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되고 싶으세요? 새벽3시45분 일어나고, 은퇴는 꿈도 꾸지 마세요

전수진 2019. 10. 2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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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도 벌고 싶고, 있으면 더 벌고 싶다. [로이터=연합뉴스]

“얼마를 벌면 은퇴할 수 있을까?”

이렇게 고민하고 있다면 안타깝지만 당신은 21세기형 부자가 못 된다.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전한 바에 따르면 이 질문은 이미 20세기와 함께 부자들의 머리에선 소멸했다. 지금 이 시대의 수퍼 리치들에게 은퇴란 없다. 이들은 알콜중독처럼 돈에 중독됐으며 벌면 벌수록 더 벌고 싶어한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지금도 3시45분이면 일어나 사업 구상을 가다듬는다. 테슬라을 창업한 일론 머스크는 최근에서야 주120시간 일하던 것을 80시간으로 줄였다고 한다(참고로 한국 법정 근로시간은 주52시간이다). 팝스타 레이디가가 역시 - 이미 2016년 기준 2억7500억 달러(약 321억원) 자산가이지만 - 최근 화장품 라인까지 출시하면서 세계적 부호 반열에 오를 채비를 갖췄다. “충분함이란 없다(Enough is not enough)”가 21세기형 부자의 모토라도 된 걸까.

팝스타 레이디가가의 지난 5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갈라 파티 입장 모습. 이미 상당한 자산가인 그는 최근 화장품 라인도 출시했다. [AP=연합뉴스]

지난 2000년대부터 미국에서 상위 1%의 부자가 국가 전체의 자산 중 85%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NYT 등의 분석이다. 현재 미국 사회의 부의 불평등의 구조를 구축한 이유 중 하나가 부자들의 이런 변화일 수 있다. 아무리 벌어도 더 벌고 싶은 심리가 있다는 것이다. NYT는 이런 현상이 미국의 근간까지 흔들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대 역사학과 마거렛 오마라 교수는 NYT에 “미국은 (영국의) 왕조와 타락한 부유층을 거부하고 건너온 이들이 세운 국가”라며 “현재 미국의 부자들을 보면 ‘미국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인식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알콜 중독처럼 ‘돈 중독’ 걸린 부자들

NYT는 부자들에 대해 “흡사 알콜 중독에 걸린 것처럼 ‘돈 중독’에 걸렸다”고도 표현했다. 심리학자 스티븐 버글라스를 인용해서다. 버글라스는 “알콜 중독에 걸리면 ‘1잔만 마셔야지’ 했다가 5~6잔은 마셔야 술을 좀 마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지금 부자들도 조금만 벌어서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전같으면 일정 정도의 부를 이루고 나면 휴가도 가고 쉬겠지만 지금 부자들은 더 큰 부를 손에 넣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21세기형 부자들은 명예욕까지 있다.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걸 두려워하기에 쉬지 않고 더 큰 목표를 성취하려 한다는 것이다. NYT는 “부자들은 슬럼프를 무서워한다”며 스티븐 발머 전 마이크로소프트(MS) 전 CEO의 사례를 들었다. 발머는 MS를 은퇴한 뒤 LA클리퍼스 농구단 구단주로 변신했다. 올해 63세인 그의 목표는 14억 달러가 드는 미국 최대의 농구장을 짓는 것이다. NYT는 “끝을 모르고 더 큰 목표를 성취하고자 하는 미국 부자들의 사례”라고 평했다.

MS CEO에서 LA클리퍼스 구단주로 변신한 스티브 발머(맨 오른쪽). [AP=연합뉴스]


돈 많아서 불안한 수퍼리치

한 가지 위안 아닌 위안은 이런 수퍼 리치들이 반드시 행복하지는 않다는 것. 오히려 그 반대다. 이들은 끔찍한 불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뉴욕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바이람 카라수 교수에 따르면 수퍼 리치에겐 수퍼급 불안도 찾아온다고 한다.

카라수 교수는 NYT에 “많은 수퍼리치들은 진료해봤는데 그들은 항상 정교한 디지털식 마인드로 항상 업무 모드에 있다”며 “더 많이 성취할 수록 더 많이 외로워 진다”고 전했다. 심리학자 버글라스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는 “수퍼리치들은 ‘난 친구따윈 필요없어. 내겐 돈이 있으니 더 벌어서 내가 원하는 건 다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고립시키곤 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수성가로 새롭게 부를 일군 이들일수록 불안 지수가 더 높다고 한다. NYT는 “중산층이었다가 갑자기 부자가 됐다고 생각해보라”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것 같겠지만 이는 곧 그만큼의 책임도 커졌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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