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 '꿀꺽' 삼키기만 하면..장기 조직검사 '뚝딱'

최소망 기자 2019. 11. 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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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약물 전달‧조직 채취하는 '캡슐내시경' 개발
노란색 캡슐은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1세대 캡슐. 흰색 캡슐은 KIMIRo에서 개발한 타투잉용 2세대 캡슐. 투명색 캡슐은 KIMIRo가 개발한 소화기관 조직 채취용인 생검용 3세대 캡슐이다. (KIMIRo제공)© 뉴스1

(광주=뉴스1) 최소망 기자 = 일반 내시경이나 수면 내시경을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알약 형태의 캡슐을 '꿀꺽' 삼키기만 해도 캡슐을 체내 원하는 위치로 이동시켜 직접 조직를 채취하고 환부에 약을 주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난 10월31일 기자가 찾아간 광주시 북구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KIMIRo)에서는 '다기능 능동캡슐내시경'(3세대 캡슐내시경)이 공개됐다.

실물로 공개된 '생검용' 3세대 캡슐내시경은 전 소화기관을 대상으로 조직 채취가 가능한 기능을 지닌다. 직경 11㎜, 길이 32㎜의 크기다. 일반적인 알약 모양의 투명 캡슐이었다. 캡슐 표면은 생체 무해한 플라스틱 소재로 이뤄졌다.

캡슐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조직채취를 위한 '소형 칼날', '회전 구동 장치', '조직 보관 챔버'로 구성된 것을 볼 수 있었다. 별도 배터리 장치는 존재하지 않았다.

연구실에서 만난 김창세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부장(전남대 기계공학부 교수)은 배터리가 없는 이유에 대해 "외부 자기장으로 동작해 별도 동력원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외부 전자기 구동시스템에서 발생된 회전 자기장이 조직채취 칼날에 연결된 자성체를 구동하고 이때 발생된 토크를 이용해 소화기관 내 조직채취가 가능한 원리"라고 설명했다.

3세대 캡슐내시경은 조직 채취 외에도 정밀 약물을 주입하고 체내 위치표식(타투잉)도 가능하다. 기존에 소화기관에 대한 약물 치료는 경구를 통해 삼키거나 정맥주사를 이용했는데 국소 병변부위에 절달되는 양이 적을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약물주입용 캡슐내시경은 외부 전자기장으로 캡슐 내 압력생성기구를 동작해 친환경·인체무해 화학분말가루를 섞어 발생하는 가스압력으로 약물챔버 내 약이 국소부위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약물대신 잉크를 넣으면 점막하층에 표식을 남길 수 있다. 이를 타투잉이라고 한다. 의사가 수술이나 시술시 병변을 쉽제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반 병원에서도 사용되는 캡슐내시경은 1세대다. 자체 운동기능 없이 소장에서만 수동적인 연동운동으로 영상 촬영이 가능한 캡슐이다. 이에 착안해 연구팀은 2015년 외부 전자장에 의해 원하는대로 움직일 수 있는 2세대 캡슐내시경을 개발해 기술을 국내기업 우영메디칼에 이전했다. 여기에 여러 진단·진료 방식을 접목해 3세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지난 10월31일 광주시 북구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에서는 '다기능 능동캡슐내시경'이 기자들에게 공개됐다.(KIMIRo)© 뉴스1

연구팀은 3세대 캡슐과 관련한 성과를 논문·특허 등을 통해 창출하고 있었다. 생검용 캡슐과 관련한 성과는 지난 7월29일 'IEEE ACCESS'에 게재됐다. 또 타투잉용과 약물전달용 캡슐 연구 성과는 각각 7월16일 'PLOS ONE'과 9월23일 'International Journal of Control, Automation and Systems'에 실렸다. 3세대 캡슐에 대한 시뮬레이션뿐만 아니라 동물실험을 통해 검증하고 평가하는 과정도 마친 상황이다. 연구팀은 최적의 캡슐 형태 등을 고안해 상용화될 것으로 평가했다.

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은 캡슐내시경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서 다양한 질환을 치료할 마이크로 의료로봇을 창출할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었다. 앞으로 4년간 정부·지자체로부터 229억원의 예산을 받아 연구를 진행한다. 특정 질환치료에만 사용하는 로봇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로봇의 전주기적 기본 모듈을 개발한 후 다양한 질환의 치료 가능성을 열어두고 로봇의 여러 모듈을 조합해 질환을 치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연구책임자 김창세 교수는 "가장 큰 기술적인 난관은 삼키는 알약크기 캡슐내시경 내부에 넣을 수 있는 치료용 구동 메커니즘의 개발에 있고 기능성 모듈 구동에 필요한 추가 전원의 확보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면서 "의료기기로서 안전성과 성능 확보도 중요한 문제"라고 꼽았다.

1세대 캡슐부터 3세대 캡슐까지 연구를 주도해 온 박종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장(전남대 기계공학부 교수)은 "지난 20년간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적으로 기술경쟁력을 갖췄고 이제 기술을 선도하는 수준"이라면서 "제품 상용화를 할 기업과 협력해 제품을 출시해야 하며 캡슐내시경을 포함해 우리가 개발 중인 마이크로의료로봇은 한국특화전략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은 지난 1월 법인으로 설립됐지만, 그 전부터 전북대 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소·센터로 시작해 2012년 혈관치료용 마이크로로봇 개발, 2017년 세계최초 줄기세포 마이크로로봇 개발 등의 성과를 냈다.

3세대 캡슐내시경과 1·2세대, 동전을 비교하고 있는 모습.(KIMIRo)© 뉴스1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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