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채근에.. 검찰개혁 속도전 잇단 무리수

김진주 2019. 11. 4.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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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를 낸 언론사의 검찰청 출입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칙'을 둘러싼 논란 이후 '조국 대전'의 유일한 성과물인 '검찰개혁' 방안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9월 9일 임명된 조 전 장관은 취임 한 달인 지난달 8일 검찰개혁 대국민보고를 하면서 △특수부 축소 △인권보호수사규칙 제정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제정 등 세 가지를 10월 중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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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검찰국장을 청와대로 부른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의 조속한 실행을 당부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오보를 낸 언론사의 검찰청 출입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칙’을 둘러싼 논란 이후 ‘조국 대전’의 유일한 성과물인 ‘검찰개혁’ 방안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개혁을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강조하려다 보니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한 번 수정된 법령 등은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로도 문재인 대통령이 김오수 법무차관을 불러 직접 ‘검찰개혁’을 언급함에 따라 법무부가 지나치게 속도전에 몰입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9월 9일 임명된 조 전 장관은 취임 한 달인 지난달 8일 검찰개혁 대국민보고를 하면서 △특수부 축소 △인권보호수사규칙 제정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제정 등 세 가지를 10월 중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 지난달 말까지 이 세가지 문제 관련된 조항 등에 대해서는 개정 등의 작업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잡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칙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오보 낸 언론사의 출입을 정지시킬 수 있는 권한을 검찰총장이나 검사장에 부여한 내용을 두고 “국가기관이 오보 여부를 결정하는 건 사실상 언론 통제”라는 지적이 쏟아지자 법무부는 일단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보도에 대해, 의무가 아니라 재량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씨는 여전하다. ‘인권 침해 보도’ 또한 여전히 모호한 표현이다. 심지어 조 전 장관이 출범시킨 법무부 산하 법무ㆍ검찰 개혁위원회조차 반대하는 분위기다. 개혁위 관계자는 “해당 규칙에 대해 개혁위가 의견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위원들도 있어서 정식으로 논의하고 권고해야 할지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부 축소도 그렇다. 전국 7개 검찰청에 있던 특수부를 서울, 대구, 광주 등 세 개 거점청에만 남기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은 대검 측에서 제안한 지 2주만에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지난달 12일 경기 과천 정부청사에서 김오수(왼쪽) 법무부 차관과 강남일 대검찰청 차장 등 법무 검찰 관계자들이 검찰개혁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법무부 제공

하지만 간판만 ‘특수부’에서 ‘형사부’로 바뀌었을 뿐 당장 하는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통상 형사부는 1차장검사 산하에 두지만, 인천ㆍ수원ㆍ부산지검의 신설 형사부는 강력부나 외사부 등을 주로 지휘하는 2차장검사 산하에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하던 수사를 다른 청으로 보내거나 바로 중단할 수 없는 현실적 사정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특수부에서 형사부로 바뀐 곳에다 불법금융사기사건 같은 민생사건을 대거 배당해 변화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면서도 “특수부를 없앤 뒤 수사 공백과 사건 배당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무작정 부서부터 없애는 식의 개혁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권보호수사규칙 제정도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쳤다. 구체적 수사관행에 대한 문제라서 검찰과 협의가 필수인데, 법무부는 입법예고 마지막 날에야 ‘실무진 면담’ 형식으로 검찰과 협의를 진행했다. 결국 △관할 고검장에 대한 사건 보고 △별건수사 등에 관련된 내용은 검찰의 항의로 내용을 축소, 조정했다. 그나마 두 차례에 걸친 입법예고 기간도 주말을 빼고 각각 4일, 3일에 불과했다. 수사 과정의 인권보호에 대한 규정인 만큼 국민의 목소리를 더 들어봐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입법예고 기간이 지나치게 짧았다는 말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정치 논리 때문에 검찰 개혁의 순수성이 흐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검찰개혁과 관련해 뭐라도 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서두른 것 아니겠냐”며 “법령은 한 번 수정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고, 그에 소요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신중해야 하는데 총선이 다가오니 이런 부분이 무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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