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월호 학생 맥박 회복' 해경 통신망에 언급 없었다

정환봉 입력 2019. 11. 5. 05:06 수정 2019. 11. 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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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외면 당시 '교신·상황기록' 입수
이송 내내 '맥박 뛴다'는 보고 없어
상황실에선 10분만에 "시신" 단정
사참위, 은폐·조작 가능성도 조사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구조 수색 적정성 조사 내용 중간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세월호 참사 당일 응급처치로 해상 구조자의 맥박 등 바이털사인(활력징후)이 돌아왔지만, 이런 사실이 정작 해양경찰청 내부 통신망에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해당 내용이 실제 공유가 안 됐을 가능성은 물론 해경이 구조자에게 활력징후가 나타난 사실을 은폐하거나 내부 통신망 기록을 조작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조사 중이다. 당시 구조됐던 안산 단원고 학생 임아무개군이 구조 상황을 총괄 지휘하는 3009함에 인계됐을 때 이 배에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가 타고 있었다.

앞서 10월31일 사참위는 참사 당일 오후 5시24분 바다 위에서 발견된 임군을 응급처치한 결과 오후 5시59분 맥박이 돌아오고 산소포화도가 69%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당시 해경은 임군을 헬기 대신 배로 4시간41분이나 걸려 병원에 옮겼고, 임군은 이송 도중 숨졌다.

4일 <한겨레>가 입수한 참사 당일 해경의 티아르에스(TRS·주파수공용통신) 음성 교신 내용과 ‘상황정보 문자시스템’(코스넷) 문자메시지 기록을 보면, 당시 구조 상황을 종합하는 핵심적 구실을 한 두 기록 어디에서도 임군의 활력징후가 돌아왔다는 보고를 찾아볼 수 없었다. 두 기록을 종합하면, 해경이 임군을 처음 발견한 것은 2014년 4월16일 오후 5시24분이다. 당시 해경 1010함에 소속된 단정(작은 배)은 티아르에스에 “여기 1010(함) 넘버투 단정. 익수자 한명, 익수자 한명 올렸습니다”라고 보고한다. 이후 해경 본청 상황실은 “1010단정 익수자 한명 1명 생존 여부?”(5시26분·코스넷)라는 글을 올린다. 임군을 인계받은 3009함에서 답이 없자 이번엔 목포해경 상황실이 5시34분 코스넷에 “1010함 인계받은 시신 대한 사항 통보 바람”이라는 글을 올린다. 발견 10분 만인 이때 ‘시신’이라는 단어가 처음 언급된다.

이 같은 요구에 3009함은 “1010함으로 인계받은 익수자 이송 때부터 호흡·맥박이 없었다는 사항임. 성별은 남자”(5시37분·코스넷)라고 보고한다. 본청 상황실 역시 “3009함 인수한 시신은?”(5시46분·코스넷)이라며 구조자를 주검으로 단정하는 질문을 한다. 3009함은 “본함 의무실에 이송시켰습니다”(5시46분·코스넷)라고 보고한 뒤 “1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남학생. 구명조끼 착용. 현재 계속하여 심폐소생술 시행 중이나 반응이 없는 상태임”(5시48분·코스넷)이라고 밝힌다.

이 보고 4분 뒤인 오후 5시52분부터 3009함 해경 응급구조사 등은 목포한국병원 의료진과 원격의료 시스템 연결을 해 임군에 대한 추가 응급처치를 진행했다. 7분 뒤인 5시59분 임군의 맥박이 돌아오고 산소포화도가 69%로 높아졌다. 하지만 “심폐소생술 시행 중이나 반응이 없는 상태”라는 3009함의 5시48분 보고 이후 티아르에스에서도, 코스넷에서도 이런 내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이날 오후 5시52분 대화를 끝으로 임군이 다시 언급된 것은 1시간 뒤인 6시56분이다. 3009함은 “기존 사체(임군)는 여수 P-22에 인계 513함에 인계 중”이라고 보고한다. 임군이 3009함에 있는 동안 해경 헬기 2대가 착륙했다. 하지만 해경 헬기는 당시 김석균 해경청장과 김수현 서해지방청장의 몫이었다. 소방응급헬기는 임군을 구조하기 위해 3009함 위를 선회하다가 돌아갔다.

사참위는 구조자의 활력징후가 확인됐다면 다른 상황실에 지원 요청이 필수적인데, 이 중요한 사실이 내부 통신망에 공유되지 않은 점을 의심하고 있다. 당시 3009함에 김석균 청장 등이 타고 있어 해경 지휘부들이 외부에 이 내용을 전파되지 않게 했거나, 내부 공유망 기록 자체를 조작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참위 관계자는 “애초 임군의 신속한 이송을 위해 소방헬기를 부른 것은 3009함 지휘부가 있는 조타실에서 내려온 지시였는데 이런 내용이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고, 이후 임군은 배 위에서 사망자로 판정된다”며 “현재 그 경위가 무엇인지, 해경청장 등 지휘부가 연루되진 않았는지 살펴보고 있으며 조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환봉 권지담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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