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자리 번호판 일본차 향해 '매국노' 비난 여전

박민기 2019. 11. 1. 07: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등록 차량에 새로운 번호판..인터넷에 사진 돌아
댓글에 "진짜 이런 매국노가 있네"·"일본어로 인사하라" 등
렉서스 등 일본차 수요 벤츠·BMW로 몰려.."하차감 중시"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오천도(왼쪽) 애국국민연합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22일 오후 삭발을 한 후 열린 일본 불매운동 지속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9.23.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민기 기자 = 정부가 기존 사용하던 7자리 번호판이 포화 상태라는 이유로 새로 등록되는 차량은 모두 8자리 번호판을 달게 한 가운데 새로운 번호판의 일본차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일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매국노 낙인'을 찍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7월 본격화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8자리 번호판의 적용 시기가 겹치면서 불매운동 와중에 일본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8자리 번호판을 받게 되고, 도로 위에서 해당 차량들을 본 일부 국민들이 이를 불매운동에 동참하지 않은 '친일 행위'라고 비난하며 인터넷에 인증사진과 글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1일 국내 최대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지난달 출시돼 8자리 번호판을 달고 있는 일본차 차주들을 비난하는 글과 사진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이같은 현상은 8자리 번호판이 처음 나올 당시부터 나타났는데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3일 '진짜 이런 매국노가 있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물에는 8자리 번호판을 달고 있는 렉서스 'ES 300h' 차량의 뒷모습이 찍힌 사진과 함께 "누구는 불매운동 스티커 붙이고 다니는구만"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작성자는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라고 적힌 스티커 사진을 함께 게시했다.

해당 글은 약 2만260회의 조회수와 함께 '보배드림 베스트글 게시판'에 올랐으며, 댓글들 역시 "토착왜구들이 미쳐 날뛰는구나"와 "미쳐가는 일본 앞잡이가 있네" 등 차주를 비난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달 26일 약 1만1100회 조회수와 함께 베스트글 게시판에 오른 '춘천에 매국노 추가요'라는 게시물은 8자리 번호판을 달고 있는 렉서스 ES 300h의 뒷모습 사진과 "실제로는 처음 보네요"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해당 게시물에 달린 26개의 댓글 가운데 '일본차 구입 비난을 자제하자'는 뉘앙스의 글은 한 개 뿐이었다.

한 네티즌은 "평소에 스스로를 애국자라고 자부하지만 이렇게까지 비난하는 것을 애국이라고 보느냐"며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를 싫어하고 친일파 역시 싫어하지만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댓글들은 "나라 팔아먹을 놈들", "번호판이 바뀌는 바람에 다 들통이 난다" 등 일본차를 구입한 차주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올라온 '우리 아파트에 폭풍 할인 일본차가 있네요'라는 게시물에는 8자리 번호판을 달고 있는 혼다 '파일럿' 차량의 앞모습과 함께 "전 국민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국에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일본을) 확실히 밟을 수 있는데"라며 "하필 우리 아파트에 이런 사람이 있어서 씁쓸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약 9만7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409개의 댓글이 달려있었지만 이 역시 대부분 "지나갈 때 일본어로 인사하세요"와 "토착왜구 친일 반민족주의", "차 번호가 진짜 '매국노'로 읽혀요" 등 해당 차량을 구입한 차주를 비난하고 있었다.


일본 제품을 향한 불매운동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일본차를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일본차 브랜드들이 높은 기술력을 앞세워 친환경 하이브리드 차량을 향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적극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잔고장 없이 가성비 좋은 차량"이라는 인식이 더해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불매운동 와중에도 일본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의 대표 모델로 손꼽히는 ES 300h을 앞세운 렉서스의 경우 지난 8월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대부분의 일본차 브랜드들이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7% 증가한 판매량을 나타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렉서스 ES 300h는 지난 8월 일본차 모델 중 유일하게 '수입 승용차 베스트셀링 톱 10' 중 10위에 이름을 올리며 일본 하이브리드 차량을 향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꾸준하게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도 했다.

지난달 역시 토요타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 혼다가 82% 감소, 닛산이 87% 감소했을 때 렉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약 50%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하며 유일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렉서스 ES 300h는 지난달에는 최근 신차를 출시한 아우디와 볼보 등에 밀려 베스트셀링 모델 톱 10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편 렉서스 ES 300h 등 일본 하이브리드 차량을 고려하다 불매운동과 겹쳐 구입을 미룬 대부분 소비자들은 대신 독일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차량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매운동 분위기로 인한 주변의 시선 때문에 애초 구매하려 했던 ES 300h 등 일본 하이브리드 차량을 포기하는 대신 비용을 조금 더 보태 독일차 브랜드로 넘어갔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벤츠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7707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7% 증가, BMW는 4249대 판매로 107% 증가한 판매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로 인한 '하차감'을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들은 애초 원했던 모델 대신 다른 모델을 구입할 때 윗급 브랜드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며 "차라리 '수백만원을 더 쓰더라도 벤츠나 BMW를 구매하겠다'는 소비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minki@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