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개헌 구상 제동..'도미노 사임' 악몽 되살아나나

2019. 11. 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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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우다 문부과학상 실언에 대입 영어시험까지 보류
"또 그만두면 스리아웃 체인지"..정권 위기로 확산하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주일 사이에 각료 2명이 비리 의혹으로 사임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개헌 구상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아베 총리는 2006∼2007년 첫 집권기에 각료가 줄줄이 사임하면서 구심력을 상실해 총리직을 내준 경험이 있어 악몽이 재연될까 경계하는 분위기다.

초선 의원인 부인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법상(법무부 장관에 해당)이 지난달 31일 전격 사임하면서 아베 정권 내에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경제산업상이 유권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으로 사퇴한 지 6일 만에 각료가 또 낙마한 것이다.

야당이 일제히 비판에 나선 것은 물론이고 여당 내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1일 아사히(朝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전날 가와이가 사임하자 아베 총리는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에게 전화해 사과했으나 야마구치 대표는 '정신을 바짝 차리겠다고 말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는 반응을 보여 아베 총리가 답변에 애를 먹었다고 여당 관계자가 전했다.

지난달 29일 아베 총리는 야마구치 대표를 만나 스가와라가 사임한 것과 관련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진지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는데 불과 이틀 만에 불상사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스가와라 잇슈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주요 신문은 1일 사설에서 아베 정권의 기강 해이를 지적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012년 정권 복귀 이후 의혹이나 실언 등에 의한 각료의 사임은 10명째"라며 "총리의 반성이 어디까지 진심인지 의심스럽다고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이 신문은 가와이가 비서 폭행, 성희롱, 부하 직원 괴롭히기 등의 의혹이 주간지에 보도되는 등 각료로서 자질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었는데 아베 총리가 각료로 임명했고 스가와라도 의혹이 있음에도 기용하는 등 장기 집권에 따른 교만과 해이가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임명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아베 총리의 말은 이미 싫증이 나도록 들었다며 많은 국민이 물렸을 것"이라며 최근 실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각료의 사례를 함께 거론하고서 "각료의 질 열화(劣化, 성능·품질이 저하해 이전만 못 하게 되는 것)가 심각하다"고 논평했다.

아베 정권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산케이(産經)신문은 이번 개각에서 적합하지 않은 인물을 고른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정권의 위기임을 자각하라고 당부했다.

파문이 확산하면서 아베 정권을 추궁하는 정국이 형성되면 아베 총리의 정치적 숙원인 헌법 개정 논의가 지체되거나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부인이 선거 운동원을 사실상 매수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일본 법상(법무부 장관에 해당)이 2019년 10월 31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진은 가와이 법상이 개각으로 입각한 첫날인 2019년 9월 1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오른쪽)과 그의 부인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씨가 2019년 7월 22일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후 지역구인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인사하는 모습(왼쪽).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야당이 아베 총리의 각료 임명 책임을 따질 자리를 마련할 때까지 심의에 응하지 않을 태도를 보인다며 개헌 논의나 기업 활동에 관한 법률안 심의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각료의 잇단 낙마로 아베 총리가 정치적 고비를 맞고 있는 가운데 또다른 악재가 불거지기도 했다.

역시 아베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문부과학상은 내년에 시행할 예정이던 대학입시 영어 민간 시험이 계층 간 기회의 불평등을 야기할 가능성을 당연시하는 발언을 해 비판을 받고 있다.

그의 발언으로 인한 논란이 커지면서 영어 민간 시험 시행이 보류되는 등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자 아베 정권의 지지율 하락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번 사태가 정권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계감이 퍼지고 있다.

한 중견 의원은 "이번에는 투 아웃이다. 또 각료가 그만두면 스리아웃 체인지"라고 지적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일본 법무상, '부인 선거법위반 의혹'에 사의 (도쿄 교도/AP=연합뉴스) 부인이 선거 운동원을 사실상 매수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가와이 가쓰유키 일본 법무상이 3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직후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leekm@yna.co.kr

한 각료 경험자가 "사임이 이어지는 인상은 좋지 않다. 총리는 '임명 책임'이라고 말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는 등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두 번째 총리에 오른 아베는 첫 집권기 8개월 사이에 각료가 5명이 그만두거나 교체되면서 정국 주도권을 내줬고 결국 사임했다.

2012년 12월 재집권한 후에는 모두 10명이 중도 사임했는데 이 가운데 6명이 금품과 관련된 문제로 그만뒀다.

가와이는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때 당시 열세로 평가되던 아베 총리의 추천인으로 일찍부터 이름을 올렸고 선거에서 이겨 재집권한 아베 총리는 그를 총리 보좌관이나 자민당 총재 외교특보 등으로 중용했다.

그는 정계 입문 동기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도 가까운 사이다.

올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와 스가 관방장관이 가와이의 부인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후보를 지원해 당선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가와이와 스가와라는 모두 스가 관방장관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으며 이들이 사임하면서 스가의 영향력도 타격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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