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왜 난민을 더 우대하나".. 분노한 동독인들, 극우 지지자로

포르스트(독일)/손진석 특파원 2019. 11. 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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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 붕괴 30년]
극우 AfD, 동독지역서 지지율 1위
"메르켈은 거꾸로 가고있다" 목청

지난 2일 독일 포르스트의 수퍼마켓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노인은 "정부가 난민보다 동독 사람부터 신경 써줘야 하는데 (앙겔라) 메르켈은 거꾸로 하고 있다"며 목청을 키웠다.

동·서독 지역 갈등은 2015년 이후 독일에 200만명 안팎의 중동·아프리카 난민이 몰려오기 시작하면서 더 첨예해졌다. 독일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들에게 최소한의 생활 보장을 해주고 있는데, 동독인들은 이런 메르켈 내각에 불만을 표시한다. 이 반발 심리가 난민에 적대적인 극우정당 '독일을위한대안당(AfD)' 지지로 연결되고 있다.

2013년 창당한 AfD는 이듬해 2014년 총선에서 한 석도 얻지 못했지만 난민들이 몰려온 이후 치러진 2017년 총선에서는 원내 3당으로 약진했다. 전통적인 독일 양대 정당인 기민당(200석), 사민당(152석)에 이어 AfD는 91석을 갖고 있다. 동독 지역 지지도는 더 높다. 지난 7월 주간 빌트암존탁의 동독 지역 정당 선호도 조사에서 AfD(23%)가 기민당(22%)을 누르고 1위였다. 올해 브란덴부르크·튀링겐·작센 등 동독 지역 3개 주의 지방선거에서 AfD는 모두 2위에 올랐다.

AfD의 포르스트 지역당 간부인 다비드 코비알카(35)씨는 "통일 이후 소외감을 느낀 동독인들의 분노가 난민 유입을 계기로 끓어오르고 있다"며 "동독인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AfD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상국 베를린자유대 연구교수는 "개방사회였던 서독과 달리 동독인들은 폐쇄 사회에서 살았고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교육을 받은 탓에 난민에 대한 거부감이 서독인들보다 훨씬 크다"고 했다.

AfD는 여성보다는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뉴욕타임스는 "동독 남성들이 사회주의 체제 시절 '노동자 계급의 영웅'으로 떠받들리다가 통일 이후 갑자기 '자본주의 낙오자'로 몰락하면서 상실감을 맛봤다"며 "이들은 극우 정당에서 동독 시절 향수를 느낀다"고 했다.

AfD 인기는 전 연령대에 퍼져 있다. 지난달 튀링겐주 지방선거에서 AfD는 60세 이상에서만 좌파당에 밀려 2위를 기록했을 뿐, 18~29세, 30~44세, 45~59세 사이에서 모두 득표율 1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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