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혼자 남은 벨루가 바다로 돌아간다

김정연 입력 2019. 10. 2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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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남은 벨루가는 모두 8마리
바다 방류 전 적응 과정이 숙제
수조 가장자리에 붙어 움직이지 않는 정형행동(스트레스로 인한 반복적인 이상행동)을 보이는 롯데월드 벨루가. 3마리가 살던 수조에 남은 한 마리의 벨루가는 바다로 돌려보내는 걸로 결정됐다. [사진 핫핑크돌핀스]

지난 17일 벨루가 한 마리가 폐사하고 한 마리만 남은 가운데 롯데월드가 남은 벨루가를 바다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롯데월드는 24일 “남은 마지막 벨루가 한 마리를 자연 방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부 방류 계획은 동물자유연대와 국내외 전문가 등과 논의해 공동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롯데월드 측은 “지난 17일 사망한 벨루가를 부검한 결과, 사인이 패혈증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각 장기에 대한 조직검사 등 추가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남아있는 벨루가는 8살 암컷 ‘벨라’다.
2014년 함께 롯데월드에 온 수컷 ‘벨로’와 ‘벨리’가 사망한 뒤 현재는 수조에 혼자 남아있다.

국내에 남은 벨루가는 롯데월드에 한 마리, 거제씨월드에 네 마리, 여수 한화아쿠아플라넷에 세 마리 등 총 여덟 마리다.
롯데월드의 벨루가 수조는 지나치게 낮은 수심으로 벨루가에 미칠 스트레스가 우려돼왔다. [사진 핫핑크돌핀스]


"당연한 결정, 환영"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롯데월드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은 ‘방류’ 밖에 없다. 당연한 결정이지만 잘했고 환영한다”며 “벨루가의 방류 시점과 방법 등 논의에 필요하다면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6년간 벨루가 두 마리만 있는 좁은 수조에서 살아온 벨루가가 바다로 바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현재 벨루가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전 적응을 위한 방법은 크게 3가지 정도다.


벨루가, 바다 가는 방법 3가지
[씨라이프재단 홈페이지 캡쳐]
가장 나은 선택지는 아이슬란드에 위치한 '씨라이프 재단'이 운영하는 민간 벨루가 피난처다.
이곳은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열린 바다에 만들어진 벨루가 보호시설이다.

앞서 지난 6월 중국 상하이 수족관에 있던 벨루가 두 마리가 이곳으로 처음으로 이주해 적응을 시작했다.

이곳은 아이슬란드 클레츠빅 만, 헤이마에이 섬 인근 바다에 넓게 울타리를 치고 벨루가를 풀어주는, '자연 보호소' 성격을 띤다.

이곳은 영화 ‘프리윌리’의 주인공인 범고래 케이코가 쇼 무대에서 은퇴한 뒤 2003년 죽기 전까지 지내던 곳이기도 하다.

아이슬란드에 위치한 벨루가 피난처 전경. 세계 처음으로 열린 해수역에 만들어진 보호시설이다. [사진 씨라이프재단]
노르웨이 동쪽 아이슬란드 끝자락에 위치한 벨루가 피난처. [구글지도 캡쳐]
아이슬란드보다 조금 더 가까운 선택지는 러시아다.
러시아는 고래 100여 마리를 가둬 키우던 '고래 감옥'이 있었는데, 환경단체들의 반발로 지난 7월 고래 여섯 마리를 처음으로 방류했다.

방류 전 보호구역에서 적응기간을 너무 짧게 거쳐 비난이 일기도 했지만, 고래의 적응·방류에 필요한 시설은 가지고 있다.

조 대표는 "아이슬란드보다는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좀 더 가까운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도 안될 경우엔 동해에서 독자적으로 해양 적응 훈련을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아직 벨루가에는 시도된 적이 없고, 사회적 동물인데다 최근에 동료를 잃은 벨루가가 많이 외로워할 가능성이 있다.

조 대표는 “롯데월드의 벨루가는 다른 고래류와도 같은 수조에 있어본 적이 없고, 다른 고래가 근처에 있다고 해도 언어가 통하지 않아 외로워할 것"이라며 “해양수산부·고래전문가·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적응을 거쳐 바다로 돌려보낼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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