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구니 달고 사람 태워..'목숨 앗는' 불법 개조 크레인

오효정 기자 2019. 10. 2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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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높은 곳에서 작업할 때 특수차량이 많이 쓰이죠. 사람이 탈 수 있는 것과 물건만 실어야 하는 게 엄격히 구분됩니다. 모두 안전을 위해서인데, 화물용 크레인을 불법으로 개조해 사람을 태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사망사고까지 일어나지만 단속은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오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이 차량들은 사람을 태우느냐 화물을 옮기느냐에 따라 명확히 구분됩니다.

사람을 태우는 고소작업차입니다.

원래 높은 곳에서 작업할 땐 이런 고소작업차를 타는 게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 차 대신 크레인에 바구니를 달아서 불법개조한 차량을 부르는 현장도 많습니다.

화물용인 카고 크레인의 끝에 바구니를 달고 움직일 수 있게 유압장치를 달아 개조합니다.

비용을 아낀다며 사람도 화물도 옮기겠단 건데 문제는 안전입니다.

고소작업차에는 균형이 무너지면 동작을 멈추는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어복용/장비업체 대표 : (경고음) 소리 나죠? (지지대 조금 들렸다고 이러는 거예요?) 저 앞에 들렸죠.]

카고크레인은 이런 장치도 없는 데다 지지대의 두께부터 다릅니다.

[어복용/장비업체 대표 : 다리도 들리는 것도 모르고 계속 작업하니까 (불법 개조 크레인은) 전복 사고가 나고, 넘어가고.]

바구니도 조그마한 고리 하나로 의지합니다.

바구니가 통째로 떨어지거나 크레인이 전복되는 등 사고가 나 지난 5년간 22명이 숨졌습니다.

문제는 단속도 어렵단 겁니다.

교통안전공단 단속원들은 전국에 고작 13명.

결국 2년에 한 번 있는 자동차 정기검사가 유일한 기회인데 민간 검사소에선 쉽게 합격 도장을 내줍니다.

[이용호/무소속 국토교통위원 (지난 10일 한국교통안전공단 국정감사) : 불법적으로 쓰는 크레인 검사하러 갈 때는 공단으로 안 가요. 민간으로 거의 18배 정도 (더 많이) 간다. 합격하기 위해서.]

민간 검사소 검사원들은 검사소 사업주와 제조사의 압박을 받습니다.

[민간 검사소 검사원 : (제조사한테) 항의 전화를 받았어요. 다른 검사장에서는 문제 안 삼는데 왜 당신만 문제로 삼느냐. 당신네한테는 우리 차들을 입고를 못 하게 하겠다.]

불합격을 많이 주는 검사원들은 쉽게 해고되기도 합니다.

[민간 검사소 검사원 : 사업주들은 한 대라도 더 검사해서 무조건 합격시켜서 검사수수료를 벌겠다, 이런 생각이지.]

불법 개조 크레인들이 제도로 걸러지지 못하는 사이, 불안한 바구니는 오늘도 건설현장을 누비고 있습니다.

(자료제공 : 이용호 의원실)
(촬영기자 : 김장헌 / 영상디자인 : 조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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