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글쟁이 스님 "수행도 게임하듯 즐겁게"
불자와 상담하며 나눈 대화 모아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출간
"출가 생활을 해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더군요. 진정성은 공감과 소통의 훌륭한 바탕이 됩니다. 제가 처음 불교 공부하면서 부처님에 대해 느낀 것도 '이 사람 진정성이 있구나'였지요. 진정성은 내가 먼저 갖추는 것이지 남에게 요구해서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조계종 종정을 지낸 법전(法傳·1925~2014) 스님의 40번째 상좌, 2년간 세계 45개국을 누빈 배낭여행가, 닉네임 'monkwonje'인 컴퓨터 게임의 고수(高手)이면서 출가 13년 만에 안거(安居) 참가 횟수만 20번…. 경북 김천 수도암 원제(圓帝·40) 스님이 그동안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쓴 글 500여편 가운데 70여편을 모아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불광출판사)를 최근 펴냈다. '신세대 글쟁이 스님'의 등장이다.
29일 간담회 자리에서 그는 쾌활하고 솔직했다. 서강대 종교학과 재학 중 강의로 불교를 처음 만났다. 비록 백지 답안을 내는 바람에 D학점을 받았지만 부처님 말씀을 적은 경전을 보면서 '진정성'에 끌렸고, 명상 체험을 하면서 출가 결심을 굳혔다. 2006년 해인사로 출가한 그는 당시 종정이자 해인사 방장이었던 법전 스님 슬하로 '배정'됐다. 군기 바짝 들어 있어야 할 행자 시절부터 그는 남달랐다. 남들은 눈 마주치기도 어려워하는 법전 스님이 뜰을 걸으며 산책할 때 그는 졸졸 따라다니며 궁금한 걸 묻고 또 물었다.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에 격식에 얽매일 틈이 없었다.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엉뚱하게도 '문명'이라는 컴퓨터 게임 때문이다. 세계일주 중에 영국 스톤헨지를 찾은 그는 방대한 자료조사를 거쳐 생생한 답사기를 컴퓨터 게임 이용자 카페에 올렸고 금세 그 세계에서 유명인이 됐다. 이를 계기로 그는 참선 수행하고 불자들과 상담하면서 나눈 대화를 글로 적어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번에 책으로 엮었다. 그가 상담하는 동안 좌중엔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고 한다. 직설로 쉽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끊임없이 의심하라'이다. '나'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실제로 있나? 몸이 나인가? 옳음과 그름이 구별될 수 있나? 불쑥 치밀어 오르는 화는 나쁜 것인가? 등등이다. 그 의심은 '낱낱이 진실해지는 소식의 세계'로 들어가는 방편이다. 중국 당송 시대 고승(高僧)들의 어록을 즐겨 읽는다는 스님은 화두가 만들어진 상황을 현재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과제로 삼고 있다. 다음 달 수도암 내 6평 암자에서 동안거를 시작한다. 석 달 동안은 글쓰기를 멈추고 생각을 다듬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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