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발생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이유는

박태해 2019. 11.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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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나이에 성관계 증가·다수의 성파트너 /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 위해 크게 높여 / 초기증상 없어.. 혈뇨 등 시작땐 이미 진행 / 세포검사 등 통해 조기진단·치료가 중요 / 성경험 여성 2∼3년 간격 정기검사 권장 / 만12세 여성청소년 무료 예방접종 시행
자궁경부암은 유방암과 함께 대표적인 여성암이다. 자궁 입구인 경부에 발생하는 여성 생식기 암이다. 체질이나 환경적 영향도 있겠지만, 성관계를 통해서 감염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주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성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안심할 수 없는 암이다. 예전에는 폐경을 앞뒀거나 폐경 이후인 40∼50대 여성들에서 많이 발견되었으나 최근에는 발생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젊은 여성들도 안심할 수 없는 셈이다. 건강과 젊음을 핑계로 방심하지 말고 예방접종과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최상의 예방법이다. 자궁경부암의 증상과 치료·예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젊은 여성도 방심할 수 없는 자궁경부암

지난 2014년 첫째 아이를 임신한 김모(33)씨는 임신 초기 자궁경부세포진검사에서 이형성증 2단계를 진단받았다. 임신 중이어서 바로 치료하기에는 위험이 있어 일단 경과를 관찰하자는 의사소견을 받았다. 다행히 둘째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도 괜찮았다. 하지만 올해 건강검진에서 자궁경부세포진 검사결과 암의 전 단계로 진행된 것으로 보여 수술을 결정했다. 최종 조직검사상 자궁경부 제자리암종으로 진단됐으나 경계가 깨끗하며 아직 나이가 젊고 임신 가능성을 고려해 원추 절제술만 시행했다. 수술은 순조롭게 이뤄졌고, 5개월 후 검사에서도 정상소견을 받아 깨끗하게 회복되었음을 확인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기경도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국내와 해외에서도 생활 수준 향상과 의학 발달로 지속해서 감소하는데, 김씨 사례처럼 우리나라의 경우 35세 이하에서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이른 나이에 성관계 증가, 다수의 성 파트너, 흡연 등이 젊은 환자 증가의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은 여러 가지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지만, 성 접촉에 의한 인유두종 바이러스의 감염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경부암 환자의 99.7%에서 고위험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이 발견됐다는 보고도 있다. 이 중 고위험군 바이러스가 있는 경우 자궁경부암의 발생 위험도가 10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는 20∼24세이다. 이후 점차 감소해 40∼50세에 다시 서서히 소실되고 20% 정도는 감염이 지속된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자궁경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복강경 수술을 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자궁 경부 세포검사 통해 진단, 조기 치료하면 완치 가능성 높아

자궁경부암은 초기 증상은 없으나 출혈, 분비물 증가 있으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기경도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성관계 후 출혈, 분비물 증가, 비정상적이고 불규칙한 질 출혈, 허리통증, 혈뇨 등 증상이 시작됐다면 병이 많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특히 질 출혈은 처음에는 피가 묻어 나오는 정도이지만 암이 진행되면서 출혈과 분비물이 증가하고 악취가 동반된다. 이 때문에 자궁경부암의 경우 정기적 산부인과 진찰과 국가 암검진 등의 조기검진 프로그램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이 의심되면 초음파 검사, 자궁경부세포검사, 인유두종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자궁경부세포검사는 간단하고 비교적 저렴하며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검사 방법으로 자궁경부암을 조기에 진단하여 자궁경부암 빈도를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성 경험이 있는 여성은 2∼3년 정도 간격으로 정기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검사는 자궁경부 세포검사와 함께 시행할 경우 검사의 정확도를 더 높일 수 있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의 감염에서 시작해서 세포 변화가 일어나는 이형증과 상피내암을 거쳐 침윤암(1∼4기)으로 진행된다. 병의 진행 단계 특징이 명확해서 조기 발견하여 치료를 하면 5년 생존율이 100%에 가까울 만큼 치료가 잘되는 편이다. 자궁경부암의 전암 단계인 상피이형증 및 상피내암(0기암)으로 판정된 경우에는 자궁경부 원추 절제술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자궁경부암이 많이 퍼지지 않은 1기와 2기 초인 경우 수술적 치료를 우선하여 시행한다. 조직검사 결과에 따라 임파선 전이가 있는 경우 항암 약물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함께 시행한다. 종양의 크기를 줄이고 미세 전이를 치유하고자 수술적 요법이나 방사선 요법 전에 유도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기도 한다.

◆산부인과 전문의 “암 중 유일하게 예방이 가능한 자궁경부암”

자궁경부암과 다른 암의 차이점은 유일하게 예방접종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미리 만들어 자궁경부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을지대병원 산부인과 하중규 교수는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최적의 나이는 15∼17세까지며 이 시기가 지났더라도 26세 이전에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받으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14세 이전에는 2회 접종만으로도 효과가 충분하다. 2016년부터 국가 필수예방접종에 포함이 되어 만12세 여성청소년에게 무료로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있어 제때 챙겨서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첫 성경험 나이를 늦추고, 성 상대자 수를 최소화하는 등 안전한 성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예방을 위한 수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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