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겨레

이철희 "민주당, 조국 정국에 대통령 뒤 숨기만..노쇠하고 낡아"

김종철 입력 2019.10.25. 19:36 수정 2019.10.26. 13:46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토요판] 인터뷰
불출마 선언한 이철희 의원
"조국 사퇴 후에도 사회 공정성을
젊은층이 묻는 건 당과 정부 책임인데
'뭔 일 있었어?'라며 안이한 대응
당대표 사과 등 심기일전커녕
'야당 복 있어 총선 이길 것' 착각"
"여당이 무능·무책임 태도 임하면
국민들 총선 때 매서운 회초리 들 것
당직개편 등 통해 '원팀' 벗어나야"
“당 지도부는 한국당이 못나서, 우리가 야당 복이 있어서 이대로 하면 총선에서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대단한 착각이 될 것이다.” 최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민주당 지도부의 각성을 촉구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돋보이는 의원 중 한명이다. 국군 기무사의 세월호 사찰과 계엄령 문건 등을 파헤쳐 기무사 개혁을 이끌어냈으며, 원내수석대표로 일할 때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 그가 지난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23일 오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이 의원을 만나, 불출마 선언 배경 등을 들어봤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55)을 만나고 싶었던 것은 일 잘하는 의원으로 평가받는 정치인을 국회에서 떠나도록 만드는 게 뭔지 궁금해서였다. 좋은 사람들을 못 견디게 하는 한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찾아보고 싶었다. 그는 홀가분한 듯 표정이 밝았다. 하지만 추상적인 한국 정치가 아니라 구체적인 여당 문제에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민주당이 대통령과 청와대 뒤에 숨어서 일종의 무능을 숨기려고 하거나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세로 임하면 (총선에서)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당이 이렇게 무기력하고, 활력이 없는 책임의 상당 부분이 이해찬 당대표에게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성식 의원(바른미래당)과 김영춘 의원(민주당)이 공개적으로 불출마 선언에 재고를 요청하기도 했는데.

“고마운 일이다. ‘힘들다고 나가면 어떡하냐, 안에서 싸워야지’라는 그분들 말도 맞는데, 더 싸울 의지나 여력이 저한테 남아 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정치를 개혁하려면 정치인들끼리만 해서는 안 된다. 시민의 압력이나 국민적 여론이 확 일어나야 그 동력으로 내부에서도 바꿀 수 있다. 전투력이 약한 나는 안에서 싸우기보다는 바깥에서 정치권을 압박하는 데 조금이라도 역할을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586은 청산 대상 아니나 역할 줄여야

―불출마의 변을 보면 국회의원으로서 무기력하고 절망했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그랬나.

“저는 정치는 타협이자 긍정이고 민생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은 각자 누군가를 대표하러 온 동등한 사람이다. 그러니 서로 박멸할 적이 아니라 경쟁자다. 토론을 통해 타협하고, 합일점을 찾아가려고 긍정하는 게 있어야 한다. 또 정치가 싸우는 주제는 민생이어야지, 권력의 지분을 누가 많이 차지하느냐를 놓고 싸우는 것은 한심하다. 그게 제 평소 소신인데, 국회 와서 보니까 소신을 관철하는 게 너무 어렵더라. 밖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하더라.”

정치학(고려대 정치외교학과)을 전공한 이 의원은 1993년 김명규 의원(14·15대 민주당 의원, 지난 4월 작고)의 입법보조원으로 정치권에 첫발을 내디뎠다. <삼국지>에서도 유비나 조조보다 제갈량에 끌렸다는 그는 소싯적부터 “리더를 리드하는 참모가 되고 싶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 국회 보좌관,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정치평론가) 등을 거쳐 여의도에 온 지 23년 만인 2016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대선 때 전략이나 기획 업무를 맡고 싶었는데, 현역이나 전직 의원이 아니면 책임 있는 자리를 주지 않더라. 그래서 의원을 한번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철희 의원은 20대 국회의 책벌레 중 한명이다. 그의 의원회관 사무실 양면에 놓인 책장에는 그가 읽은 책들로 가득하다. 이 의원이 지난 23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선진화법·탄핵 여파 20대 국회 최악 20~30대 스무명 이상 그룹으로 국회 진출하면 정치 변화할 것”

―관찰자로 보던 때에 비해 뭐가 제일 다르던가.

“국회의원이 아니면 모르는 세상이 있는데, 한국 의회는 비토크라시(상대 정파의 정책과 주장을 모조리 거부하는 극단적 파당 정치)라 할 정도로 잘 안 돌아간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 원래는 타협을 강제하기 위해 의원 5분의 3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만든 제도인데, 실제로는 한쪽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안 되는 반대의 효과를 낳았다. 또 하나는 현직 대통령을 국민이 퇴출한 탄핵의 영향이다. 자기 당 소속 현직 대통령이 쫓겨난 사람들은 논리적으로는 그것을 이해하지만, 감정적으로는 거칠어졌다. 말은 못하지만, 속으로는 기회만 되면 너희도 한번 당해보라는 감정으로 차 있다. 그러니 일체의 타협이나 협조가 거부되고, 오로지 싸움만 득세하고 있다. 게다가 20대 국회는 시대 상황과도 안 맞는다. 사회적으로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시대로 가는데, 국회는 평균연령이 역대로 가장 높다. ‘미스매치’다.”

―그런 한국 정치의 문제를 고칠 수 있는 해법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건 선거제도를 바꾸는 일이다. 자칫 정치를 황폐화시킬 수 있는 양당제를 다당제로 바꿔야 한다. 다당제라고 무조건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지만, 우리 정도의 경제 규모와 민주정치 경험이 있으면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돼 잘 운용되면 정치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거다. 또 하나는 사람을 바꾸는 것인데, 무조건 바꿔서는 효과가 없다. 역대 총선에서 30~50% 정도의 의원들이 바뀌었지만 정치는 달라진 게 없지 않나. 인지도 높거나 스펙 좋은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 지금 현실에서는 20~30대가 그들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그들은 낡은 문화나 구태에서 벗어나 있다. 이들이 한두명 들어와서는 힘을 못 쓴다. 최소한 스무명 이상이 대거 진입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얘기와 발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하면 기존 사람들이 못 견딜 것이다. 그들이 들어오게 하려면 그만큼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586을 청산의 대상으로 규정하면 안 되지만, 20~30대가 들어올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조금씩 역할을 줄여가고 물러나줘야 한다고 본다.”

비례대표 초선인 이철희 의원은 전반기 국방위원 때 국군 기무사의 불법적 활동을 파헤쳐, 대대적인 기무사 개편과 위수령 폐지 등을 이끌어냈다. 사진은 지난 15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모습(맨 왼쪽).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해찬 대표 리더십에 문제 있어

그는 당 지도부의 의지만 있으면 청년 스무명을 국회의원으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했다.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공직선거법의 비례대표(75명) 당선권의 절반을 20~30대로 채우고, 절대 강세인 지역구에 청년을 다수 전략 공천하면 그 정도 수는 민주당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꿈 같은 얘기여서 당 지도부의 기류를 물었더니 억눌러왔던 말이 터졌다.

―민주당 지도부도 그런 인식을 하고 있나.

“일부 생각을 하는 듯하다. 만약에 안 한다면 낡은 문법을 깨야 한다. 공천이나 정치나 다 낡은 문법에 길들어 있다. 제가 우리 당에 갖는 가장 큰 불만이 그것이다. 노쇠하고 낡았다. 특히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당이 대통령 뒤에 숨는 것이다. 너무 비겁하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우리 당이 선거 때 ‘민주당 정부’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과연 당이 그렇게 자부할 만큼 제 역할을 하고 있나? 우리 당대표가 워낙 경험이 많은 분이어서 안정감은 있지만, 역동성은 떨어진다. 선출된 사람이니 어떻게 하자는 말은 못 드리지만, 국민과 같이 가는 정당이라면 보완하는 노력은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지금 거의 없다. 오히려 총선을 여러번 치르면서 ‘내가 해봐서 안다’는 함정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지금 시대는 그런 경험이 아니라 혁신으로 대결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익숙한 정치 문법에 기대서 총선을 치르면 이길 거다, 야당이 워낙 못났기에 야당 복이 있지 않나, 그걸로 하면 된다는 식이다. 난센스이고 대단한 착각이 될 것이다. 그런 내색을 하면 할수록 국민은 매서운 회초리를 들 것이다. 당이 활력 없고,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 주체로 서지 못한 채 끊임없이 대통령 뒤에 숨어서 무능을 숨기려고 하거나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세로 임하면 (총선에서) 심판을 받을 거라고 본다. 이것부터 깨야 한다.”

―작심한 발언 같다.

“사실 당 내부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의원들이 공개 발언을 자제하는 것은 열린우리당 시절의 아픈 기억 때문에 내부 분열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다. 그런데 당 지도부는 너무 안이하고 한가하다. 조국 정국 이후 지금 ‘뭔 일이 있었어?’라는 식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고 있지 않나. 당이 이렇게 무기력하고 활력이 없는 책임의 상당 부분이 당대표에게 있다고 본다. 제가 좋아하고 스마트한 정치인이지만, 공인은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 당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당이 계속 이렇게 가면, 별거 아니지만 당직을 던지려고 한다. 더 심하면 의원직도 버릴 각오다.”

―내년 총선이 위기라고 보나.

“그렇다. 만약 조국 장관 임명이 문제의 근원이고 핵심이라면 조국 사퇴로 다 해결됐어야 하는데, 지금 안 그렇지 않나. 그의 사퇴로 복원이 안 된다는 것은, 국민들이 다른 것을 보고 있다는 거다. 젊은층이 이 사회가 과연 공정하냐고 묻게 된 책임은 이 당과 정부에 있다. 거기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응답해야 하는데, 당은 지금 조국 뒤에서 마치 조국 하나가 잘못해서 그런 것처럼, 그것만 치우면 다 끝난 것처럼 하고 있다. 이러면 안 된다. 자기 문제로 안아서 당대표가 사과했어야 한다. 조국 임명한 것을 사과하라는 게 아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조국 임명에 동의하든 안 하든, 상황이 이 지경까지 갔다면, ‘당대표로서 이만저만해서 내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심기일전해서 이렇게 가겠다. 한번 더 지켜봐달라’고 얘기해야 한다. 국민이 회초리를 들면 아주 매정하게 들 거라고 본다. 설사 그게 아니더라도 그렇게 반응을 해야 한다. 정치는 민심에 반응할 때 과잉 대응하는 건 나쁘지 않다. 과소 대응하는 게 항상 문제다. 만약 내년 총선에서 국정농단 세력한테 의회 권력을 다시 넘겨준다면 우리는 앞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역사에 죄를 짓는 거다.”

―지금 지도부에는 그래도 젊은 최고위원들이 들어가 있지 않나.

“최고위 내부에서 이런저런 토론을 많이 한다고 들었지만, 당대표 권위에 도전하기에는 약한 것 같다. 중진들이 적극 나서야 하는데 그분들도 열린우리당 시절 트라우마 때문에 자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런 것을 활성화하는 것도 리더의 몫이다. 자기한테 어드바이스하는 사람의 구성을 어떻게 짜느냐가 중요한데, 지금 우리 당은 너무 단색이다. 토론을 통해 좋은 대안을 찾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그건 아닙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들어와야 하는데, 너무 원팀만 강조한다. 그리고 이쯤 되면 예전처럼 당직 개편이라도 해야 한다. 새사람이 나서서 잘해보겠다고 해야 국민이 기대를 갖지, 잘될 때나 못될 때나 같은 사람이 계속 버티고 있으면 누가 신뢰감을 갖겠나.”

그는 두 차례나 웃으면서 “이러다 쫓겨날라”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처음 제기하는 것을, 그만큼 의식하는 듯했다.

이철희 의원은 정치평론가로 활약하던 2016년 1월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표가 영입해 ‘뉴파티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해 1월21일 뉴파티위원회 출범식에서 문 대표(가운데), 금태섭 변호사(오른쪽) 등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대통령 어드바이스 시스템도 넓혀야

―당뿐 아니라 청와대도 대통령만 보인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대통령의 소통이나 인식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제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자산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국민 사랑을 받느냐 못 받느냐가 핵심이다. 아직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고 있다. 그러나 초창기의 ‘허니문’, 즉 ‘사랑스러운 문’이라는 이미지는 많이 퇴색됐다. 문 대통령의 장점인 ‘커먼 터치’(보통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는 참모들 책임이다. 바쁜 대통령이 국민들과 소통하는 것을 절대 잃지 않게 했어야 한다. 대통령 일을 줄여줘야 하고, 다양한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 참모들도 성찰해야 한다. 제가 얘기할 부분이 아니긴 하지만, 대통령의 어드바이스 시스템도 조금 더 넓게 구성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청와대에서 참모로 일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우리 문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데 제 역할이 필요하다면 할 것이다. 또,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도 좋은 사람이 대통령 되는 데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거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과 관련해서는 “정치 개혁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일은 뭐든 할 것”이라면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거나 방송에서 안정적으로 얘기할 기회 등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포토&TV

    실시간 주요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