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배제라니요? 박찬주는 정말 귀한 분"

곽재훈 기자 2019. 10. 3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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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리더십 논란으로 번진 한국당 '1차 인재영입'

[곽재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을 대비한 1차 인재영입 발표 및 환영식을 열었지만, 의도와는 달리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 논란, 당 지도부 간 소통 부재설 등만 부각됐다. 발표를 앞두고 막판에 '공관병 갑질' 논란 당사자인 박찬주 예비역 육군대장의 영입 발표가 보류되면서다.

한국당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연 영입인사 발표 및 환영식에서 경제 전문가로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과 청년 인사인 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 장수영 정원에이스와이 대표, 여성 몫으로 양금희 여성유권자연맹 회장, 언론인 출신인 이진숙 전 대전MBC 대표이사, 핵과학자인 정범진 경희대 교수 등 8명의 인사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황 대표는 환영식 인사말에서 "나라를 지키고,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튼튼히 버텨온 자유 우파가 이제 힘을 합해야 한다"며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우리와 함께하는 첫 행사를 갖게 됐다"고 의미를 기렸다. 황 대표는 영입 인사들의 이력을 거론하며 "당 변화와 혁신을 추동하는 동력이 돼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황 대표가 환영식 후 마주한 기자들의 질문은 영입 배경이나 취지, 이후 이들의 총선 출마 등 인재 활용 계획이 아니라 다른 곳에 집중됐다. 당초 1차 인재영입 발표 명단에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막판에 보류된 박찬주 전 대장 문제와 이로 인해 불거진 당 지도부 간의 갈등설이 집중 부각됐다.

황 대표는 '박 전 대장은 발표 보류이냐 영입 취소냐'는 질문을 받고 "영입 취소가 무슨 말이냐"고 반문하며 "영입하고자 하는 분들,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많다. 어떤 것을 우리가 국민께 말할 것인가에 맞춰 소개한 것이다. 오늘은 경제에 주력한 첫 번째 행사였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안보 부분도 (영입 행사를) 해야 하는데, 그런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박 전 대장이 추가 영입 발표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 전 대장이 배제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는 "배제라니요?"라고 되묻고는 "정말 귀한 분이다"라고 그는 말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을 많이 (영입)했다. 발표가 남아 있을 뿐"이라며 "한 번에 다 (발표)할 수 없지 않느냐. 단계적으로 나눠서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황 대표는 전날 조경태·정미경·김광림·신보라 최고위원이 박맹우 사무총장을 통해 '박 전 대장 영입 발표는 부적절하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 당 대표에 대한 최고위원들의 집단 반발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는 "최고위원들에게 '반발하신 거냐'고 한 번 물어보시라"며 "저는 그렇게 듣지 않았고,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들었고 이야기했고, 최초 보고와 2차 보고를 통해 8명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관련 기사 : '갑질 논란' 박찬주 영입 급제동…황교안 리더십 휘청)

황 대표는 "최고위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의견이 새로이 나오는 것을 갈등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지도부 간 불화설을 진화했다. 그는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치며 하고 있지만, 개개인들 본인들은 충분하지 않은 게 있을 수 있다"며 "그런 것을 위해 사무총장과 부총장들이 노력하고 있고, 최고위원들도 어제 저녁까지 협의하고 '이번에는 어떤 분이 좋겠다', '이 분은 다음에 하는 게 좋겠다' 이런 논의를 했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이번 사태로 대표 리더십이 상처를 입었다는 지적에 대해 "그것을 리더십의 상처라 한다면 저에게 남아있는 리더십은 없을 것이고 오늘 행사도 못 했을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황 대표는 앞서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이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인재영입의 목표는 혁신, 변화, 통합을 통해 국민의 신뢰와 당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보여주기식 영입이 돼선 안 된다"며 "더 활발한 소통을 통해 당의 절대 단결을 이루고 총선 승리를 위해 함께 전진하겠다"고 단결·통합을 강조했다.

신상진·김세연 지도부 비판…황교안-나경원 불화설도 계속

그러나 당 내부에서도 박 전 대장 등의 영입을 추진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당 신정치혁신특위 위원장인 신상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장은 일단 오늘 발표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며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 결정했다가 번복하고 하는 일이 최근 들어 빈발하는 것 같다. 표창장 수여, 패스트트랙 가산점 등등"이라고 꼬집었다.

신 위원장은 "당의 의사 결정에 좀 신중치 못한 부분이 자꾸 튀어나오는 것에 대해서 점검하고 들여다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쓴소리를 했다. 신 위원장은 이진숙 전 사장에 대해서도 "평가가 좀더 갈릴 수 있다"며 "지금 우리 당이 처한 현실에서 '적폐 청산'의 피해자인 박 전 대장, 이 전 사장 같은 경우를 (영입)하는 것은 '굳이 많은 인물 속에서 이렇게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인물들을 이번 첫 인재영입 명단에 넣었어야 하는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 위원장은 '중도·무당층에 소구하는 인물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점에서 좀 부족한 상황이라고 생각이 든다"고 동감을 표하며 "오늘 명단이 발표되고 난 다음에 좀더 종합적인 인재 영입 평가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세간에 파격적인, 국민 관심적 인물이 이번에 부족한 것 같다"며 "오늘 발표되는 인재영입 가지고는 좀 부족하다는 것은 저희 당내에서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특히 신 위원장은 박 전 대장 관련 논란에 대해 "(황 대표의) 리더십에 큰 타격이라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최근 일련의 여러가지 저희 당 태도에서 가랑비에 옷 젖듯 작은 문제들이 쌓여서 결국 당 운영과 대표 리더십에 흠이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래서 빨리 당에서 하나하나 결정에서 많은 의견을 듣고 신중한 결정이 당 지도부에서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꼬집었다.

신 위원장은 나아가 내년 총선 전망에 대해서도 "지지율이 아직 낮다"며 "특히나 수도권에서의 지지율 회복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저희가 좀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또 저희 당 대통령 탄핵 이후에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국민 앞에 진솔한 반성적 의미, 실천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게, '조국 사태'로 인해 한국당 지지율이 올라야 정상인데 오히려 더 안 오르고 있는 것은 당 운영을 잘못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것)"라며 "이런 데 대한 국민들의 걱정과 지지층의 우려가 많다. 이런 부분을 냉정히 되짚어보고 개선하지 않으면 중도층 외연 확장에 어려움을 겪어서 결국 내년 총선 전략에서 큰 문제가 있겠다는 판단"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한국당 비주류인 복당파 의원들 가운데 유일하게 지도부에 속해 있는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찬주 전 대장이 전역 과정에서 대단히 모욕적인 일들을 겪은 것은 사실이고 '적폐 몰이' 대상으로 몰렸던 정황이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관병 갑질' 행태까지 면죄부를 받는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좀 더 신중한 절차를 밟는 것은 다행스럽다"고 사실상 영입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 원장은 "현재까지는 보류가 맞고, 앞으로 보류가 될지 취소가 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일단 1차 발표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은 그래도 당의 판단 능력이 아직 살아 있다는 점에서 그나마 안도할 만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보에 대한 존중 개념에서 당에 안보나 군 관련 전문 인사들을 모시는 것이 필요한데, 이런 논란이 있는 경우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원장은 "박 전 대장의 영입이 보류된 것은, 저희가 '오른쪽 렌즈'만 끼고 가다가 그래도 이런 문제점을 경청하고 수용을 한 점에서는 그나마 저희는 판단이 빨랐던 거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래서 오른눈잡이, 왼눈잡이가 될 것이 아니라 양눈잡이가 되어야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지금 민주당이 왼눈잡이, 저희 당이 오른눈잡이에 가깝다면 누가 빨리 양쪽을 다 균형잡힌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빨리 갖추느냐가 총선 승리의 향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원장은 박 전 대장을 영입할 경우에도 상징성이 큰 비례대표보다는 지역구 출마가 맞다는 개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보통 인재 영입이라고 하면 지역구 출마도 있지만 비례대표 후보군에 들어오는 얘기를 하고 있지 않느냐"며 "박 전 대장 같은 경우, 만약 비례대표로 모신다면 정당의 가치판단 비중이 더 높아지는 결정이라고 할 수 있는 반면, 지역구로 출마하면 지역 유권자에 의해서 선택을 받는 거기 때문에 저는 본인의 뜻으로 지역구에 출마해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서 국회에 입성하시는 것은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당의 인재 영입 전반에 대해서도 "황 대표께서 '청년 친화 정당', '여성 친화 정당'이 되겠다는 의지를 계속 밝혔기 때문에 아마 1차에서는 좀 부족하게 보이는 점이 있더라도 2차, 3차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많이 보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 23일 황 대표가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서 이른바 '패스트트랙 가산점' 논란 와중에 '공천 룰 사전 유출은 해당(害黨)행위'라고 말한 것이 전날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이것이 가산점 발언 장본인인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데 대해 김 원장은 "그 부분은 팩트가 다른 것 같다"고 부인했다.

김 원장은 "황 대표가 비공개 회의에서 이야기한 것은 '지금 공천 룰에 대해서 이야기해서 혼란을 가져오는 것이 해당행위'라고 언급했던 것"이라며 "직접적으로 대상이 되었던 부분은 (패스트트랙 가산점이 아니라) '특정 지역 3선 이상 배제' 대목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황 대표도 이날 환영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도를 봐도 '나 원내대표를 향해 한 말이 아니라고 돼 있다. 제목과 다르다"며 "어려운 일이 많이 있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없는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황 대표는 그러면서 "아까 내가 나 원내대표와 (회의실에) 들어오고 나갈 때, 서로 갈등하고 질책하고, 야단맞고 야단한 그런 얼굴을 보이던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내가 여기에서 말한 것을 하나 떼서 저기에서 말한 부분과 붙여서, 마치 여기에서 얘기한 것이 여기(특정한 인물·사건)에 대해 얘기한 것처럼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기도 했다. 김 원장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설명과 같은 취지의 말로 해석됐다.

그러나 김 원장은 가산점 논란 자체에 대해서는 "당의 내부 논리로 보자면 타당한 면이 있지만, 국민적으로 볼 때는 좀 적절치 않아 보이는 대목도 있다"며 비판적 의견을 보였다.

신상진 의원도 "요즘 사태를 보면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간에 소통이 부족한 게 아닌가"라며 "전에 의원총회에서 갑자기 표창장, 패스트트랙 가산점 이런 이야기들이 있는 걸 보고서 '당 대표와는 과연 협의가 됐을까'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 원내대표는 12월 중순까지가 임기인데 이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하는 데까지 있어서는 좀 더 긴밀한 협의를 통한 발표가 강화되지 않으면 당내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재훈 기자 (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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