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보복, 할아버지 잘못 아니에요"..큰 울림 준 초등생 편지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씨 "나 때문에 우리나라 어려워져"
인천 도림초 학생들 "더는 자책 말고 행복하세요" 자필편지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박승주 기자 = "할아버지 때문에 우리나라가 더 힘들어졌다고 하셨는데 할아버지 잘못 하나도 없으세요. 일본이 잘못한 거예요. 할아버지께서는 일본이 강제로 일하게 사셔서 어쩔 수 없이 하신 거잖아요."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피해복구를 요구하는 변호사·시민단체가 주최한 기자회견의 분위기는 초등학생들의 자필 편지로 일순간 숙연해졌다.

편지를 낭독한 진행요원은 글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울컥해 목소리가 떨렸고, 편지 속 할아버지 이춘식 할아버지(95)도 눈시울을 붉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 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은 30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일제강제동원 배상판결 1년, 피해자의 인권 피해 회복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강제동원 피해를 본 이 할아버지와 양금덕 할머니도 참석했다. 이 할아버지는 일본 정부가 경제보복을 가하자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나온다. 나 때문에 일어난 것 같아 괴롭다"고 토로했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인천 도림초등학교 학생들은 이 할아버지에게 "일본의 잘못이지, 할아버지 잘못이 아니다"라는 분명하고 따뜻한 메시지를 보냈다.

정재욱군은 편지에서 "(이 할아버지가)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했지만 할아버지 때문이 아니라 강제징용을 한 일본이 잘못"이라며 "일본이 수출규제를 한 것은 할아버지 탓이 아니다"라고 썼다.

박주은양도 "일본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할아버지를 강제로 끌고 가 노동을 시킨 건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가슴 아프고 화가 난다"며 "그런데 그걸 전부 할아버지 탓으로 돌리는 건 더 슬프다"고 적었다.

이어 "그간 큰 고난을 겪으신 만큼 충분히 행복하실 가치가 있다"며 "그러니 이젠 더 자책하시지 마시고 행복하세요"라고 위로를 건넸다.

전유연양은 "일본에 피해를 받은 분들이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역사를 정확히 알고, 일본이 잘못한 일을 정확히 말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는 편지를 썼다.

아이들의 편지를 전달받은 이 할아버지는 "국민이 이렇게 저를 도와줘서 고맙다. 할 말이 많지만 목이 막혀 말을 다 하지 못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날 민변과 시민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한일정부와 일본 기업에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양 할머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반드시 우리 앞에 무릎 꿇고 여러 사람 앞에서 사죄하는 것을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