시가지 데모에서 확인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쳐야 한다. 그 길은 무엇인가?

이인영 원내대표도 검경이 권력으로부터의 중립이 핵심이라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검찰총장은 물론 경찰청장이 대통령의 손아귀에 놀아나지 않게 임명을 중립화하는 장치를 만드는 일이다. 조국은 내 편이니까 건드리지 말라고 청와대, 여당이 힌트도 줘선 안되며 검찰도 철저히 중도의 입장에서 수사하면 되는 것이다. 검찰, 경찰의 수사권을 조정하고, 검찰에 특수부 3곳을 남겨두기로 한 만큼 극히 예외적 대형 사건은 검찰 수사가 가능토록 한다.

공수처 법안은 여당(백혜련)과 바른미래당(권은희)이 낸 두 개의 법안이 있다. 법안에 따르면 입법 사법 행정 등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아 사실상 대통령직속 기구가 되면 3권 분립 위반이다. 수사 대상은 대통령(4촌 이내), 국무총리,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판사·검사·고위경찰관 등이다. 이 중 기소 대상은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관에 국한한다. 판사 3000명, 검사 2000명 등이 주 대상인데 검사가 주 타깃(target)이 된다.

청와대와 여당은 공수처로 검찰 권력을 견제토록 해야 한다고 본다. 여당 측 사개특위원 김종민 의원은 "고위공직자 부패 비리는 끊임없이 터지고 있어 이대로는 선진국에 못 간다. 정치검찰이 되다 보니 전관예우 문제가 여전히 고질병이며 과도기로 운영하더라도 공수처는 꼭 필요하다. 검찰이 하면 되지 않냐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지만 검찰 고위공직자 간 인간관계, 대형 로펌이 사건을 맡으면서 서로 관계 때문에 일반 국민의 신뢰가 없다"며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조국 후임 법무장관으로 거론되는 전해철 의원은 "박근혜,이명박 정권 때 한 번 수사했던 것이 자꾸 되풀이되지 않았는가. 가령 김학의나 다스 사건 같은 것들이다. 공수처가 있었다면 서로 봐주기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공수처는 원래 노무현 대통령 시절 참여연대가 발상한 것으로 세계적으로 탄자니아 싱가포르 홍콩 정도밖에 없는 제도다. 이들 국가의 공수처도 기소권은 없으니 지구상에 한국이 시도하는 공수처는 없다. 미국 FBI(연방수사국)는 경찰조직이고 기소권이 없으며, 한국으로 치면 광역수사대에 불과하다. 따라서 같은 여당의 금태섭 의원 같은 경우는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금 의원은 "공수처가 생기면 정치 권력으로 이용하고 싶은 유혹이 강력할것이며 현재 검찰이 가진 문제점을 그대로 갖게 될 것이다. 공수처가 판사 3000명, 검사 2000명을 항상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자체로 (오웰리언 Owellian처럼) 위험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한다. 그는 공수처 같은 무서운 제도를 만들 때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설계해야 가령 우병우 때 공수처가 있었다면 판검사 수사를 시켰을 것이고 그러면 한국의 사법기관은 중립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계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호영 기자
이번엔 한국당의 반대 논리를 들어보자. 황교안, 나경원 대표들은 공수처가 독재정권 연장을 위한 문재인의 게슈타포라고 주장한다. OECD 국가, 전 세계 선진국 가운데 공수처 같은 기구를 두는 나라가 단 한 군데라도 있느냐고 지적한다. 검찰이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그리고 재벌총수들을 적폐라며 추상같은 칼춤을 출 때는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을 "우리 총장님"이라고 하고 조국은 청와대 민정에 있을 때 '검찰의 잘 드는 칼'이라며 칭찬하더니 막상 조국 패밀리가 수사를 받으니 정반대로 심사가 뒤틀린 게 공수처 설치를 재촉하는 논리라는 거다. 탄자니아 같은 후진국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선진국이 왜 이런 기구를 두지 않을까. 역사학자 액튼 경의 명언처럼 역사적으로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했다는 경험칙을 알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측근이 나치의 괴벨스 같은 논리를 개발하고 그것이 괴물권력이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래서 각국 의회는 그런 위험한 시도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굴지의 로펌 변호사는 "검찰을 때려잡기 위해 그 위에 공수처를 둔다는 논리는 그렇다면 공수처가 실패하면 그것을 때려잡기 위해 제2의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된다. 대통령이 잘못할 경우에 대비해 대통령을 한 명 더 뽑아놓자, 국회도 제2의 예비기관을 준비해놓자는 격"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 같으면 박근혜, 이명박은 물론 조국에 대한 수사도 경찰이 담당하면 사태와 결과는 전혀 달랐을지 모른다. 괴물을 퇴치하다가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보면 그 심연도 우리를 본다는 말이 있다. 그렇게 하여 자신도 괴물이 돼버린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이 논리와 꼭 닮은 게 아닌지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인간은 니체의 말처럼 복잡한 미로에 들어가면 최초의 목표점을 망각하곤 하는 존재다. 다시 묻자. 검찰개혁을 왜 하나.

첫째, 기소와 수사 분리로 힘을 빼자는 것이었다. 둘째, 조국 패밀리(인권 피해 소지)와 같은 특수수사를 확 줄이자는 것이었다. 셋째, 대통령으로부터 검찰의 중립이다. 위 세 가지를 하자고 검찰개혁의 목표로 삼았는데 공수처는 어떻게 되는가.

정반대가 돼버리지 않는가. 대통령이 사법 통제 권력을 한손에 움켜쥐게 되고 이해찬 주장대로 하면 국회 통제권까지 손아귀에 넣는다. 검찰을 괴물로 보고 퇴치하려다 더 큰 괴물을 잉태하지 않는지 경계하는 게 옳다. 공수처 법안을 보면 처장 임명은 7명의 위원의 5분의 4 이상(5.6명)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야당 몫이 2명이라 중립성이 보장된다는 논거를 대고 있다. 한국당은 연동제 비례대표 선거제 개편으로 한국당 몫은 1명밖에 안돼 결국 대통령 마음대로 처장을 뽑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수처장만 확보하면 그다음부터 차장, 검사(25명), 일반수사관(30명)은 일사천리로 통과된다. 처장 임기는 3년이므로 내년에 뽑을 경우 차기 정권까지 물리고 검사는 3연임이 가능하며 25명 중 절반 이상은 좌파 이념가들로 채울 것으로 보며 일반수사관은 임기가 6년, 연임에 제한이 없다. 말하자면 차기 정권으로 가더라도 호신용 인물들을 채워놓을 수 있다는 추산이다.

나는 역대 법무장관들, 검찰총장들 5명에게 사법개혁에 대한 질문을 던져봤다. 검찰은 수사권을 회수하고, 자체 감찰 기능을 강화하고, 경찰에 판검사 수사본부를 만들어 이중 삼중으로 감시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며 공수처는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공수처는 '민변검찰청' 혹은 '대통령 호위무사'로 네이밍하는 전직 법무장관도 있었다. 공수처는 일반국민이 그 무서운 실체를 아직 모른다. 이것은 여론조사로 할일은 아니다.

[김세형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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