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화성 9차 용의자 윤군 "경찰이 포대자루에 넣고 구타해 허위자백"

CBS노컷뉴스 박성완 기자 2019. 10. 2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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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 윤모군, 경찰에 '9차 사건 내가 했다' 허위자백
변호인 "윤군, 경찰이 포대자루 속에 집어넣고 때려 무서워 허위자백"
결국 유전자 감식으로 살인 혐의 벗어..강제추행 혐의는 '유죄'
번지는 경찰 '강압수사' 논란
(사진=연합뉴스)
1990년 9차 화성연쇄살인사건 발생했을 당시 경찰이 진범으로 몰았던 윤모군(당시 19살)을 포대자루 속에 넣고 구타해 허위자백을 받아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춘재 사건' 관련 과거 진범으로 지목됐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경찰의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강압수사 논란이 번지고 있다.

9차 살인사건은 1990년 11월15일 오후 6시30분쯤 화성 태안읍 병점5리 야산에서 13살 김모양이 성폭행당한 뒤 목 졸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11월9일 발생한 또 다른 20대 여성 B씨 강제추행 사건의 용의자로 윤군을 연행해 조사한 끝에 '김양 살인사건도 내가 저질렀다'는 취지의 자백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두 사건의 범인으로 윤군을 지목한 것이다.

윤군의 변호를 맡았던 정해원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제가 변호인으로 선임되자마자 윤군을 만나려했지만, 경찰에서 면담을 못하게 했다"며 "기다렸다가 윤군을 만나 '9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윤군은 "나는 (김양을) 죽인 사실이 없다"며 "경찰이 포대자루 속에 나를 집어넣고 구타를 했다. 너무 무서워서 자백을 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정 변호사는 당시 경찰이 윤군을 B씨 강제추행 혐의로 체포한 경위도 주먹구구식이었다는 지적을 이어갔다.

그는 "B씨는 자신을 만지고 도망간 남성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러자 경찰은 그 동네에 사는 젊은 남성일 것이라는 추정 하에 비슷한 전과를 가진 사람을 수색했던 것으로 안다. 마침 윤군은 과거 학창시절에 비슷한 수법의 범행을 저질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었기에 경찰이 잡아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1990년 당시 보도된 기사들을 찾아보면 윤군은 12월22일 9차 사건 현장검증 과정에서 "죽어도 좋으니 양심대로 말하라"는 아버지의 외침에 "사실 나는 범인이 아니다"라며 "형사들이 무서워서 거짓으로 자백했다"고 기존 입장을 뒤집기도 했다.

B씨도 범인의 얼굴을 못 봤다며 "나는 윤군을 범인으로 지목한 적이 없다", "경찰이 (진술조서를) 마음대로 작성했다"고 경찰 조사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보도됐다.

이런 가운데 윤군 사건을 송치 받은 수원지검도 그해 12월28일 윤군으로부터 9차 사건 관련 자백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이에 정 변호사는 김양 옷에서 나온 체액 등을 일본에 보내 감식을 받아보자고 검찰 측에 제안했고, 그 결과 윤군은 진범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변호사는 윤군이 9차 사건 관련 혐의는 가까스로 벗었지만, B씨 강제추행 건은 유죄를 선고받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하지 않은 살인도 경찰이 자백을 받은 마당에, 강제추행은 얼마나 간단하게 자백을 받을 수 있었겠느냐"며 "살인죄는 면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자고 했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윤군은 20대 후반에 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재는 사건 증거물에서 나온 DNA와 자백을 근거로 29년이 지나서야 9차 사건 피의자로 정식 입건됐다.

한편 당시 경찰의 강압수사에 못 이겨 허위자백을 했다는 주장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이춘재 대신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재심 청구를 준비 중인 윤모(62)씨의 주장도 비슷하다. 과거 판결문을 보면 윤씨는 "사건 발생 당시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음에도 경찰에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허위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춘재가 자백한 1991년 여고생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몰렸던 박모(47)씨도 당시 경찰이 자신을 거꾸로 매달아 얼굴에 수건을 씌운 채 짬뽕 국물을 붓는 고문을 가하기도 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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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성완 기자] psww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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