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 교수들 "공수처, 독재 권력 수단 전락 위험성"..국회 항의 방문

최지희 기자 2019. 10. 2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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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 교수들, 국회 찾아 ‘졸속 공수처법 중단’ 성명

"‘조국 수호’ 단체 포함해 검찰 개혁 ‘국민 대토론회’ 열자"

"中 ‘감찰위원회’보다 못해...정작 특별감찰관은 3년째 공석"

규탄 성명서 발표 후 국회 법사위장·野 원내대표 찾아 항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전·현직 대학교수 시국선언을 주도한 교수단체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이 22일 국회를 찾아 여권이 주도하는 검찰 개혁 관련 법안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전달했다.

정교모 집행위원들은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장과 각 정당의 원내대표는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올라있는 검찰 개혁 법안에 대해 졸속 심사를 진행하려는 날치기 시도를 즉시 중단하고 국민 대론회를 개최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실과 야당 원내대표실을 방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설치 법안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전달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교모 집행위원인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공수처 졸속 설치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최지희 기자

정교모 측은 성명서에서 현재 정치권이 논의 중인 공수처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강화하며 △이념 편향적 정치 검사를 양산하고 △삼권분립을 위반한 위헌적 권력 기구라고 했다. 정교모는 "진정한 검찰 개혁은 검찰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면서 정치권의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운 검찰 기능을 수립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하지만 현재 입법 과정에 올라있는 개혁안은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오히려 정치권력에 의한 검찰 장악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성됐고, 공수처 설치는 위헌적 요소와 함께 독재적 정치권력 행사의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성까지 있다"고 했다.

정교모는 공수처 설치 추진을 중단하고 검찰 개혁을 위한 국민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국민 대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정교모는 "검찰 개혁 문제에 대해 국민이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올바른 개혁 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에 기초해 정부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조국 수호’를 외친 단체들을 포함해 여러 시민단체들, 정당 정책위원회, 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공개토론회를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정교모는 조 전 장관 임명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도 요구했다. 정교모는 "문 대통령은 국민 다수의 검증된 여론에 반해, 도덕적‧윤리적 결격 사유에도 불구하고 조국을 장관직에 임명했다"며 "검찰 개혁 과제를 위해 대체자가 없다는 논리까지 내세우며 장관직을 유지하도록 지휘한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직접 사과하라"고 했다.

22일 정교모 집행위원들이 공수처 설치 법안 졸속 처리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들고 국회에 항의차 방문하고 있다. /최지희 기자

◇ "이념 편향적 인사들 의견만 수렴해 검찰 개혁 졸속 추진"

이날 대표로 성명서를 낭독한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살아있는 정치권력에 봉사하고, 인권을 침해해 온 검찰에 대한 개혁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은 강력한 시대적 요구이지만 이를 빌미로 특정세력이 검찰 권력을 오히려 장악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한 달여 동안 졸속으로 진행한 몇몇 검찰 관련 제도 변경은 조국을 검찰 개혁의 상징으로 만들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내재해 있는 상황에서 진행됐고, 법무부 소속 추진단과 자문위원회에서 이념 편향적 인사들 간의 의견수렴만으로 불투명하게 추진됐다"고 했다.

민현식 서울대 국어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검찰 개혁 법안은 헌법 규정을 위반한 초법적인 문제가 많이 있다"며 "교수들은 조 전 장관 임명 문제와 관련해 시국선언을 하고 끝내려 했지만, 공수처 문제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성명서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중국의 ‘국가감찰위원회’보다도 못한 것이 공수처"라며 "단행 법률로 둘 수 있는 단독 행정기관은 ‘위원회’ 형식이어야만 하는데 공수처는 위원회가 아닌 ‘처’의 형식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처장’의 단독 지휘를 받는 등 삼권분립에도 위반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중국의 감찰위원회는 기소권은 없고 수사권만 있으면서 반부패위원회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하면서 기소권까지 있어 결국 대통령 직속 사찰 수사기구가 될 위험이 크다"고 했다.

김성진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는 "현행 제도에서 공수처의 기능을 맡아온 것은 특별감찰관제도이지만, 정작 특별감찰관 자리는 3년째 공석"이라며 "법제적으로 완비된 특별감찰관은 수년째 공석으로 남겨놓고 공수처 설치만을 강행하려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2일 오후 정교모 집행위원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을 만나 공수처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최지희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은 면담 거부…법사위원장·野 원내대표에 성명서 전달

정교모 집행위원 5명은 기자회견 후 ‘공수처 졸속 설치 즉각 중지하고 국민적 합의 도출하라’고 써진 성명서를 국회로 들어가 여상규 법사위원장을 만났다. 당초 이들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먼저 만나려 했지만, 문 의장은 면담을 거부했다.

여 위원장은 "공수처법이 이대로 통과되면 판·검사 등을 상대로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을 수사해 일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여당은 이 법이 패스트트랙을 타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29일 본회의에 상정해 졸속 처리를 하려하고 있다"고 했다.

정교모 측은 이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나 성명서를 전달했다. 나 원내대표는 "공수처 설치 여론이 시간이 갈수록 반대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이 법안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후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측과 더불어민주당 측에도 성명서를 전달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검찰 개혁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국민의 뜻이 하나로 수렴하는 부분은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이라며 "국회도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법안 등 검찰 개혁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정교모 집행위원들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나 공수처 졸속 처리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전달하고 있다. /최지희 기자

정교모는 이날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 실명을 소속 대학별로 분류한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정교모는 전체 서명자 1만882명 중 6241명의 서명이 검증됐으며 그 중 5111명이 실명 명단 공개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대학별로는 조 전 장관의 모교인 서울대가 270명으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 184명, 고려대 172명, 경북대 163명, 이화여대 127명, 한양대 143명, 경희대 133명, 울산대 126명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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