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디자이너 '과로자살' 산재로 인정 받았다

선담은 2019. 10. 2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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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알고 싶었다.

한달 전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며 울다 잠든 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이유를.

지난해 1월 '공단기'(공무원단기학교), '자단기'(자격증단기학교)로 알려진 온라인 강의업체 '에스티유니타스'에서 일했던 웹디자이너 장민순(36)씨가 과로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지난 16일 업무상 재해에 의한 사망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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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티유니타스 근무 고 장민순씨 산재 인정
동생 잃은 언니 1년10개월 간 싸움 끝 얻은 결과
"유족이 피해사실 입증해야 하는 제도 개선돼야"
온라인 강의업체 ‘에스티유니타스’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과로자살’을 한 고 장민순씨의 언니 장향미씨가 지난해 4월 서울 강남구 ‘에스티유니타스’ 본사 앞에서 회사의 사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언니는 알고 싶었다. 한달 전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며 울다 잠든 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이유를. 장례가 끝난 다음날부터 동생의 직장 동료와 퇴직자 30여명을 찾아다녔다. “수시로 엎어지는 기획이 컨펌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해서 야근이 늘었다.” “회사 스트레스로 나도 모르게 울 때가 많고, 없던 불면증도 생겼다.” 동료와 퇴직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쏟아냈다. 동생이 죽은 건 ‘나약한 개인 탓’이 아니었다. 책임은 장시간·야간노동을 지시한 회사에 있었다. 이른바 ‘과로자살’이었다.

지난해 1월 ‘공단기’(공무원단기학교), ‘자단기’(자격증단기학교)로 알려진 온라인 강의업체 ‘에스티유니타스’에서 일했던 웹디자이너 장민순(36)씨가 과로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지난 16일 업무상 재해에 의한 사망을 인정했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급속하게 성장한 인터넷업체에서 웹디자이너로 많은 업무 부담이 이뤄진 점, 입사 전 치료를 받았던 우울증이 만성 과로와 상사의 모욕적 언사 등으로 악화되는 등 장씨의 업무와 사망 간 인과관계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장씨의 교통카드 사용 기록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정식 근무시간은 오전 10시~저녁 7시였지만, 2017년 11월 한달 동안 그가 밤 10시 넘도록 일한 날은 열흘이었고, 자정이 넘어 퇴근한 날도 닷새였다. 하루 12시간 이상 일한 날은 엿새였다. 장씨의 언니 장향미(40)씨는 동생이 고통을 호소한 2017년 12월2일 고용노동부 누리집에 동생 회사의 근로감독 청원을 올렸지만, 서울 강남고용노동지청은 4개월이 지나서야 감독에 착수했다.

연장·야간근무에 시달린 건 장씨만의 일이 아니었다. ‘에스티유니타스’를 근로감독한 서울 강남고용노동지청은 지난해 11월 회사가 전·현직 노동자 759명에게 1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를 시키는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실을 대거 적발해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지난 4월 회사의 ‘근로조건 개선 노력’ 등 정상참작을 사유로 기소유예 처분했다.

지난해 12월 동생의 산재를 신청해 10개월 만에 승인을 받아낸 장향미씨는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동생의 죽음이 개인의 잘못이 아닌 회사의 책임이라는 것이 인정돼 다행”이라면서도 “산재 신청 과정에서 피해사실 입증 책임이 유가족에게 과도하게 부담지워지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 이 같은 제도가 반드시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로자살 산재 승인 인정률은 해마다 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전현희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2014~2018년) 직장에서 얻은 정신질환으로 산재 승인을 받은 522명 가운데 사망한 경우는 33.7%(176명)로, 이 가운데 약 80%는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결정에 대해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장시간 노동 등으로 일터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 판단”이라며 “절대적인 노동시간뿐만 아니라 최근 논의되는 탄력근로제처럼 1일 근로시간을 제한하지 않는 노동 형태는 과로자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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