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방사능 우려에 IOC와 대립각..도쿄올림픽 '자중지란'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내년 7월24일 개막까지 270여일 남은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이 갈등으로 혼란한 모습이다. 폭염에 대한 우려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마라톤과 경보 종목의 개최지를 옮기겠다는 구상을 밝히자 일본 내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서다. 급기야 국제 사회가 안전성 문제를 우려하는 원전 사고 지역에서 마라톤을 열자는 제안까지 꺼내들었다.
◆ "마라톤, 도쿄 대신 삿포로에서" vs "차라리 원전 피해지에서"= 아사히신문 등 일본 매체들은 오는 30일부터 사흘간 도쿄에서 열리는 IOC 조정위원회 회의에서 도쿄도가 마라톤과 경보 종목을 도호쿠 지역에서 열자고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IOC가 지난 16일 "선수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도쿄보다 800㎞ 북쪽에 위치한 삿포로를 마라톤·경보 개최지로 변경할 계획이라는 구상을 밝히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언급이다.
도호쿠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으로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도 이 지역에 포함된다. 도쿄도는 "IOC가 우려하는 무더위가 문제라면 한여름 도호쿠 지역도 덜 덥고, 지진 피해를 극복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일본 정부의 '부흥올림픽' 구상과도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조정위원회의에서 IOC가 마라톤과 경보 개최지를 삿포로로 바꾸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는지 지켜본 뒤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도쿄도는 한여름 40도를 웃도는 폭염에 대비해 마라톤과 경보 종목의 경기 시간을 새벽으로 앞당기고, 도로에 열 차단제를 입히는 등의 대책을 준비했다. 그러나 IOC의 갑작스런 발표로 이 같은 준비가 무용지물이 될 처지다. 이미 판매된 경기 티켓을 처리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에 역제안을 내고 IOC의 방침에 불만을 드러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쿄도가 조정위원회의에서 내놓을 제안에는 마라톤 출발 시간을 새벽 3시로 당기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인데 이는 오전 6시였던 기존 출발 시간에서 3시간을 더 앞당긴 것이다.
◆ "IOC 일방적 방침, 강하게 항의해야"= 마라톤과 경보 종목의 개최지를 변경하는 문제 때문에 개최지와 IOC의 협력 관계에도 균열이 생기는 분위기다. 일본의 극우 성향 매체 산케이신문은 "마라톤 코스를 변경한다는 IOC의 일방적인 통보는 전 세계 참가자들과 평화의 제전을 함께하려던 올림픽 개최지(도쿄)의 꿈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IOC의 상의 없는 일방적 절차에 대해 강하게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문제제기가 거듭되는 상황에서 IOC가 개최지에 불리한 결정을 또 내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사고 지역에서 불과 70㎞ 떨어진 곳에서 도쿄 올림픽 야구와 소프트볼 일부 경기가 열릴 예정이고, 대회 성화봉송 출발지도 이 곳에서 20㎞ 거리에 있다. 게다가 이달 들어 태풍이 일본을 강타하고, 폭우가 쏟아지면서 방사성 오염 물질이 유실된 정황이 드러나 외신에서 거듭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일본 매체들은 IOC가 마라톤과 경보 종목 말고 더 이상 경기 개최 장소를 또 바꾸지 않을지 의구심을 드러내며 이번 조정위원회의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존 코츠 IOC 조정위원장은 지난 25일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와 만나 마라톤과 경보 종목의 삿포로 개최를 강행할 방침을 드러냈다. 마라톤 출발 시간을 새벽 3시로 더 앞당기자는 도쿄도의 제안에도 IOC가 호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28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무더위를 피해 마라톤 경기를 자정 무렵에 시작했으나 여자 마라톤에서 전체 참가자 68명 가운데 28명이 고온 다습한 날씨 때문에 경기를 중도 포기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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