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시, 퀴어축제 광장 사용신고 처리 5년간 부당하게 늦췄다"

이보라 기자 2019. 10. 2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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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6월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0회 퀴어문화축제\'. 김창길 기자

ㆍ2015년부터 이유 없이 심의 회부 2~3개월 시간 끌기
ㆍ시 인권위 “성소수자 차별”…시장에 재발 방지 권고

서울시가 다섯 차례에 걸쳐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 신고 처리를 부당하게 지연시켰다는 서울시 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시 인권위는 서울시장에게 재발 방지를 위한 지도·감독을 권고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시 인권위는 인권 보호 관점에서 서울시 정책을 자문하는 기구다.

서울시 인권위는 서울시가 2015~2019년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의 서울퀴어퍼레이드 개최를 위한 서울광장 사용 신고 처리를 불합리한 이유로 지연시켰다고 23일 밝혔다. 서울시 인권위는 서울시의 이 같은 조치가 성소수자 차별 행위라고 봤다.

서울시 인권위는 “광장 사용 신고자의 성별, 장애, 정치적 이념, 종교 등을 이유로 광장 사용에 차별을 둬선 안된다는 게 서울광장 조례에 명시돼 있다”며 “반대 집회가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성소수자들이 주체가 된 행사에 불이익한 조치를 하는 건 명백한 차별 행위”라고 밝혔다.

서울시 인권위는 서울퀴어퍼레이드 개최가 서울광장 조례에 명시된 예외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광장 조례에 따르면 신고 내용이 ‘광장의 조성 목적에 위배되거나 다른 법령 등에 따라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 ‘시민의 신체, 생명 등에 침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등에만 예외적으로 시민위의 의견을 들어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 서울시 인권위는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가 2015년부터 서울광장에서 행사를 평화롭게 진행해 시민위 심의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고 봤다.

지난 2월26일 조직위는 서울광장에서 제20회 서울퀴어퍼레이드(6월1일)를 개최하기 위해 서울시에 서울광장 사용 신고를 했다. 서울시는 합리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사용 신고를 즉시 수리하지 않고, 수리 여부를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심의에 회부했다. 심의 과정을 거치면서 5월10일 사용 허가를 받았다. 앞서 2015~2018년 네 차례의 서울퀴어퍼레이드 광장 사용 신고 처리도 지연됐다. 한채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은 경향신문에 “서울광장 사용을 신고하고 허가받기까지 보통 2~3개월이 걸렸다”며 “행사 90일 전에 광장 사용 신고를 한다. 2개월가량 시간을 끌면 행사를 확정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연 이유를 두고 서울시 인권위에 “일부 시민들이 퀴어퍼레이드에 반대해 행사장 주변에서 항의 집회를 개최하면서 상호 충돌로 시민의 신체, 생명 등에 침해를 가할 우려가 있다”며 “수리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 인권위는 “공공기관은 양자 간 충돌이 우려될 경우 집회 자체를 금지하거나 지연, 축소시키는 게 아니라 양자 간 집회 장소, 시간, 방법 등을 조정해 충돌을 예방하고 차단하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또 “서울시가 위탁을 포함해 공공시설을 운영·관리하는 과정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인권 침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 시설 담당부서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서울시장에게 권고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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