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법 문턱 넘기 힘든 '위헌심판 제청신청' 노림수는

이장호 기자 2019. 11. 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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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1% 미만, 시간끌기 전략"..유사사건 '합헌·각하'
대법 직접제청 31년간 12건뿐..제청시 위헌확률은 '75%'
직권남용 권리행사,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9월6일 오후 경기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빠져 나오고 있다.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서 무죄 선고를 받은 이 도지사는 이날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2019.09.06.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낸 가운데 대법원이 과연 이 지사의 신청을 받아들여 사건이 헌법재판소로도 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사는 지난 1일 대법원에 공직선거법 250조 1항(허위사실공표죄)과 형사소송법 383조(상고이유) 4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은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등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 등·재산·행위·소속단체 등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 등은 5년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지사 측은 이 규정 중 행위부분과 허위사실 공표부분은 용어 정의가 불분명해 행위자가 포괄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형사소송법 383조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있어서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 또는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는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이유로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양형부당을 이유로 대법원에서 다툴 수 있는 사건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한정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정치인의 생명이 사실상 끊기는데도, 대법원에서 이를 양형부당으로 다툴 수 없도록 예외사유를 두지 않은 것은 입법 부작위로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이 지사 측 주장이다.

대법원이 이 지사 측 주장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한다면 이 지사 측의 상고심 재판은 헌재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정지된다.

공직선거법상 2심 선고 결과가 나온 지 3개월 안에 대법원은 결론을 내야 하지만,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이뤄질 경우 대법 선고는 한동안 미뤄진다.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에서 헌재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헌재에 따르면1988년 헌재가 설립된 이후 대법원이 직접 헌재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한 경우는 12건에 불과하다. 대법원이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처음 제청한 것은 1988년 12월에 제청한 구 사회보호법 제5조 관련 사건이었다. 가장 최근에는 2013년 11월28일 결론이 난 군사법원법 제2조 1항 제1호 등 사건이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이 지사의 신청을 받아들일지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허위사실공표죄는 이미 헌재에서 비슷한 취지로 합헌결정이 나왔다"며 "제청될 확률은 1% 미만"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 관련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했다"며 청구된 사건에서 지금까지 전부 합헌 결정을 내렸다. 또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관련해서도 위헌소원이 청구된 건은 10여건이 있었지만 대부분 판결이 확정됐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은 다퉈볼만 하지만 상고이유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은 100% 기각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시간끌기 전략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형소법 규정이 아예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양형에 따라 직장 내에서 불이익을 받을지 여부가 달라지는 일반인들의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라며 "정치인만 따로 취급해서 3심 판단을 받을 수 있을지 말지를 정해야 할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헌재가 상고이유 관련 형소법 제383조 4호에 대해 본안 판단을 한 적은 단 한 번 있다.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7년을 선고받은 A씨가 대법원에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당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건이다.

그러나 헌재는 이 사건에서도 "해당 형사소송법 조항은 하급심 법원과 상고심 법원 간에 사법자원을 적절하게 분배하고 불필요한 상고제기를 방지하여 소송경제를 도모하기 위한 필요하고도 합리적인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라며 평등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만약 대법원이 이 지사의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사법부의 최고기관인 대법원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만큼 위헌 소지가 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 게양된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17.9.1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헌재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기준 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한 사건 982건 중 위헌, 헌법불합치, 한정위헌 결정이 난 경우는 382건(38.9%)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헌재에 위헌심판제청을 한 12건의 사건 중 위헌결정은 8건(일부 위헌 포함), 헌법불합치 결정은 1건이다. 12건 중 8건(75%)이 당사자의 신청 취지대로 결정이 난 것이다. 일선 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한 경우 받아들여질 확률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따라서 이 지사 입장에서는 대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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