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KBS 수신료' 年 6000억 챙기지만 수백억 적자

김구철 기자 2019. 10. 2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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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동 KBS 사장이 21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감을 계기로 본 ‘KBS 수신료 논란’

韓電 통한 ‘대리 징수’ 위법 논란

정권 입맛따라 논조 편향

국민추천이사제 등 통해 중립성 확보해야

1963년 시청료 100원 첫 징수

1981년부터 2500원으로 인상

2000년대 추가인상 추진 불발

반강제적 납부 방식 놓고 논란

관련법 개정안 국회발의…계류

韓電 징수업무 금지법안도 발의

광고 통해 전체수입 26% 얻어

중간광고 등 규제 완화 요구도

획기적 혁신 경쟁력 확보 시급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또다시 KBS 수신료 징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전력공사를 통한 현행 징수제도가 합법적이냐는 것과 함께 수신료 인상과 공영방송의 책임에 관한 논의들이 활발하게 오갔다. 1963년 100원에서 출발해 1981년 2500원으로 책정된 수신료는 그동안 여러 차례 수신료 거부 파동을 겪었으나 그때마다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올해엔 지상파의 구조적 위기, 정치적 중립성 문제와 맞물려 징수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변화의 고비를 맞고 있다. 수신료의 개념부터 국감 이슈, 해외 사례와 정치적 이슈까지 그동안 불거졌던 논란을 한데 모았다.

1 방송법에서 말하는 수신료란

KBS 수신료는 TV 방송 시청에 부과되는 요금으로, 텔레비전수상기의 등록과 수신료 납부에 관한 방송법 제64조는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텔레비전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사(KBS)에 그 수상기를 등록하고 텔레비전방송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수상기에 대하여는 그 등록을 면제하거나 수신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감면할 수 있다. 제66조에 따르면 KBS는 수신료를 납부해야 할 자가 그 납부 기간 내에 이를 납부하지 아니할 때는 그 수신료의 100분의 5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에 상당하는 금액을 가산금으로 징수한다. 또 제64조의 규정에 의한 등록을 하지 아니한 수상기의 소지자에 대하여 1년분의 수신료에 해당하는 추징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으며 체납이 있는 경우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의하여 이를 징수할 수 있다.

2 어떻게 과금 되며 어디에 쓰이나

지난 2008년 2월 29일 개정된 방송법 제65조에는 수신료의 결정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수신료 금액은 KBS 이사회가 심의·의결한 후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되고, KBS가 이를 부과·징수한다. 1994년부터는 KBS가 수신료를 직접 징수하지 않고, 한국전력공사에 수신료 징수 업무를 위탁했다. 한전은 전기요금에 수신료를 더해 총액으로 고지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수신료를 내고 있다는 인식 없이 전기요금과 함께 납부하고 있다. KBS는 수신료로 TV와 라디오를 운영하고, 제3라디오, KBS교향악단, 기술연구소 등의 재원으로 쓴다.

3 2500원인 수신료는 적당한가

1963년 ‘시청료’라는 명목으로 100원을 걷으며 출발한 KBS 수신료는 컬러TV가 나온 1981년 2500원으로 인상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KBS는 2003년과 2007년, 2011년, 2013년 등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지만 야당의 반대 등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2013년에는 이사회에서 40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최종 의결한 후 방통위를 거쳐 국회에 제출했지만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당시 KBS는 수신료 부과 대상을 기준 텔레비전수상기에서 TV 튜너가 달린 컴퓨터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으로 확대해달라고 방통위에 제안했지만 야당 추천 위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고 알려졌다.

4 국정감사에서의 이슈는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다시 한 번 KBS 수신료 징수에 관한 법리적 공방이 있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윤상직(자유한국당) 의원은 “KBS가 수상기를 등록하지 않은 가구에서도 수신료를 징수한 것은 방송법 위반이고, 한국전력공사가 개인 동의 없이 KBS에 제공한 개인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므로 잘못 징수된 수신료만큼 몰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양승동 KBS 사장은 “법률 검토 결과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KBS 측은 “수상기를 소지하고도 등록신청을 하지 않은 가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한전과 KBS 직원이 직접 실사하고 수상기 등록을 권고해 등록하게 하고 있으며, 이를 자체 수신료징수관리시스템에 올려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신료 징수에 대한 반발 논리는 여전히 거세다. 이종걸(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적에 공감하며 수신료 징수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공영방송 중 ‘계약’ 방식으로 수신기 등록을 하는 일본, 수신기 소지와 무관하게 수신료를 일괄징수하는 독일 등의 사례를 들었다.

5 수신료 분리징수 법 개정안은

2018년 12월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현재 TV 수신료 납부방식은 반강제적”이라며 두 가지 이상의 납부방식을 만들어 시청자가 선택하자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3월 임시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됐으나 심사단계에 머물러 있다. 또 5월에는 윤한홍 한국당 의원이 한전의 KBS 수신료 징수업무를 금지하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전기요금의 청구와 관련된 전기사업법 제17조에 전기판매사업자인 한전은 전기요금의 청구 외의 징수에 관한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윤 의원은 “KBS 수신료 징수는 한전의 고유업무와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제 징수되고 있는 KBS 수신료를 분리 징수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

6 수신료 납부 거부운동

5공화국 시절인 1980년대 시민들은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하는 KBS 뉴스를 ‘땡전뉴스’라고 부르며 이에 대한 반발로 대대적인 수신료 거부운동을 펼쳤다. 산발적으로 시도되던 거부운동은 1985년 범국민운동으로 확대됐다. 당시 수신료 징수율이 계속 하락해 1988년에는 44%로 떨어졌다. 지난 8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이 수신료를 폐지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수신료 부과와 징수 규정을 삭제하고, KBS의 경비를 광고, 정부보조금, 방송통신발전기금 출연액, 시행령에 정하는 수입금 등으로 구분해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김 의원은 “전체 가구 중 95.6%가 유료방송을 통해 TV를 수신하는 등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 개념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7 KBS 올해 경영실적은

연간 약 6000억 원의 수신료를 받고 있는 KBS는 올해 어느 때보다 혹독한 환경에 처해 있다. 지상파 방송의 시청률 하락과 광고 감소 등으로 수백억 원의 적자를 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대출(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KBS의 상반기 적자는 무려 655억 원에 달했다. 이미 585억 원이었던 지난해 연간 적자 규모를 넘어섰다. 이 상태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1000억 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하고 내년 후반부터는 은행 차입금에 의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KBS는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프로그램 개편과 인력구조 재편을 통한 비용절감에 들어갔다. 이대로라면 프로그램 수를 현행 대비 90% 수준까지 줄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섣부른 개편은 벌써부터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개편한다면서 상징과도 같은 장수 프로그램을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폐지하는 경우가 많아 프로그램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 이는 비단 KBS만의 문제는 아니다. MBC도 상반기 44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2017년부터 3년 연속 적자가 누적되는 것이다. 지상파 위기론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8 해외 공영방송 수신료는

영국의 BBC, 일본의 NHK 등 대표적인 공영방송들의 상황은 어떨까? 2013년 KBS 수신료 인상안이 검토되던 시점에 해외 공영방송에 대한 사례 연구가 있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해외 공영방송 수신료 회계정보 연구’에 따르면 영국 BBC의 수신료는 국왕이 부여하는 칙허장(The Royal Charter)과 BBC와 문화미디어체육부 간의 조약인 약정서에 의해 규제된다. 칙허장 제45조는 BBC에 매년 연차보고서와 재무제표를 작성하도록 의무화한다. 또 공영과 상업 서비스 간의 회계 및 운영 분리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일본 NHK는 방송법에서 수신기를 설치한 자는 NHK와 방송 수신에 대한 계약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NHK는 2004년 프로그램 제작비 부정 지출 사건 이후 업무보고서,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는 물론 수신료 계약률과 같은 통계 자료까지 공표하고 있다.

9 공영방송과 광고

KBS 재원은 전파수신료, 광고료, 정부보조금, 기타 사업수입 등이다. 제1TV와 제1라디오는 1994년 10월 이후 광고를 하지 않고 있다. KBS는 지난해 4060억 원의 광고수입을 올렸다. 이는 전체 수입의 26.7%다.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KBS와 MBC 등 지상파는 방통위에 중간광고 허용 등 광고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 예고했지만 한국신문협회 등의 반발이 거세고, 정부와 청와대에서 우려 입장을 밝히면서 방통위원 전체회의 안건 상정이 무기한 미뤄진 상황이다. 이에 KBS 등 지상파는 프로그램을 1부와 2부로 나누고 사이에 광고를 붙이는 ‘꼼수’를 쓰고 있다.

10 공영방송과 정치적 중립성 관계

시청자에게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정권의 변화에 따라 공영방송사의 사장이 바뀌고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정치색도 영향을 받는 구조가 계속 반복됐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치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지배구조 확립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공영방송이 이사를 선임할 때 정치권의 입김을 배제하고 국민 의견을 반영해 사장을 뽑도록 하는 ‘국민추천이사제’ 등의 방안을 말한다. 이는 방송미래발전위원회가 제안한 중립지대 이사와 같은 맥락이다. 방통위원들이 국민 의견을 수렴해 이사 정원의 일정 수 이상을 전원 합의로 선임하고 그 절차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것이다. 현재 11명인 KBS의 이사 수를 13명으로 늘리고 임기 만료로 의사 결정이 끊기는 일이 없도록 임기교차제를 도입한다. 연임도 제한하고 이사회 속기록은 반드시 공개한다. 방송사 경영진과 제작 현장 종사자가 동수로 참여하는 편성위원회 설치 방안도 있다. 편성위는 편성·제작의 자율성 침해 여부를 판단하고 편성규약을 제·개정하는 역할을 한다.

김구철·김인구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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