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 인형돼선 안 돼" 아동 성상품화에 뿔난 美, 한국은..

박민지 기자 2019. 10.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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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콩 미디어 사이트 ‘9GAG’에 한국계 미국인 여아의 화보집이 올라왔다. 이곳은 미국을 포함해 해외 유저가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다. 운영자는 게시물을 올리면서 “아이는 살아있는 인형같다”고 적었다. 곧장 이 게시물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일었다. 아동을 성상품화하지 말라는 이유였다.

한 네티즌은 25일 한국인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인처럼 꾸민 아이를 본 한국과 선진국의 반응 차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해당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첨부했다.

문제의 게시물 썸네일에는 8세 여아가 성인처럼 화장을 하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사진 두 장이 나란히 붙어있다. 여기에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네티즌 다수는 “난 절대 이 게시물을 클릭하지 않겠다” “저 나이 소녀는 인형이 되기 보다는 인형을 갖고 놀아야지” “제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놔두자. 슬픈 세상이다” “아이들을 성상품화 하지 말자” “소아성애자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건가?” “나보고 어쩌라는 거지” “이 게시물 신고한다” 같은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글쓴이는 “사실 저 화보는 배스킨라빈스 광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미국에선 지적받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저정도 화보나 쇼핑몰 사진은 평범하게 느껴진다”며 “미국에 비하면 한국은 소아성애컨텐츠에 경각심이 없다. 문화 전반적으로 소아성애 컨텐츠가 만연해서 문제의식을 느끼기 힘든 환경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글쓴이가 지적한 배스킨라빈스 광고는 지난 6월 공개됐다. 광고 속 아동 모델은 핑크 블로셔와 립 메이크업을 하고 민소매 드레스를 착용한 채 등장했다. 마치 성인 여성처럼 연출해 아동을 성상품화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광고 속 아동 성상품화 심각… 강력 처벌해야”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지난 8월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니세프에서 성상품화를 규정한 부분이 있다”며 “아동이 성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성적인 표정을 짓거나, 노출된 의상을 입는 모든 경우를 성상품화나 성적 대상화로 규정하고 있다. 아동복을 광고하는데 굳이 다리를 벌리게 하고 화장을 시키고 야릇한 표정을 짓게 하고, 특정 부분을 강조할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 어린 아동의 몸매를 강조하는 포즈를 취하게 한다거나, 속옷이 보이게 한다거나, 화장을 진하게 하고 망사 스타킹을 신기는 행위는 섹시함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성상품화가 성적 대상화로 이어지면 아동 성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굉장히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 한국은 (아동 성상품화에 대한 별도의 제재) 규정이 없다. 아동복지법 금지행위를 보면 아동에게 음란한 행위를 시키거나 이를 매개하는 행위, 또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성적 표현이나 연출에 대한 금지조항이 없다”며 “반드시 수정되고 개선돼야 할 사항이다. 외국은 굉장히 큰 처벌을 내릴 수 있는데 한국은 처벌 규정이 없어 안타깝고 이상하다”고 말했다.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환한 미소를 짓거나 활기찬 분위기를 가진 어린이 모델과, 진한 화장을 하고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섹시한 분위기를 강조하는 어린이 모델이 있을 때 그 대상에 대한 느낌이 어떤가. 왜 꼭 그렇게 광고를 해야 하는지, 광고주 의도가 과연 순수하고 양심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또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아동 성상품화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은 것 자체부터가 문제의 출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아동 성상품화에 유독 관대한 한국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아동 성상품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해당 사안에 대해 민감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아동 대상 범죄는 악질 중에서도 악질로 취급한다. 아동 성상품화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공감대가 높은 만큼 법적 처벌 수위도 강력하다. 미국의 경우 아동 음란물을 소지하고 있는 자체만으로 징역 10년 이상이 선고된다. 실제 범죄 행위를 하지 않았지만 중형을 내리는 것이다.

최근 ‘다크웹’ 사건으로 국가가 아동 성상품화 및 아동 범죄를 어떻게 대하는지 적나라하게 비교할 수 있다. 최대 아동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 손모(23)씨 검거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그는 아동 음란물 22만건을 유포하는 등 역대급 악질 사이트를 운영한 장본인이지만 한국 법원은 징역 1년6개월형을 선고했다. 손씨가 유포한 음란물에는 생후 6개월 된 갓난 아이부터 10대 청소년까지 등장했다. 다운로드를 하려면 돈을 내거나 아동 음란물을 직접 찍어 올리면 됐다. 손씨는 이런 식으로 약 4억원을 챙겼다.

앞서 다크웹을 처단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 경찰이 공조 수사를 벌였다. 양국 경찰은 2017년 9월부터 손씨가 개설한 사이트를 수사해 통해 32개국에서 이용자 310명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한국인 이용자는 223명이었다. 여기까진 공조였다. 대응은 사뭇 달랐다.

한국은 이들의 구체적 혐의를 함구했다. 체포 소식을 알리긴 했으나 223명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반면 영국과 미국의 경우 사이트 이용자의 신상정보와 구체적 혐의를 낱낱이 공개했다. 손씨도 외신을 통해 이름과 나이가 이미 공개된 상태다.

처벌 수위도 극명했다. 손씨는 1년6개월형을 받았다. 한국은 아동 음란물을 유포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미국인 니콜라스 스텐걸(45)은 손씨 사이트에서 아동 음란물을 다운받았다는 이유로 15년형을 선고 받았다. 영국인 카일 폭스(26)도 5세 아동을 성폭행하는 아동 음란물을 제작해 공유한 혐의로 22년형을 선고 받았다. 이들 모두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미국 법무부 관계자는 “어린이를 성적으로 착취해 이익을 얻는 행위는 가장 비열하다”며 “손씨는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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