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수녀복·간호사복 '할로윈 코스튬' 논란..특정 직업군 대상화 '도마'

입력 2019. 10. 3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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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밤 31일 이태원 할로윈 축제 절정 전망
교복-수녀복-간호사복 등 코스튬.. 특정 직역 대상화 논란
전문가 "일탈이 축젠데".. 전문가 "여성 성적 대상화는 안돼" 비판도
빅뱅 출신 가수 승리가 경찰 제복을 입고 찍은 사진 [연합]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할로윈 축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코스튬 논란’이 다시 대두됐다. 이른바 남성들의 ‘제복 환상’을 충족시키는 데 교복은 물론 수녀복, 간호사복, 승무원복 등까지 동원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차별적 요소가 큰 의상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과도한 공포심 조장은 경범죄 처벌이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복장 논란에 대해 ‘해외 풍습이 한국화 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31일 할로윈데이, 이태원 등서 축제 절정= 30일 업계에 따르면 10월 31일부터 오는 주말까지 서울 이태원, 롯데월드 등에선 ‘할로윈 데이’ 축제 퍼레이드가 이어진다. 2015년 이후 해외 풍습으로만 알려졌던 할로윈 데이 축제는 수만명이 넘게 참석하는 국내 축제로 바뀌었다. 문제는 해외 축제인 할로윈 데이가 한국에 정착하면서 노골적인 성상품화와 대상화 등과 결합하면서 사회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특정 직역을 상징하는 제복 다수가 ‘코스튬 플레이’에 사용되는 것은 직역에 대한 사회적 또는 남성들의 편견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간호사와 간호학과 학생들이 사용하는 페이스북 게시판에는 지난 18일 “왜 꼭 간호사를 성적인 대상으로 코스프레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언제쯤 이런 인식이 개선될런지 정말 착잡하다”는 비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수녀복과 교복 등도 할로윈 코스튬 복장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허벅지가 다 드러나는 짧은 치마와 가슴골이 깊게 파인 복장으로 변형된 채로다. 교복의 경우 미성년자를 대상화 한다는 문제가 이미 수년전부터 제기돼 왔으며, 변형된 수녀복이나 경찰 제복 등도 코스튬 플레이의 단골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그룹 빅뱅 출신의 가수 승리가 과거 경찰 제복 스타일의 할로윈 코스튬을 입었던 것이 뒤늦게 확인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미국에선 코스튬에 대한 인식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ABC 뉴스는 “당신의 코스튬이 취약 계층을 모욕하지 않는지, 인종차별적·성차별적·동성애 혐오적이지는 않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할로윈 코스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주문했다. 또 미국에선 무슬림 전통복장을 한 인사가 손에 폭탄을 들고 있는 장면이 종교적 편견 조장을 일으킨다는 논란을 일으킨 바 있고, 미국-멕시코 사이 국경 장벽을 본뜬 할로윈 코스튬을 미국 초등학교 교사들이 입어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하는 분장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2항 제3호 규정은 불쾌하거나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할 경우 적용된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거나 다니는 도로·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고의로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준 사람 등은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10월 18일 간호사-간호학과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 [페이스북 캡처]

▶“서양 축제의 재해석…성적 대상화 안돼”= 전문가들이 가진 문제 의식은 엇갈린다. 축제 자체가 일종의 일탈인데 축제에 과도한 문제 의식을 투영하면 축제 의미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과, ‘약자에 대한 풍자는 폭력’이라는 문제 인식이 교차하고 있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할로윈 코스튬 논란은 해외 풍습이 한국화 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해외를 다녀온 젊은이들이 늘어나다보니 서양 축제를 한국 젊은이들이 재해석해서 즐기게 된 것이다. 이를 상업적으로 부추기는 세력이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스튬 가운데 여학생의 교복, 수녀복, 간호사, 승무원복 등 여성 직역을 상징하는 제복들이 많은 것은 아무래도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시선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스튬 가운데 수녀복은 비하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 수녀는 종교적인 것에 더불어 그들의 여성성을 희화하해버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나머지는 상식의 선을 넘는다고 볼 수 없다. 교복 데이를 할 때 젊은 여성들이 교복 많이 입는다. 대중의 심리에 따라서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옷 또는 제복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규정이나 틀을 상징한다. 의상 자체가 틀이 되는 것”이라며 “축제는 기본적으로 그 틀을 벗어버리고 싶다는 의미에서 치러지는 것이다. 축제는 본래 일탈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려면서 “할로윈 코스튬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다. 너무 예민하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 특히 그들이 그런 옷을 입는 것이 여성비하나 그런 의도로 한 것도 아니다. 그냥 관심 끌기 위해서라는 것을 인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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