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도 우리 구역" 돈벌이 나선 조폭들

조유미 기자 2019. 10. 29.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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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파 출신 등 전현직 조폭들 최근 자금난에 앞다퉈 뛰어들어
폭력조직 경험담 위주로 제작.. 조폭 미화 ·모방범죄 우려 커져
문신 먹방하고, 수의 입고 나오고 - 조폭 출신 유튜버가 문신을 드러낸 채 밥을 먹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유튜버가 구치소에서 입었던 수의를 입고 나왔다며 진행하던 방송 장면. 원칙적으로 구치소 수의는 반출이 불가능하다. /아프리카TV·유튜브

"나가(내가) 김태촌 형님하고 광주에서 스테이크를 처음 먹어봤어라."

"조폭이 뭐시냐고? 나라에서 명단을 만들어 특별 관리를 혀야 진짜 조폭이지, 아니면 그냥 폭력배여."

조직폭력배 출신 A씨는 지난 8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이런 이야기를 방송에서 한다. 그는 광주광역시에 근거지를 둔 폭력 조직으로 국내 3대 폭력 조직으로 꼽히는 '서방파' 출신이다.

전·현직 조폭들이 유튜브 삼매경에 빠졌다. 경찰에 따르면, '조폭 유튜브'는 2017년 무렵 부산 출신 조폭들이 먼저 시작했고, 이후 "유튜브로 쉽게 떼돈 벌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확산했다.

이들은 스스로 폭력 조직 출신인 것을 숨기지 않는다. '조폭' '형님' '조직' 같은 키워드를 제목에 포함시키면 조회 수가 폭발적으로 올라가고, 수익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인천 '주안식구파' 부두목 출신인 유튜버 B(47)씨가 올린 '진짜 조폭과 가짜 조폭 구별법' 영상은 28일 기준 조회 수 99만 회를 기록 중이다. 내용은 단순하다. "어디 식구냐" "누구 또래냐"고 물었을 때 대답하지 못하면 가짜 조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댓글난에는 '모르는 세계 이야기라 재미있게 봤다' 등 호응 댓글 중심으로 2000여개가 달렸다.

방송 내용은 조폭과 관련된 경험담이 주를 이룬다. "곁에서 본 조폭 두목은 공갈, 협박을 능수능란하게 하고 머리도 굉장히 좋다" "조직 내에서 두목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행동대장" 등의 내용이다. 교도소 체험담도 올라왔다.

조폭들이 유튜브 방송에 뛰어든 건 자금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폭 수사를 전담하는 부산 경찰 관계자는 "술집 운영도, 갈취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유튜브로 활로를 찾는 것"이리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유튜브 방송은 잘나가는 조폭 입장에선 소위 '가오가 상하는'(명성에 금이 가는) 일인데, 돈 없이 움직이겠느냐"고 했다. 그렇다고 큰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대박'의 기준으로 통하는 '조회 수 100만 회'도 채널 운영자에게 돌아가는 수익금은 150만원 안팎이다.

'범죄 미화' '모방 심리 자극' 등 부작용 우려가 나온다. 구독자 47만 명의 인천 '부평식구파' 출신 유튜버는 지난해 한 온라인 생방송에서 "술을 마시고 패싸움을 하다 상대방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다"고 말했지만, '우리 형님 멋있다' '상남자' 같은 댓글이 달렸다.

한 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관할 지역 내 조폭들의 유튜브 활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긴 하지만, 조폭이 유튜브 콘텐츠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처벌하긴 어려워 고민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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