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즉위 메시지에.. 아베, 90도 인사한 후 만세삼창

도쿄/이하원 특파원 2019. 10. 23.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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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일왕 "세계 평화·헌법 준수"
174개국 400여명 외빈 참석
일왕 부부 도심 카퍼레이드는 태풍 피해 커져 내달 10일로 연기

22일 오후 1시 10분 일본 왕실이 위치한 고쿄(皇居)의 규덴(宮殿).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식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가 울리자 궁내청 시종 두 명이 조심스럽게 행사용 옥좌(玉座)인 다카미쿠라(高御座)의 장막을 걷어 올렸다. 그러자 황색 전통 관복 '고로젠노고호(黃櫨染御袍)'를 입고 검은색 모자를 하얀 실로 고정한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나타났다. 다카미쿠라의 절반 규모인 '미초다이(御帳臺)'에서도 마사코(雅子) 왕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연미복 차림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즉위식장으로 걸어나와 나루히토 부부의 옥좌에서 약 1m 아래, 10m 떨어진 곳에 서며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나루히토가 시종장으로부터 전해 받은 종이를 펼쳐 양손으로 잡은 후 나지막한 목소리로 낭독했다.

22일 일왕 즉위식이 열린 일본 도쿄 왕궁에서 나루히토(가운데) 일왕과 마사코 왕비 앞에 선 연미복 차림의 아베 신조(왼쪽) 총리가 두 손을 번쩍 들며 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항상 바라며 국민에게 다가서면서 헌법에 따라 일본국과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임무를 다할 것을 맹세합니다."

29년 전인 1990년 아키히토(明仁) 일왕과 마찬가지로 즉위식에서 세계 평화와 헌법 준수를 언급했다. 일본 사회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의 개헌 추진에 반대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나루히토의 즉위 메시지 발표가 끝난 후 아베 총리는 국민을 대표한 축하 인사에서 "일본국 헌법에 근거해 상징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는 생각에 깊이 감동했다"며 "우리 국민 일동은 평화와 희망이 넘치는 일본의 밝은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후 허리를 90도로 꺾어서 인사한 아베 총리는 두 손을 번쩍 쳐들며 크게 외쳤다. "덴노 헤이카 반자이(天皇陛下萬歲·천황 폐하 만세), 반자이, 반자이."

양옆에 서 있던 왕세제 후미히토(文仁) 부부와 다른 왕족들도 '반자이'를 세 번 외쳤다. 이와 동시에 행사장 바깥에 있던 육상 자위대의 대포에서 축포(祝砲)가 발사됐다. 축포는 약 4~5초 간격으로 모두 21발 발사되면서 도쿄 도심을 뒤흔들었다.

아베 총리의 축하 인사를 받은 나루히토는 다카미쿠라를 내려와 시종의 호위를 받으며 복도를 걸어서 퇴장했다. 나루히토는 이날 저녁 고쿄로 국내외 내빈을 초청해 연회를 베풀었다. 오후 실시될 예정이던 나루히토 일왕 부부의 도심 카퍼레이드는 지난 12~13일 일본을 강타한 태풍 피해가 늘어남에 따라 다음 달 10일로 연기됐다.

즉위식에서 화제가 된 것은 높이 6.5m, 무게 약 8t에 달하는 옥좌 다카미쿠라였다. 8세기 나라(奈良) 시대부터 중요 의식이 있을 때 사용하던 일본의 보물로 이번 행사에 사용된 것은 다이쇼(大正) 시대의 요시히토(嘉仁) 일왕 즉위에 맞춰 1913년 만들어진 것이다.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나무 빗장으로 조립한 것이 특징. 팔각형 모양의 지붕과 중앙에서는 금 장식의 봉황 9마리가 사방을 바라보고 있다. 붉은 기둥과 자색 장막이 둘러싼 다카미쿠라 내부 중앙에는 일왕을 위한 의자가 놓였고 좌우에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삼종신기(三種神器) 중 검과 굽은 구슬, 어새를 배치했다. 오랜 전통을 강조하면서도 내부 상단에는 사진 촬영 때 나루히토 일왕이 어둡게 나오지 않도록 LED 조명과 마이크를 설치했다.

이낙연 총리와 왕치산 중국 부주석 등 174개국에서 온 400여 명의 외빈은 즉위식장으로부터 약 25m 길이의 정원을 사이에 두고 설치된 관람석에서 행사를 지켜봤다. 일본 왕실은 이들을 위해 30개의 대형 모니터를 설치했다.

일본 정부는 즉위식을 계기로 도로교통법 위반 사건 관련자를 포함한 55만명에 대해 사면·복권을 단행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1일에 이어 이날도 축하 사절로 참석한 주자나 차푸토바 슬로바키아 대통령을 비롯한 외국 정상 10여 명과 회담을 가지며 '즉위식 외교'를 이어갔다. 아베 총리는 21일부터 5일간 모두 50개국의 대표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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