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업보조금 WTO 허용 16%만 썼다

송민섭 입력 2019. 10. 31. 18:54 수정 2019. 10. 3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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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20여년간 세계무역기구(WTO)가 개발도상국에 허용한 농업보조금의 15.5%만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현권 의원은 "WTO가 출범한 이후 정부는 개도국 지위를 내세워 보장받은 감액대상보조한도를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다"며 "그렇다고 정부가 지난 20년간 선진국 수준의 농정으로 체질을 개선한 것도, 농업경쟁력을 강화한 것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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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년간 30% 이상 집행 '0' / 쌀 수매제 폐지 후 규모 더 줄어 / 都·農 소득격차 해소에는 '뒷짐' / 통상 등 이유 농민 희생만 강요
정부가 지난 20여년간 세계무역기구(WTO)가 개발도상국에 허용한 농업보조금의 15.5%만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5년 WTO 출범 당시 한국은 농업·공업 간 불균형 경제성장 정책을 내세워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았으나 그동안 도시·농촌 소득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적 노력에는 소극적이었다. 정부는 그럼에도 국제통상·대외관계를 이유로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하는 등 농업·농촌을 또다시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31일 세계일보가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을 통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WTO 통보 농업보조금 이행 현황’(1995∼2015년)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1년간 농민·농업에 지불한 보조금은 모두 30조3844억원이었다.

세부적으로는 WTO가 쌀 수매제 등 농업 분야 무역왜곡을 막기 위해 제한한 ‘감축대상보조’(AMS) 집행액은 18조630억원이었다. 쌀과 고추 등 특정품목과 농작물재해보험 등 불특정품목의 최소허용보조금(DM)은 12조3214억원이었다.

문제는 정부가 1995년 이후 단 한 해도 빼놓지 않고 WTO 허용치의 30% 이상을 집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MS는 1995년(2조1826억원)부터 2015년(1조4900억원)까지 21년간 34조7532억원을 쓸 수 있었다. DM 허용액까지 포함하면 195조805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21년간 WTO 허용치의 15.5%(30조3844억원)만 준 셈이다.
특히 쌀 수매제가 폐지(2004년)된 뒤에는 정부보조금 규모가 더 쪼그라든 것으로 분석됐다. AMS는 국내외 가격 변동에 따른 각국 농민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소득 보존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생겨났다. 정부는 2004년까지 운용해온 쌀 수매제가 AMS 한도에 육박하자 이듬해부터 직불제·공공비축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2005년 이후 WTO 허용치와 실제 보조금 집행액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1995∼2004년 AMS·DM 한도 대비 실제 연평균 집행률이 27.1%인 반면 2005∼2015년 집행률은 7.0%에 불과했다.

WTO가 그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는 허용보조금(Green Box) 역시 1995년 3조7878억원, 2005년 5조2198억원, 2015년 7조3643억원 등 농업총생산액 대비 연평균 4.3%에 불과하다. 김현권 의원은 “WTO가 출범한 이후 정부는 개도국 지위를 내세워 보장받은 감액대상보조한도를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다”며 “그렇다고 정부가 지난 20년간 선진국 수준의 농정으로 체질을 개선한 것도, 농업경쟁력을 강화한 것도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20여년 전 보조금 한도액을 최대치로 보장받았다는 것을 그간의 농민·농업·농촌정책의 실효와 연관짓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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