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공관 갑질' 박찬주 긴급해명 3가지 팩트체크 해보니
2년 전 육군 대장 부부의 공관병 갑질 의혹으로 온 나라가 떠들석했었죠. 그 장본인인 박찬주 전 대장이 지난 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는 “당시 제기된 갑질 의혹이란 건 부모가 자식을 나무라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며 전면 반박을 폈습니다.
박 전 대장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재영입 대상 1호로 삼으려고 공을 들여온 인물이죠. 그러다 ‘갑질 논란’이 다시 불거지자 해명 기자회견을 연 것인데요, 과연 박 전 대장의 주장은 진실과 어느 정도 부합하는 것일까요. 하나 하나 짚어 봤습니다.
① 갑질 전혀 없었다?
박 전 대장은 이날 “지금까지 의혹으로 제기된 사안들, 냉장고를 절도하여 가져갔다느니, 전자팔찌를 채워 인신을 구속했다느니, 제 처를 여단장으로 대우하라 했다느니, 잘못한 병사를 지오피(GOP)로 유배 보냈다느니 하는 의혹들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뭐 하나 혐의가 나온 것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일까요?
일단 검찰이 지난 4월26일 박 전 대장의 갑질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제기된 박 전 대장 부부의 여러 행위가 전혀 없었다고 본 건 아닙니다.
검찰은 다만 “이런 지시가 가혹행위에 이른다고는 볼 수 없고, 사령관의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도 볼 수 없어 무혐의로 결론내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행법상 상관의 갑질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나 가혹행위 등의 죄목으로밖에 처벌할 수 없는데, 박 전 대장의 행위에 직권남용이나 가혹행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봤다는 겁니다.
가령 박 전 대장은 공관병들을 전방 GOP에 번갈아 보내거나, 공관병들에게 ‘전자팔찌’를 차게 해 수시로 호출했습니다. 여러 공관병 진술을 통해 이 모든 일들은 실제 일어난 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지오피 근무는 국방부 운영지원과가 사병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박 전 대장의 직권 범위를 벗어났으므로 직권남용이 될 수 없다고 검찰은 판단했습니다. 전자팔찌를 차게 한 것도 얼차려 같은 가혹행위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결론 내린 겁니다.
이 때문에 처음 이 사건을 폭로하고 고발했던 군인권센터 등은 “검찰이 갑질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알아서 법리를 축소 해석함으로써 면죄부를 내준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 불기소 처분에 대해 항고와 재항고를 청구해, 현재 대검에 이 사건이 계류돼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② 정당한 지시였다?
박 전 대장도 공관병들의 폭로 중 일부 행위는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부당한 지시를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감나무에서 감을 따게 했다는 둥, 골프공을 줍게 했다는 둥 사실인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감따는 것은 사령관의 업무가 아닙니다. 공관에 있는 감을 따야 한다면 공관병이 따야지 누가 따겠습니까.” “공관병을 (사적으로) 부려먹은 게 아니라 편제표에 나온 대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아들에게 공관에서 바베큐 파티를 열어주며 공관병을 사역에 동원했다는 폭로에 대해서도 “사회통념상 그 정도는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억지주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박이 나옵니다. 노동전문가 단체인 직장갑질119는 보도자료를 내어 “공관병의 업무가 아닌 감을 따게 하고, 골프공을 줍게 한 지시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행하는 부당한 대우’로 명백한 갑질, 괴롭힘”이라고 밝혔습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육군규정을 보면, ‘공관병에게 사적 지시, 어패류·나물 채취, 수석·과목 수집, 가축 사육이나 영농활동 등은 지시할 수 없다’고 돼 있습니다.
③부인 ‘갑질’은 기소됐다
박 전 대장과 달리 그의 부인에 대해선 검찰도 공관병에 대한 감금과 폭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상황입니다. 현재 대전지법 논산지원에서 1심 재판이 진행중입니다.
박 전 대장은 “두 가지 혐의 모두 제 아내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고, 공관병의 진술이 명확하지 않은 점과 공관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미스럽게 떠난 공관병의 진술이기 때문에 그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KBS가 입수해 보도한 검찰 공소장에 나온 부인의 행태는 매우 구체적입니다. 박 전 대장 부인은 ㄱ 공관병에게는 썩은 토마토는 너나 먹으라며 집어던지고,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물을 얼굴에 뿌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ㄴ 공관병에게는 아들에게 부침개를 챙겨주지 않았다며 부침개가 든 봉지를 얼굴에 던지기도 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발코니에 있던 화초가 냉해를 입었다며 공관병을 한 시간 동안 발코니에 감금한 사실도 올라 있습니다.
2년 전 폭로돼 국민적 공분을 불렀던 갑질 행위 상당수가 적어도 부인에 의해서는 이뤄진 것으로 검찰이 판단한 것입니다.
부인의 갑질이 박 전 대장의 위세를 업지 않고서 과연 가능했을까요. 박 전 대장은 “저는 공관병 갑질 사건을, 적폐청산의 미명 아래 군대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불순세력의 작품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와 그의 부인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 20대의 남의 집 귀한 자식들에게 규정을 벗어난 사역을 시키고 폭행, 감금 혐의를 받는 행위를 한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입니다. 다만 박 전 대장 본인은 처벌할 법리가 애매해 불기소한 사안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반성과 사과보다 억울함과 원한을 앞세운 전직 4성장군의 모습,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형남 군인권센터 기획정책팀장 전화 통화 등 더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글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그래픽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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