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브루]희대의 아동포르노..세계 경악케한 한국인 죗값

심서현 입력 2019. 10. 23. 05:30 수정 2019. 10. 2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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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세의 한국인이 침실에서 운영한 국제적 아동 착취 사이트를 어떻게 비트코인으로 추적했나” (CNN 기사 제목)
지난 한 주간 해외 언론들은 23세의 한국 남성에 주목했다. 전세계 32개국의 128만 회원을 보유한 아동 포르노 사이트의 운영자가 한국인 손모(23)씨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손 씨는 2015년 개설한 '웰컴 투 비디오' 웹은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 사이트 중 하나다. 10세 전후 아동 뿐 아니라 만 2~3세의 유아가 성인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영상 등 25만 건의 아동 포르노가 여기서 유통됐다. 손 씨는 사이트 이용권을 비트코인으로 판매해 4억원 이상의 범죄수익을 거뒀다.


세계는 범죄에 놀라고, 한국은 형량에 놀라고
[사진 경찰청]
이 사이트는 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할 수 있으며 사용자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 사이트였다. 한국 경찰청과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영국 국가범죄청(NCA) 등 32개국 수사기관이 공조해 운영자 및 이용자 310명의 신원을 추적해냈다.

세계 언론들은 비트코인을 이용한 아동 포르노 수익화와 범죄의 심각성에 경악했다. 국내에서는 운영자 손씨가 지난 5월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는 것에 놀랐다. 운영자가 한국에서 받은 처벌보다, 이용자가 외국에서 받은 처벌이 더 무거웠기 때문이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사이트 회원인 미국인 제임스 다오생(25)은 징역 97개월과 보호관찰 20년을, 마이클 암스트롱(35)은 징역 5년과 보호관찰 5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의 범죄 내용은 '아동 포르노 소지'다. 음란물을 배포하고 실제로 아동 성착취를 한 영국인 카일 폭스는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손씨는 어떻게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을까? 그가 특별히 '가볍게' 처벌받은 것일까? 한국인 이용자 223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데이터브루가 국내 법원 판결문 50여 건과 미국 법무부의 수사기록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했다.


사건의 재구성
2015년, 19세의 손 씨는 다크웹 사이트 하나를 돈을 주고 사들였다.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할 계획이었다. 타깃은 처음부터 아동 포르노로 잡았다. 성인음란물보다 그게 더 돈이 잘 벌릴 것이라고 생각했다(본인 진술). 손 씨는 일단 자신이 평소 다른 사이트에서 내려받아 간직했던 아동 포르노 10기가바이트(GB) 가량을 업로드해 그해 7월 '웰컴 투 비디오' 사이트를 열었다.

이와 동시에 미국과 중국 비트코인 거래소에 계좌를 열었다. 그때부터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인 2018년 3월초까지, 2년8개월 동안 4억667만원이 손 씨의 비트코인 지갑으로 지급됐다. 그 돈으로 손씨는 차를 샀고 전세금 등 생활비를 썼다.


아동 음란물 새로 올리면 무료 이용
손씨의 사이트는 음란물 유통 산업이 어떻게 아동을 착취하는지를 보여준다.

아동 포르노는 다운로드 요금 결제는 비트코인으로 했다. 6개월 자유이용권은 41만원 가량이었다. 또는 회원이 가진 아동포르노를 사이트에 업로드하면 현금처럼 쓰는 포인트를 줬다. 그런데 반드시 '신제품' 포르노를 올려야 했다. 손씨는 사이트에 암호화 기술을 적용해, 기존 영상과 겹치지 않는 것을 올리는 회원에게만 포인트를 지급했다.

결국 돈 안 들이고 사이트를 이용하려면 회원 스스로 아동 포르노을 만들거나 구해와야 했다. 사이트에 올라온 영상 중 45%는 다른 사이트의 수사에서 적발된 적 없는 새로운 것이었다. 새로운 아동 포르노의 생산을 독려하는 구조로, 사이트는 운영되었다.

실제로 성 착취를 당하던 23명의 아동이 이번 수사를 통해 구출됐다고 미 법무부는 밝혔다. 이들은 사이트 회원들에 의해 영국·미국·스페인 등지에서 성학대를 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상에 등장하는 많은 피해 아동은 신분이 특정되지 않았고 구출되지도 않았다.


다크웹 서버, 추적하니 충남 당진 아파트
수사기관은 마침내 사이트 서버 IP를 알아냈다. 추적해보니, 한국의 KT가 공급하는 서버였고 위치는 충남 당진시의 한 아파트였다. 해당 IP는 손 씨의 침실이었다.

한국 경찰청은 영장을 받아 손씨를 긴급체포했다. 사이버수사과는 서버를 분석했다. 이용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들의 국적에 따라 각국 수사가 진행됐다.


아동 기관 취업도 허용한 1심 재판부
1심 재판부 주문
손 씨는 2018년 3월 체포됐고 구속 상태에서 1심 재판을 받았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다. 그는 한 법무법인을 통해 7명의 변호사를 선임했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11조2항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을 판매ㆍ배포한 이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러나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최미복 판사는 손 씨에게 징역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최 판사는 판결문에서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면서도 “피고인의 나이가 어리고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다”는 것과 “반성하고 있다”는 점, 사이트의 모든 음란물을 손 씨가 올린 것이 아니라 회원이 직접 올린 것도 있다는 점 등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

최 판사는 손 씨가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에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사는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1심 집행유예로 풀려나 결혼까지
2018년 9월 1심 집행유예 선고로, 손 씨는 6개월 만에 구치소에서 나왔다. 자유를 얻은 손 씨는 2심 재판이 진행중인 2019년 4월 혼인신고를 했다. 혼인으로 부양할 가족이 생겼다는 점을 2심 재판부에 호소했다. 2심은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았다.
2심 재판부 주문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재판장 이성복)는 손 씨가 처음부터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아동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한 점, 여성가족부의 '성범죄 알림e' 앱을 내려받는 등 사건 범행의 위법성을 잘 알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1심의 선고는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손씨에게 징역 1년6월과 아동·청소년 기관 취업 제한 5년을 선고했다. 손 씨는 법정구속됐다.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흔하디 흔한 '아청법 사건' 중 하나였다.


미 법무부의 실명·피의사실 공개
사건이 재조명된 것은 지난 17일 미국 법무부가 '웰컴 투 비디오'에 대한 최종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다. 미 법무부는 홈페이지에 수사 내용과 함께 손 씨를 포함한 피의자들의 실명과 구체적인 피의사실을 공개했다(관련 링크). 국내에서는 법원에서 확정된 범죄에 대해서도, 수사 기관이나 사법부가 공개하지 않는 한 실명보도할 수 없다.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CNN, 워싱턴포스트, 로이터 등 외신들은 모두 손 씨의 실명을 보도했다. (관련기사)


“korean 10yo girl” 파일도 발견
한국인 이용자들에 대한 재판은 국내 각 법원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됐다. 선고가 내려진 사건 판결문 40여 건을 분석해보니, 대부분 벌금형으로 150만원~1000만원이 선고됐다. 전과 없는 초범이 대다수여서 양형에 유리했다. 소수의 아동음란물 대량 이용자(다운로드 건수 : 1701건, 1080건)에게는 징역형(징역10월, 징역 4월)이 선고되기도 했으나 모두 집행유예였다. 이들은 항소했다.

아동 음란물을 사이트에 업로드해 유포한 이들도 벌금형을 받았다. 일부 판결문에는 이들의 PC에서 발견된 파일 목록이 첨부됐다. 제목이 “korean 10 yo girls XXX”, “korean bedroom” 등으로 한국 아동의 등장을 명시하거나 “초등 5학년 XXX” 같이 아예 제목이 한글인 파일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은 소지만 해도 징역 20년, 한국은 제작해도 집유
아동음란물 소지자에 대해 미국은 징역 5~20년, 영국은 구금 26주~3년의 처벌을 내린다. 한국에서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그나마도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된다.

아동 음란물 소지뿐 아니라 제작·배포에 대해서도 실형 선고는 흔치 않다. 지난 3월에도 아동 음란물을 46차례 판매한 28세 남성이 실형을 면했다. 대구지법 제2형사단독 이지민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8)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성하고 있으며 범죄 전력이 없다”는 이유였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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