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cm 범인 만나도 문제 없어"..'마동석 실사판' 경찰 24명 뭉쳤다
출동한 2명의 경찰이 달려들어도 인사불성이 된 거구의 남성을 제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결국 2명의 지원 경력이 더 오고 나서야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양 경장은 퇴근길 바로 가정용 철봉을 샀다. 그는 “2015년에 경찰에 합격한 뒤 술자리도 많고 야식도 매일 먹어서 몸무게가 95kg까지 쪘다”며 “내가 단련하지 않으면 시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턱걸이부터 시작했다”고 운동계기를 설명했다.
‘마동석 실사판’ 학대피해 아동 돕다
마치 영화 속에서 걸어 나온 듯한 ‘현실판 마동석’ 24명이 지난 9월 한마음으로 모였다. 24살 순경부터 52살 경위까지 굵은 팔뚝과 선명한 복근을 장착한 경찰들이 모인 이유는 2020년 달력을 만들기 위해서다. 달력을 판 수익금을 학대 피해를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전액 기부된다고 한다.
그렇게 박 경사의 마음에 끌려 많은 경찰이 힘을 보탰다. 올해 52살의 조문상 경위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지하철경찰대 외근 경찰관으로 일한 조 경위는 50대의 몸으로 젊은 직원들과 똑같이 근무하기 벅차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고 한다. 몸무게는 93kg까지 늘었고 야근과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고혈압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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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도 가능하다” 5주간 15kg 뺀 경찰도
그러던 중 박 경사가 연 미스터 폴리스 대회와 달력 이야기를 들었고 50대도 체력적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어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5주간 다이어트로 15kg을 넘게 뺀 조 경위는 10월 16일 경찰 인재개발원에서 열리는 경찰 무도대회 유도 경량급(73kg) 본선에 최고령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그는 “경찰관으로서 체력 관리는 필수”라며 “50대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9년 학교폭력예방 및 소년범 업무 분야 Best SPO(School Police Officer) 전국 1위인 최승호 경장은 “까불거리며 팔씨름 한판 하자고 하던 위기청소년도 있는데 한 번 이겨두면 얘기 듣는 태도가 달라진다”며 “이후 같이 운동도 하고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경장은 아들의 출생 100일을 맞이해 달력 제작에 힘을 보탰다.
달력은 총 2000개가 만들어졌고 가격은 1만원대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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