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사살·광역 울타리로 돼지열병 차단 대책에.. 전문가 "비과학적 보여주기"

손영하 입력 2019. 10. 29. 04:42 수정 2019. 10. 2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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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과 야생 멧돼지 이동을 막기 위한 긴급대책을 꺼내 들었지만, 실효성이 부족한 '보여주기 식'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승헌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는 "대규모 멧돼지 포획은 돼지열병 방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울타리를 설치한다고 해서 멧돼지 이동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농민들의 요구에 따른) 전형적인 민원해결 식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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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대책 강화방안에 따른 광역울타리 위치 및 1차 차단지역 변경안. ASF 중앙사고수습본부 제공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과 야생 멧돼지 이동을 막기 위한 긴급대책을 꺼내 들었지만, 실효성이 부족한 ‘보여주기 식’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당국이 돼지열병 바이러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농가들의 요구에 밀려 무리한 처방을 추진한단 것이다.

28일 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부터 완충지역 5개 시군(포천 양주 동두천 고양 화천)에서 남에서 북으로 몰아가는 방식으로 야생 멧돼지 총기 포획을 허용했다. 완충지역은 돼지열병 발생지역과 인접해 감염 멧돼지가 달아날 수 있다는 이유로 그간 총기 포획을 금지해온 곳이다. 수습본부는 “멧돼지 이동성이 증가하는 번식기에 앞서 개체 수를 줄이고 농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전략적 총기 포획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돼지열병을 성공적으로 방역한 체코의 사례와 배치된다. 체코 방역당국은 2017년 6월 26일 야생 멧돼지에서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 지역 △고위험 지역 △저위험 지역 등을 설정하고, 약 20일 뒤인 7월 17일 저위험 지역부터 총기 포획을 시작했다. 완충지역과 마찬가지로 발생지역과 접한 고위험 지역 총기 포획은 9월 17일이 돼서야 허용됐다. 그 사이 방역당국은 멧돼지가 돼지열병으로 사망하길 기다리며 사체를 찾아 처리하는 데 집중했다.

체코 정부가 멧돼지 사냥을 늦춘 것은 멧돼지와 돼지열병 바이러스의 특징 때문이다. 멧돼지는 포획 작전으로 더 멀리 달아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명의 위협을 느껴 새끼를 더 많이 낳을 수도 있다. 체코 방역당국은 관련 보고서에서 △돼지열병의 치사율이 95%에 이르고 △전염성이 10% 정도로 낮은 점 등을 들어 “사냥은 멧돼지에서 돼지열병을 퇴치하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체코는 구간을 좁게 설정해 거리로 봤을 땐 우리 완충지역도 체코에서 먼저 사냥을 했던 지역”이라며 “우리는 돼지열병이 발생하지 않은 외곽에서부터 포획해 확산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책인 ‘동서 횡단 울타리’는 울타리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조차 없는 상태다. 울타리를 치는 경기 파주시부터 강원 고성군 사이 290㎞ 구간에서 △정확한 울타리 길이 △울타리의 높이 △울타리의 재질 등 모두가 여전히 논의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습본부 관계자는 “현장에 가 직접 자연지형과 도로 등을 확인해야 어떻게 울타리를 설치할지 구체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보다 과학적인 접근을 촉구한다. 정승헌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는 “대규모 멧돼지 포획은 돼지열병 방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울타리를 설치한다고 해서 멧돼지 이동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농민들의 요구에 따른) 전형적인 민원해결 식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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