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준다더니..가난할수록 못 받는 '청년수당'

곽동건 2019. 10. 3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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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서울과 경기도 같은 일부 지자체에서는 청년들의 구직 활동을 돕기 위한 '청년 수당'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런 복지 혜택이 가장 절실한, 기초생활 수급자는 '이중 지급'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수당을 신청도 할 수 없습니다.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왜곡된 '선별 복지'의 실태 곽동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달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을 신청한 24살 대학생 김 모 씨.

월 80만 원의 기초생활 생계급여가 소득의 전부인 가정 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태기 위해서였습니다.

[김00/대학생] "부모님은 건강이 많이 안 좋으셔서 따로 일을 못하고 계시고요. 당장 급한 입장으로서 '저걸로 좀 그래도 나아질 순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그런데 며칠 뒤 주민센터에서 공문이 날아왔습니다.

만약 청년수당을 받게 되면 그 금액만큼 생계급여가 삭감될 거란 내용이었습니다.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은 소득과 관계 없이 만 24세 청년에 100만 원을 지급하는데, 기초생활 수급자는 받을 수 없다는 겁니다.

결국 김 씨는 이 수당을 포기했습니다.

[김00/기초생활수급 가구 대학생] "저거(수당) 있으면 나는 조금 더 나아질 거 같은데, 저 친구들은 받을 수 있고 왜 나는 못 받을까. '가난한 건 죄일 수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서울시도 미취업 청년들에게 최대 6개월간 매달 50만 원의 청년 수당을 지원하고 있지만, 기초생활 수급자는 아예 신청조차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기초생활 수급자도 받을 수 있도록 하려고 했는데 보건복지부에서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논의가 잘 되진 않았고…"

이런 사정은 노인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면 최대 30만 원까지 매달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정작 소득 최하위인 기초 수급 노인들에겐 기존 수급비에서 기초연금만큼 삭감하고 있습니다.

[홍락표/기초생활수급 노인] "(기초연금) 5만 원 더 주니까 생계비 5만원 까버리고… 그러니까 조삼모사라는 거예요."

정부는 청년수당이나 기초연금도 일종의 소득이기 때문에, 소득을 생계급여에서 제외하는게 기초생활보장제의 원칙이라고 말합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꼭 필요하다고 얘기할 수 있겠으나… 하나씩 다 예외로 하면 사실은 기초보장 제도가 유지될 수 있는 근간이 흔들려요."

하지만 아동수당, 국가유공자수당, 장애수당 등은 생계급여에서 빼지 않는 데다, 빈곤층이 오히려 각종 복지에서 소외되는 모순이 발생한단 지적입니다.

[오건호/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복지의 기본 속성이 재분배 효과를 내야 되는데 오히려 격차가 더 생겨버리는 거예요. 어려운 사람들이 더 어려워지는 거니까."

빈곤층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줬다 뺏는다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지난해 국회에선 10만 원까지는 보장하자고 여야가 합의했지만, 예결위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무산시켰습니다.

MBC뉴스 곽동건입니다.

(영상 취재: 김희건, 영상 편집: 김관순)

곽동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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