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VIP 3국' 한국행 비자신청 폭증..최고 45일 소요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을 일컫는 '동남아 VIP 3국'에서 한국행 비자심사 접수가 폭증해 관광비자를 발급받는데도 최고 45일이나 소요되고 있다.
6일 현지 대사관과 외교 당국에 따르면 현재 필리핀에서 관광비자를 신청하면 최고 45일이 소요되고, 베트남은 15일 또는 8일, 인도네시아는 일주일이 걸린다.
2010년대 중반 들어 동남아 경제 성장과 저비용항공사(LCC) 취항, 한류 바람을 타고 관광비자 신청이 계속 늘었다.
게다가 11월 25∼26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아세안 국민 편의를 위해 10∼12월 비자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하자 신청이 더 늘었다.
필리핀의 경우 2013년 7만5천건에 불과하던 비자 접수 건수가 5년이 지난 2018년 18만7천건에 이어 올해는 상반기만 10만2천건으로 연말까지 20만건을 넘길 것이 확실시될 정도다.
특히 필리핀 관광객이 가을과 겨울에 한국방문을 선호하다 보니, 9월에 2만7천건, 10월에 2만건이 접수됐다. 근무일 평균 하루 1천300건, 1천200건 이상이 들어온 셈이다.
이 통계에는 결혼·취업비자 등은 포함되지 않으며 95% 이상이 관광비자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지난해 15만7천건이 접수됐고, 올해는 1∼9월 11만4천여건이 들어왔다. 10월에는 1일부터 15일까지 약 1만건으로 근무일 평균 하루 1천건이 넘게 몰려들었다.
문제는 이 많은 심사를 소수의 비자 영사가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필리핀 대사관은 2006년부터 비자 담당 영사가 2명이다. 비자 신청이 2006년 4만7천건에서 올해 20만건(예상)으로 4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인력 증원이 없다.
인도네시아 대사관도 비자 신청이 2015년 9만2천건에서 올해 16만5천건(예상)으로 1.8배 증가했지만, 비자 담당 영사는 계속 2명이다. 베트남에도 비자만 담당하는 영사는 2명이다.
더구나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공무원들도 가급적 야근과 주말 근무를 줄여야 하고 행정원들에게 이를 강요할 수 없어서 비자심사 기간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비자 업무 관계자는 "영사와 행정원의 헌신에 의존하기에는 한계상황이 왔다"며 "지금도 저녁 8∼9시까지 일하고, 너무 많이 밀리면 주말에도 나오지만 더는 무리"라고 말했다.
하루 8시간 동안 영사 두 명이 1천건을 절반씩 심사한다고 보면, 시간당 62.5건으로 1분에 1건씩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자심사를 할 때 서류가 잘 갖춰졌는지부터 범죄경력, 어디에 살고 얼마를 버는지 등 불법체류 가능성 유무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며"미심쩍으면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인터뷰는 최소 30분 이상 소요돼 거의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서류 검토만 거쳐 보수적으로 비자를 발급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불법체류자를 국가별로 구분하면 태국이 1위고, 중국, 베트남, 몽골, 필리핀 순이다.
태국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와 함께 한국 방문 시 비자를 면제받는 나라이다.
비자 업무 관계자들은 태국이 'VIP 3국'보다 인구도 적고 1인당 소득도 높은 편인데도 사증 면제로 인해 불법체류자가 많다며, 사증 면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전문 비자 영사 증원을 바라지만, 국가 차원에서 정책과 예산이 따라줘야 한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업계는 "한국행 비자발급이 빨라지는 만큼 관광객이 늘어나는 걸 눈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런 게 아세안국가와 인적 교류를 늘리자는 신남방정책에 부합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임성남 주 아세안 대사는 "한류와 신남방정책의 효과 등으로 많은 동남아 관광객이 한국 방문을 희망하면서 비자 발급 업무량이 대폭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단기적으로 인력 파견과 궁극적으로는 비자 영사 증원 등 다양한 해결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교부 제1차관을 지낸 임 대사는 이번 주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을 방문해 비자 심사 상황 등을 직접 살펴봤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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