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언론실천선언' 45년..언론개혁 염원하며 삼보일배
1974년 10월24일 오전 10시. 지금은 일민미술관이 자리한 옛 동아일보 건물 3층 편집국에 100여명의 기자들이 모였다. 유신독재가 온 나라를 위협하던 때, 권력의 강압에서 벗어나 신문다운 신문, 방송다운 방송을 만들 것을 회사에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한국기자협회 동아일보 분회 대표 장윤환 기자와 홍종민 기자는 편집국 한 가운데 시멘트 기둥에 ‘자유언론실천선언’ 족자를 걸고 선언문을 낭독했다.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으로 미증유의 난국을 극복하고, 어느 누구도 언론에 간섭할 수 없다는 내용이 선언문에 담겨 있었다.
그로부터 45년이 지난 24일, 자유언론실천선언으로 해직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들이 다시 동아일보 앞에 모였다. 내년 100주년을 맞이하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과거를 깊이 반성할 것을 촉구하고, 이를 언론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히기 위해서였다.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자유언론실천은 영원한 과제”라면서 “1974년 10월24일이 오늘도 살아 있다는 뜻을 언론인, 젊은 세대들, 시민들에게 전달하려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선 많은 이들이 언론 개혁을 촉구했다. 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45년 전 선배님들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하고, 길거리에 내쫓기면서까지 언론 자유를 외치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오늘날과 같은 언론 자유가 보장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언론 개혁의 출발은 족벌언론의 폐지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조선과 동아는 45년 당시 차가운 길거리에 기자를 내몰았던 과거를 반성하고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1974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동아일보에 격려광고를 보냈던 박순희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지도위원도 “당시 ‘동아여 힘내라. 정의의 펜대를 보장하라. 불의의 펜대를 꺾자’는 내용으로 격려광고를 했다”며 “국민을 살리기 위한 일이었는데 기자들이 얼마나 처참하게 짓밟혔나.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언론개혁을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함세웅 신부는 언론의 회개를 위해 30초 동안 묵념 기도를 올렸다. 함 신부는 “종교에서 말하는 축복은 참말을 할 때이고, 거짓말을 하는 것은 저주와 배신이라는 해석이 있다”며 “언론이 진실된 소식을 전할 때는 백성과 시대에 축복이 되고, 거짓 소식을 전할 때는 시대와 국민에게 저주의 칼날을 꽂게 된다. 100년을 맞이하는 내년을 기해 두 신문의 회개를 기원하면서 젊은 기자들이 아름다운 축복의 신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도 “자유언론실천선언 이후 벌써 반세기가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선배님들의 명예회복을 해드리지 못하는 후진들의 불민함이 죄송하다”며 “지난 45년 동안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위한 길로 한 발 한 발 진행해왔다고 생각한다. 지난 촛불항쟁을 통해 공영방송을 정상화시켰으니 이제 나머지 언론까지 정상화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새언론포럼,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언론노조,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 관련 단체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 단체에 소속된 29명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조선일보 앞까지 삼보일배를 하기도 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비록 해직언론인 신분이었지만 한국 언론이 오늘날과 같은 상태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또 언론을 바로잡는 데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는 데 대해 자탄하고 참회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삼보일배를 통한 우리들의 자성의 몸짓이 언론에 조그만 경종이 되었으면 한다. 언론이 개혁되지 않고서는 다른 모든 개혁들이 소용없고, 오늘 자유언론실천선언 45주년이 다른 무엇보다 한국 언론 개혁의 계기가 되길 빌어 마지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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