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기범 잡고 보니 '인출책'.. 중고나라 침략한 중국 피싱조직

오지혜 2019. 11. 1.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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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에 이어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 사건의 배후에도 '중국 조직'의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보이스피싱 사건을 주로 맡아온 한 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관계자는 "중고거래 사기 사건에서 모집책, 인출책, 송금책까지 갖추고 움직인다는 건 보이스피싱과 사실상 다를 바 없는 범죄 행각"이라며 "인터넷 기반 사기가 이런 범죄 양상으로 번지기 시작하면 수사가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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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자를 가짜 결제 사이트 유도… 거래 취소 요구하면“수수료 더 내라”

경찰, 소액 사기 잡범 취급했는데 추적해보니 중국 범죄조직 연루

사기꾼이 올린 중고거래 게시글(왼쪽)과 카카오톡 대화내용. 카카오톡 대화 속 인터넷 주소는 가짜로 만들어진 결제 유도 사이트다. 독자제공

보이스피싱에 이어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 사건의 배후에도 ‘중국 조직’의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그 동안 중고거래 사기를 ‘잡범들의 단순 소액 사기 사건’쯤으로 취급해왔던 수사당국도 배후를 뒤쫓기 시작했다.

창원 서부경찰서는 31일 최근 중고거래 사기 사건을 추적하다 중국인을 붙잡아 창원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국 공조 수사를 통해 배후 추적에 나섰다.

수사의 시작은 직장인 성모(40)씨의 피해 사례였다. 성씨는 인터넷 중고거래 시장인 ‘중고나라’에서 태블릿PC에 쓸 수 있는 ‘애플펜슬’을 사기로 했다. 하지만 3차례에 걸쳐 60만원을 입금하고도 물건을 받지 못했다. 사기범은 성씨가 ‘가짜 결제 사이트’를 통해 결제하도록 유도한 뒤 돈을 받아 가로채는 수법을 썼다. 성씨가 물건 지급이 늦다며 항의하면서 환불을 요구하자 ‘안심결제 수수료를 함께 보내야 거래가 취소된다’며 돈을 더 뜯어내는 뻔뻔한 수법까지 썼다.

경찰은 이 사건 수사를 진행하다 중국인 A씨를 붙잡았다. 조사해보니 A씨는 범행에 사용된 대포통장에서 돈을 빼다 환전해 중국계좌로 송금하는, 일종의 ‘인출책’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위챗’을 통해 지령을 받아 대포통장을 관리, 운용해온 인물이었다. A씨 뒤에는 대포통장 모집책, 현금 인출책, 그리고 지령을 내리는 본부 등으로 구성된 조직이 있다는 의미다. 경찰은 피해 금액도 수억 원, 피해자도 수백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과 달리 이런 범죄가 의외로 널리 퍼져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고품 거래 사이트에다 ‘미개봉 휴대폰을 싸게 주겠다’며 1억60만원의 돈을 받아 가로챈 B, C씨가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수사 결과 이들도 중국 지린성(吉林省)에 위치한 ‘콜센터’에서 지령을 받아 움직이면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아 송금하는 중간책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 5,200여만원을 뜯어내 징역형을 선고받은 D씨가 돈을 보낸 곳도 중국 계좌였다.

중고거래 사기 사건의 이런 패턴을 두고 경찰은 경계심 바짝 높이고 있다. 예전까지 중고거래 사기 사건이라 해봐야 돈 받고 물건 안 주거나, ‘벽돌’ 같은 황당한 물건만 보내주는 단순 사기 사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 양상이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보이스피싱 사건을 주로 맡아온 한 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관계자는 “중고거래 사기 사건에서 모집책, 인출책, 송금책까지 갖추고 움직인다는 건 보이스피싱과 사실상 다를 바 없는 범죄 행각”이라며 "인터넷 기반 사기가 이런 범죄 양상으로 번지기 시작하면 수사가 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 사건만 해도 경찰은 수원 남부경찰서를 중심으로 전국 공조 수사에 들어갔다. 배후 조직을 붙잡기 위해 A씨에게 지령을 내린 이들을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돈을 보낸 중국 계좌 역시 대포통장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계좌 주인을 범인으로도 볼 수 없다”며 “윗선을 추적하기 위해 다각도로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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