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남은 실탄 1.6兆.."2020년에 소진, 생존 위해 M&A 해야"

유윤정 기자 2019. 10. 28. 12:2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쿠팡 가용현금 1조6000억원 수준…올해 적자폭 여부에 관심인건비·매출원가 높아...전문가들 "1~2년내 투자금 소진"비전펀드 추가 투자할까..."FI 통한 연명구조 한계, M&A 해야"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대표/조선DB

온라인 쇼핑몰 쿠팡의 올해 가용자금이 약 1조6000억원 정도 남은 것으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쿠팡이 올해 적자 규모를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고 해도 2020년에는 자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의 추가 자금 투입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장기전을 요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성격상 재무적투자자(FI)를 통한 구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마존·알리바바 등 전략적투자자(SI)와 인수합병(M&A)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내년 4월 중순께 올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의 관심사는 쿠팡의 적자규모다. 지난해 약 1조1000억원의 적자를 낸 만큼 올해는 이 폭을 줄였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쿠팡의 공격적인 행보는 아마존의 초기전략과 유사하다.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 다양한 품목을 구성해 유통시장 내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했고, 오픈마켓보다는 직매입 중심의 판매 형식을 채택하고 있다.

쿠팡은 당일배송, 익일배송 등 기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자와 차별화된 배송시스템을 최초로 국내에 도입했다. 쿠팡의 성장은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물류∙판촉 경쟁으로 이어졌다. 롯데·이마트 등 대부분이 수익성 하락과 자금부담에 직면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거 대비 편의성이 크게 개선됐다.

쿠팡의 현재 국내 온라인 시장 점유율은 약 7% 수준이다. 아마존의 점유율(40%)과는 차이가 있다. 쿠팡은 아마존 수준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포부다. 쿠팡의 올해 거래액은 약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약 7조원 수준이던 거래액이 크게 늘었다.

다만 아마존이 설립 후 8년만에 흑자 전환한 반면 쿠팡의 흑자 전환은 요원해 보인다. 쿠팡은 2013년 법인을 설립한 후 6년동안 약 3조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한해에만 약 1조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적자의 주된 원인은 매입원가 대비 낮은 판매가격과 인건비 부담이다. 쿠팡의 인재 영입은 계속되고 있다. 현대카드 출신 금융법률 전문가 이준희 법무 담당 부사장을 새롭게 영입하는 한편 유명 경제학자이자 금융 전문가인 케빈 워시 전(前)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이사를 새 새 이사회 멤버로 합류시켰다.

쿠팡의 연간 인건비는 1조원에 달한다. 작년말 기준 쿠팡의 매출원가는 3조6727억원, 인건비는 9866억원으로 이 둘을 합하면 약 4조6600억원이다. 원가와 인건비만 합했을 뿐인데 매출(4조4228억원)을 초과한다. 여기에 물류·배송·수수료·마케팅비 등의 판매관리비가 그대로 영업적자로 반영되는 구조다.

결국 자체적인 수익창출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자금소진 이후에는 다시 한 번 외부자금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 쿠팡이 보유한 현금 및 금융상품의 잔액은 7378억원. 지난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받은 추가 투자금 20억달러(약 2조3400억원) 중 작년 재무제표에 계상된 유상증자 금액은 1조3500억원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이후 약 9000억원 가량의 현금이 추가로 유입된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따라 올해 이후 쿠팡의 가용자금은 약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한태일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쿠팡의 현 수익구조와 전략이 이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보유자금은 2018년 결산일로부터 1~2년 내 모두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며 "연간 자산성 없는 비용성격의 지출이 약 9000억원에 달해 현 수준의 매출규모 유지를 위해서는 향후에도 유사한 수준의 자금이 투입돼야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쿠팡은 직매입 대상인 납품업체의 매입단가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납품업체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일부 납품업체는 쿠팡의 매입단가 인하 요청에 응한 반면, 일부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쿠팡을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신고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손 회장이 자금을 추가 투입할 지 여부도 주목된다. 손 회장은 최근 위워크 상장 실패 등 비전펀드 실적 부진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위워크에 약 7조원을 투자해 지분 29%를, 우버는 13%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쿠팡도 50% 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전문가들은 FI를 통한 자금 조달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과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는 장기로 보고 계속된 투자를 해줘야 하는데, FI에만 의존하는 지금의 구조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효상 숭실대학교 교수는 "쿠팡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FI를 통한 홀로서기 구조로는 갈 길이 멀다"며 "아마존·알리바바 등과 같은 SI와 인수합병 해야 시너지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