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점용 취소' 사랑의 교회..교인들에 한 왜곡 해명 들통

백성호 2019. 10.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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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홈페이지에 반박성 해명 게재
구청 발급 점용허가증 내용과 달리
교회에 유리한 조항만 교인에 소개
예배당 신축 때부터 교계에서 논란

서울 강남의 대형교회인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가 대법원의 ‘도로점용 허가 취소’판결에 대해 교회 홈페이지와 유투브를 통해 반발하고 나섰다. 그 와중에 교회 측이 해명한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달라 파문이 일고 있다.

22일 사랑의교회 홈페이지에는 교회 측에서 작성한 ‘참나리길 판결 관련 Q&A’가 큼직한 배너로 올라와 있다. 지난 17일 대법원이 “서초구가 도로 지하에 사랑의교회 예배당 건축을 허가한 것이 재량권을 남용해 위법”이라는 최종 판결에 대한 교회 측 해명이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담임목사는 2010년 당시 초대형 예배당 신축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자 주알 설교에서 "사탄의 방해"라고 말한 바 있다. [중앙포토]

사랑의교회는 해명글을 통해 “서초구청이 2010년 발급한 도로점용 허가증에는 ‘도로점용 허가가 취소된다 해도 원상회복을 할 수 없거나, 원상회복하는 것이 부적당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돼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허가 취소 시 사랑의교회는 원상회복을 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사랑의교회가 홈페이지에 올린 내용은 도로법 73조의 일반적 사항일 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 실제 서초구청이 사랑의교회에 발급한 도로점용 허가증에는 ‘허가가 취소되었을 때에는 허가받은 자의 부담으로 도로를 원상회복해야 한다. 원상회복 전까지는 변상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허가증에는 ‘허가받은 자는 도로의 점용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민ㆍ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진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사랑의교회는 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에서 이 부분을 생략했다. 대신 교회 측에 유리해 보이는 조항만 취사선택해 교인들에게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사랑의교회 관계자는 “교회 홈페이지에 실린 ‘참나리길 판결 관련 Q&A’는 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용”이라며 “대법원 판결로 인해 분위기가 어수선할 수 있는데 교회 성도(교인)들을 감성적으로 터치해 줄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랑의교회 예베당. 2010년 2100억원(토지비 포함)을 들여서 건축할 당시 교계에서도 '초고가 예배당'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중앙포토]

사랑의교회는 또 "연 4억원 정도 점용료를 구청에 납부하고 있고, 어린이집 기부채납도 했다. 특혜는 있을 수 없고, 오히려 지역사회의 이익에 크게 기여한 허가"라며 "처음 이 문제를 법적 쟁송으로 끌고간 사람은 '황일근'이라는 전 통합진보당 소속 서초구 구의원이었다"며 이념이나 진영의 문제를 제기하며 '도로점용 허가 위법 판결'에 대한 쟁점을 희석시키기도 했다.

사랑의교회는 현재 서초구청의 결정을 기다리는 입장이다. 대법원의 판결을 서초구는 집행할 의무가 있다. 다만 서초구가 ‘물리적 원상회복’을 제시할지, 아니면 배상금이나 강제이행금 등으로 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사랑의교회 측도 “서초구청의 결정을 확인한 뒤에 교회의 대응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사랑의교회 설립자인 고 옥한흠 목사는 가난하고 소외당한 사람들을 위한 목회를 하고자 했다. [중앙포토]

사랑의교회는 1978년 고(故) 옥한흠 목사가 개척했다. 당시 교회 명칭은 ‘강남은평교회’였다. 81년에 지금의 ‘사랑의교회’로 바꾸었다. 옥 목사는 가난하고 소외당한 이들을 위한 목회를 지향했다. 그런데 80년대 초 강남의 대대적인 개발과 함께 헐벗고 가난한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갔다. 대신 엘리트 출신의 중산층 교인들이 늘어났다. 옥 목사는 떠나는 교인들의 소매를 붙들고서 “제발, 교회를 떠나지 말아달라”고 울면서 매달렸다. 그러나 그들은 “이 교회는 이제 우리 같은 사람들이 몸담기에는 부담스럽다. 목사님도 사랑하고, 교회도 사랑한다. 그런데 우리 같은 신세가 기댈만한 교회는 아닌 것 같다. 죄송하다”며 떠나갔다. 옥 목사는 생전에 “그 사람들은 주로 파출부이거나 전세방에 사는 노동자, 혹은 구멍가게 아줌마들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러한 옥한흠 목사의 목회 지향은 사랑의교회를 강남 대형교회 중에서도 차별화했다. 교회 규모는 커졌지만, 사랑의교회는 개신교계에서 ‘존경받는 교회’였다. 다른 대형교회들이 세습 문제로 시끌시끌하던 2003년 말, 옥 목사는 정년을 5년이나 앞두고 후임 오정현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겼다. 몸소 개척한 교회의 담임직을 5년 앞서 내려놓는 건 그야말로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그런데 오정현 목사가 담임을 맡으면서 사랑의교회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개혁적 복음주의 진영의 거목이었던 옥한흠 목사의 무게에 눌려서인지, 오 목사는 ‘영성 목회’ 대신 ‘초대형 예배당 신축’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원로 목사가 된 옥한흠 목사는 생전에 ‘예배당 신축’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노골적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또 옥 목사는 생전에 오정현 목사에게 직접 쓴 편지에서 “네 정체가 뭐냐?”고 묻기까지 했다.

옥한흠 목사는 생전에 사랑의교회 서초동 예배당 신축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중앙포토]

2010년 당시 사랑의교회가 서초동에 추진한 ‘2100억짜리 예배당(부지 값 1174억원 포함, 현재 사랑의교회 서초 예배당)’신축은 결국 사랑의교회 교인들을 둘로 쪼개 버렸다. 지금도 오 목사의 ‘메가처치(Mega Church) 목회’에 동의하지 않는 사랑의교회 교인 750여 명은 ‘사랑의교회 갱신위원회’를 꾸려 매주 강남예배당(서초동으로 옮겨가기 전 사랑의교회 건물)에 모여서 따로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다. 그 후에도 오정현 목사는 논문표절과 학력위조, 그리고 재정유용 의혹 등으로 분란의 중심에 섰다.

서초동 사랑의교회는 서초역 사거리를 사이에 두고 대법원 청사, 대검찰청 청사와 마주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사랑의교회 교인 중에는 법조인이 많다. 법조인 교인들의 모임인 ‘법조 선교회’에는 한때 약 300명의 현직 판검사들이 있었을 정도다. 지금은 약 3분의1 규모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목회자는 “사랑의교회가 건축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를 만났음에도, 건축을 강행한 데에는 ‘힘에 대한 과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교계에 ‘어떤 경우에도 사랑의교회가 재판에 질 일은 없을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에배당을 지을 때 참나리길 공공도로의 지하를 점용해 건축했다. [연합뉴스]

사랑의교회 건축과 법적인 소송 기간은 주로 이명박 정부 및 박근혜 정부와 겹친다. 강남의 대형교회는 보수 정당에게 ‘핵심 표밭’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대형교회의 유착 가능성은 수시로 제기된다. 대형교회의 민원을 정치권이 해결해주고, 선거철을 맞아 대형교회가 해당 정당이나 특정 후보를 드러나지 않게 지원하는 식이다.

2010년 사랑의교회 도로점용 허가를 내준 박성중(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당시 서초구청장은 “그때 건축허가를 위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여러 군데서 요청이 있었다. 전 청와대 인사도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구청 치수관리과 실무진이 검토한 결과 ‘부정적’이란 의견이 올라왔음에도 구청장이 허가를 강행한 데에는 외압이 있었다는 증언이다.

사랑의교회 갱신위 관계자는 “공공도로 지하 점용부분을 원상복구하는데 391억원이 소요된다고 교회 측에서 예산을 뽑은 적이 있다. 그럼 예산을 투입해 원상복구하고, 공사 기간에는 강남예배당으로 와서 함께 예배를 보면 되지 않겠느냐”며 “우리도 사랑의교회 교인들이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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