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학생 맥박 뛰는데..헬기는 해경청장 태웠다

정환봉 2019. 10. 3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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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일 발견된 희생자가 맥박이 있는 상태였는데도 5시간 가까이 병원 이송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희생자는 응급헬기 등으로 20분 안에 이송이 가능했지만 네번에 걸쳐 배에서 배로 옮겨졌고 4시간41분 만에 이미 숨진 상태로 목포한국병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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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참위, 구조·수색 조사 중간발표
바다에서 발견된 단원고 학생
저산소증 긴급 치료 필요한데
코앞에 차례로 왔던 헬기 3대
구조 않고 해경 수뇌부 태워

학생은 배로 5시간 이송중 숨져
"해경, 구조에 최선 다하지 않아"
31일 오전 서울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회적참사특조위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세월호 참사 당일 해경이 익수자를 발견한 뒤 병원에 이송할 때까지 4시간 41분이 걸리고 구조 수색 과정에서 헬기가 투입되지 않는 등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을 밝혔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세월호 참사 당일 발견된 희생자가 맥박이 있는 상태였는데도 5시간 가까이 병원 이송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희생자는 응급헬기 등으로 20분 안에 이송이 가능했지만 네번에 걸쳐 배에서 배로 옮겨졌고 4시간41분 만에 이미 숨진 상태로 목포한국병원에 도착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3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세월호 참사 구조 수색 적정성 조사 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를 열어 구조 지연 문제를 짚었다. 사참위의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해양경찰은 2014년 4월16일 오후 5시24분께 안산 단원고 학생 ㄱ군을 세월호 사고 지점에서 100m 떨어진 바다에서 발견한 뒤, 오후 5시30분께 해경 3009함으로 옮겼다. 당시 3009함에는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수뇌부가 타고 있었다. 이후 5시52분 3009함과 목포한국병원을 연결하는 원격의료시스템이 가동됐다. 5시59분께 병원에 전달된 ㄱ군의 ‘바이털사인 모니터’에는 ㄱ군의 불규칙한 맥박과 함께 69%의 산소포화도가 나온다. 병원 쪽 응급의료진은 즉시 “심폐소생술(CPR)을 지속하며, ㄱ군을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일반적으로 산소포화도가 90% 미만으로 떨어지면 ‘저산소증’으로 분류되고, 69%는 긴급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발견된 단원고 학생 ㄱ씨의 2014년 4월16일 오후 5시59분 산소포화도 및 맥박 영상. 사참위 제공

하지만 병원 지시와 달리 ㄱ군은 배에 남겨졌다. 오후 6시35분께 3009함에 응급헬기가 도착했고 응급구조사와 해경 직원 등이 ㄱ군을 들것에 들고 헬기장까지 나갔다. 당시 헬기가 배에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 줄을 통해 ㄱ군을 옮기는 방안을 논의하던 중 마이크 선내 방송으로 “익수자 피(P)정으로 갑니다”라는 방송이 나왔고, 응급헬기는 돌아갔다. 사참위는 이때 해경이 내부적으로 ㄱ군의 사망 판정을 했다고 보고 있다.

사참위는 의사가 병원 이송 지시를 했음에도 해경이 자체적으로 사망 판정을 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같은 시각(오후 6시35분) 또 다른 헬기인 B517기가 3009함에 내렸지만, 이 헬기 역시 20분 정도 지난 뒤 ㄱ군이 아니라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을 태우고 떠난다. 앞서 ㄱ군이 3009함에 도착한 지 10분 뒤인 오후 5시40분에도 3009함에는 헬기가 있었지만, 이 헬기는 김수현 당시 서해청장을 태우고 5시44분 목포로 떠났다. ㄱ군을 헬기로 옮길 3번의 기회가 있었는데도 이송되지 않았던 것이다.

31일 오전 서울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박병우 국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스크린에 세월호 참사 당일 해경이 익수자를 발견한 뒤 병원에 이송할 때까지의 과정과 소요시간 등의 내용이 비춰지고 있다. 백소아 기자

결국 ㄱ군은 오후 6시40분 P22정이라는 작은 배로 옮겨졌다가 7시께 P112정으로, 30분 뒤에는 P39정으로 옮겨진 뒤 밤 10시5분에야 병원에 도착했다. 최초 발견된 배를 포함해 모두 5척의 배를 바꿔가며 4시간41분이 걸렸다.

물론 ㄱ군은 산소포화도가 낮고 맥박이 불규칙해 적절한 이송이 이뤄졌어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사참위는 해경 등 정부가 구조자를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박병우 사참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장은 “바이털사인(활력 징후)만으로 보면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다. 하지만 사망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구조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 전문적인 처치를 받는 것이 가장 적절한 대처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권지담 정환봉 기자 go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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