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신뢰도 OECD 꼴찌, 대법원 발칵 뒤집혔다는데..

조백건 기자 2019. 11. 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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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조사 초안 받아본 대법원
"검찰 포함한 사법시스템도 질문.. 법원만 콕 집어 물어본 것 아냐"
양승태 대법원장 때도 같은 논란
과거처럼 한국 빼고 발표할 전망

지난 9월 대법원에 공문 한 통이 도착했다. 공문 제목은 '한눈에 보는 정부 201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회원국 37개국을 대상으로 각국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해 순위를 매긴 조사 결과의 초안(草案)이었다. 한국이 꼴찌로 나와 있었다. OECD가 회원국마다 그 나라 국민 1000명에게 '법원을 신뢰하느냐'고 물었더니 '신뢰한다'는 응답이 한국에서 가장 낮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발칵 뒤집혔다. 법원 관계자들은 "(대법원) 윗선에서 '한국의 순위를 어떻게든 빼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했다. 대법원은 9월 중순 외교부를 통해 OECD 본부 측에 이의 제기를 했다. 이의 제기의 핵심은 설문 문항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OECD는 사법부 신뢰도 조사를 할 때 '한국의 사법 시스템(Judicial system)과 법원을 신뢰하느냐'고 물었는데, 이 '사법 시스템'에는 법원뿐만 아니라 검찰, 교정 당국도 포함되기 때문에 법원에만 한정된 신뢰도 조사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과 검찰 중 어느 곳의 신뢰도가 낮은 건인지 모호하다"고 했다. 대법원의 문제 제기로 인해 OECD는 조만간 발간할 예정인 최종 보고서의 사법부 신뢰도 순위에서 한국은 제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의 이의 제기는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 독일 등 다수의 유럽 국가는 한국과 달리 법무부 산하에 법원과 검찰이 있다. OECD는 이를 감안해 2012년부터 2~3년에 한 번씩 회원국의 사법부 신뢰도를 조사할 때 '법원'(courts)과 함께 검찰 등도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까지 한꺼번에 묻도록 질문 문항을 짰다.

이런 논란 때문에 2년 전에도 OECD의 사법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은 빠졌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7년에도 대법원에서 OECD 측에 비슷한 내용의 이의 제기를 해서 결국 최종 보고서에서 한국은 빠졌다"고 했다. 당시 한국 법원의 신뢰도 순위는 꼴찌는 아니었지만 하위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올해 조사 결과는 시사점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취임 이후부터 사법 개혁을 내세웠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조사한다며 전임 대법원장 시절 요직(要職)에 있었던 판사들을 상대로 대규모 '적폐 청산' 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100명 넘는 판사가 검찰 조사를 받았고, 판사 수십 명이 징계를 당했다. 명분은 '사법 신뢰 회복'이었다. 그러나 이런 2년간의 인적 청산이 법원의 신뢰 회복이 아니라 신뢰 추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사법 적폐 청산'을 주도한 세력이 진보 성향의 판사 서클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라는 것도 신뢰 하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두 연구회 소속 판사들은 '양승태 행정처' 판사들에 대한 총 3차례 자체 조사와 탄핵 촉구에 앞장섰다. 김 대법원장은 두 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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