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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300조 쏟아부은 공공임대, 쳐다보는 눈 많아야" [공공임대주택-구멍뚫린 복지(6)]

이성희·고희진 기자 입력 2019. 11. 06. 21:15 수정 2019. 11. 0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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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어떻게 지키고 채워갈 것인가 -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앞으로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임대료 등을 가구여건에 맞춘 유형 통합과 관리·운영 체계의 지방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과거 철거민 운동을 하며 국내 공공임대주택의 시작을 함께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일하며 공공임대 등 주거정책 전반에 관여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영구임대라는 이름으로 1989년 처음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은 당시 합동재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밀려난 판자촌 철거민의 희생으로 얻어낸 결과물이었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57)는 젊은 시절 달동네 판자촌에서 철거민 운동을 하며 그 과정을 함께했다. 공공임대를 매년 10만가구 이상 공급한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과 사회정책비서관 등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청와대 사회수석과 정책실장으로 공공임대는 물론 집값 안정 등 주택정책 전반에 관여했다.

김 교수는 인터뷰 요청을 수차례 거절했다. 청와대를 떠난 지 4개월, “공직을 그만둔 자의 묵언 의무”라고 했다. 그런 그가 어렵게 입을 연 것은 공공임대 정책에 대한 책임감 때문으로 보인다. “국가 자원으로 보면 공공임대는 300조원이 들어간 사업이지만, 누가 들어가고 혜택을 보는지에 아무도 관심이 없다. 마치 ‘잊혀진 300조원’처럼 돼 있다”며 “쳐다보는 눈이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식 공공임대’ ‘한국적 특수성’ 등의 표현을 많이 썼다. 서구 선진국보다 뒤늦게 공공임대 공급을 시작한 한국으로서는 저렴한 토지 확보가 어려워 택지를 개발하거나 기존 저렴한 주택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입주자격과 주택규모, 임대료 등을 가구여건에 따라 일원화하는 ‘통합화’와 지방 중심의 관리·운영 체계를 갖춘 ‘지방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임대만이 아닌 민간임대까지 연결되는 넓은 의미의 주거안전망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인터뷰는 지난 4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 있는 김 교수의 연구실에서 2시간 넘게 진행됐다. 그가 청와대를 나와 처음 하는 인터뷰로, 공공임대 정책 방향성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 “말은 많았지만 15년간 공급 거의 없어”

한국에서 공공임대는 서구 복지국가들이 더 이상 짓지 않거나 민간에 매각할 때 시작했다. 땅을 구하지 못해 외곽에 대규모 영구임대를 짓고 가난한 이들을 몰아넣었다. 도심에는 다가구주택을 사들여 재임대하는 매입임대와 집 대신 전세보증금을 빌려주는 전세임대 등을 내놓았다. 이후 기업형 공공임대(뉴스테이)와 행복주택 등 자격제한을 낮추는 대신 임대료를 올린 공공임대도 등장했다.

- 최저소득계층을 위한 영구임대가 공공임대의 시작이었다.

“당초 영구임대 25만가구를 공급할 때 ‘25만’이라는 숫자는 영세민 가구수를 기준으로 한 것이었다. 영세민이 사는 판자촌을 해체하면서 대체 수단으로 공공임대를 공급했다. 판자촌은 흩어져 있고 커뮤니티도 있었는데 빈곤층만 우선해 ‘이식’한 것이다. ‘스티그마(부정적 낙인)’를 주면서 시작했다. 단지마다 사회복지관을 넣었지만 공공임대가 사회화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꺾은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거대한 사회복지 생활시설이 돼버렸다.”

- 양적 측면에서도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지난 30년 중 15년 동안 공공임대 공급은 거의 없었다. 말은 무성했지만 계속 진보했다고 보기 어렵다. 가장 아쉬운 때가 김영삼·이명박 정부 시절이다. ‘공공임대 공백기’나 마찬가지다. 김대중 정부 때도 거의 공급한 게 없다. 빈집과 수급 불균형 등 허점도 많고 부작용도 많다. 정책이 일관적이지 않고 간헐적으로 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런 부분을 세세히 다뤘다는 점에서 경향신문의 이번 창간 기획이 좋았다.”

- 공공임대 유형이 너무 많다.

“역대 정권마다 자신들만의 공공임대 브랜드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유형이 많다보니 지금은 전문가조차 잘 모르게 돼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브랜드를 만들지 말자고 했다. 대신 전체 재고를 놓고 효율을 높여보자는 생각이었다.”

- 유형 통합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간단하게 ‘국민임대’ 하나면 된다. 영구임대라고 낙인찍을 필요도 없다. 국민임대로 (평수가) 큰 것과 작은 것, 전세임대 정도로만 구분하는 거다. 아이들이 있는 가구는 놀이터 등이 있는 단지화한 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하고, 노인은 전세임대로 도심에 집을 얻고, 청년주택은 지하철 위에도 지을 수 있다.

‘국민임대’ 하나의 유형으로 충분

평수·전세임대 정도 구분하면 돼

입주자 선정·임대료 결정 권한 등

아래로 넘겨 탄력적으로 해야

유형은 합치고 결정 권한은 아래로 넘겨야 한다. 입주자 선정과 임대료 결정에 탄력성을 줘야 한다. 가이드라인을 정해 지역별 위원회가 결정하는 방식이다. 위원회에는 자치단체 혹은 주거복지단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참여해 ‘이 가정은 국민임대에 들어가지만 B등급으로 임대료를 책정합시다’ 식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 최근 매입임대와 전세임대 공급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어중간한 것을 왜 하느냐고도 하지만 ‘한국적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도심 직주근접성을 높인 주택이 필요한 상황에서 방법이 있나. 무엇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이것밖에 방식이 없었다. ‘허수’ 비판이 있는 것도 알지만 한국적 특수성 때문에 불가피했다.”

■ “분양전환, 공공임대 아니다”

공공임대 입주대상을 누구로 할 것이냐는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초창기 공공임대가 소득 4분위 이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했다면 행복주택 등은 청년과 신혼부부에 초점을 맞췄다.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주거지원이 활용되는 것이다. 몇㎡ 면적으로 얼마나 공급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폭넓은 계층의 주거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정부는 국민 지지를 쉽게 얻을 수 있다.

김 교수는 국민임대 입주자격을 영구임대보다 높은 소득계층(4분위)으로 정한 것에 “정치적으로 더 매력적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 이번 기획에서 공공임대 입주 의향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80%가 입주 의사가 있다고 했다.

“오죽하면 그랬겠나. 다만 전제가 있었던 것 같다. 공공임대라고 하면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시프트) 같은 것을 생각했을 것이다.”

- 시프트 같은 중산층을 겨냥한 공공임대가 필요한가.

“이 유형이 얼마나 잘못된 결정이었나. 공공 자원을 가지고 서울 한복판에 시장가격으로 넓은 평수를 공급했어야 했을까. 공공임대 입주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해도 집을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사람까지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 10분위 중 1~4분위에 주거 사다리를 마련해주자는 뜻이다. 중산층까지 확대는 아니다.”

“보수·진보 할 것 없이 공공임대 필요 인식 ‘정치적 어젠다’로 좋은 주제…서구 복지국가들처럼 퇴조하지 않을 것”

청년·신혼부부 ‘정체성’ 맞춘 공급

정부 의지 아닌 저출산 시대 요구

5평 청년주택, 논의 우선순위 아냐

고시원 등 사각지대 아직 수두룩

- 청년·신혼부부처럼 소득계층이 아닌 정체성에 맞춘 공공임대도 있는데.

“정부 의지가 아니고 저출산에 대한 사회적 요구 때문이다. 주거 문제가 저출산 해결을 위한 수단도 해법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녀 임금 격차 등 근본적으로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결혼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여줘야 하는 게 사회 역할이다. 그 부담의 첫 번째가 주거다.”

-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과 관련해 5평 논란이 일었다. 청년이면 좁은 방에 살아도 되느냐가 쟁점이었다.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논의라고 본다. 여전히 고시원이 수두룩한데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5평이라면 좋지 않나. 아직 사각지대가 널려 있는데 기준을 다 갖출 여유가 없다. 최저주거기준(1인 기준 14㎡) 상향도 그 다음 이야기라고 본다.”

- 행복주택이나 10년 임대 후 분양전환은 어떤가.

“공공임대를 자가소유의 징검다리로 쓰려는 욕구를 인정한 측면이 있다. 저도 하지 말자고 했지만 그렇게 하면 역대 정부에서 하던 게 줄어들게 된다. 특히 분양전환은 서구 기준에서도 임대주택이 아니다. 그래서 5년 임대는 안 하고, 10년 임대까지는 장기임대라고 해서 별도 항목으로 두고 관리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 저소득층은 어디로 가야 하나.

“현재 영구임대는 일반적인 마을이 아니다. 사람을 (섞어서) 넣어야 한다. 영구임대 단지 용적률이 150%밖에 안된다. 재건축하면 더 지을 수 있다. 그 곳에 청년·노인 등이 함께 살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지금은 소득이 어느 정도 넘으면 내보낼 생각을 하는데 오히려 그분들이 남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사회가 안정된다.”

- 공공임대를 공급한 지 30년이 됐는데, 반지하나 옥탑방·고시원 등에 사는 주거 빈곤가구가 200만이 넘는다.

“공급이 그렇게 쉽지 않다. 연간 공공임대 13만가구 중 분양 목적을 뺀 9만가구가 서민을 위한 임대로만 쓰인다. 연간 총 공급 주택 50만가구 중 5분의 1을 공공임대로 공급하고 있다. 재고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지만 지금도 전 세계에서 한국이 공공임대를 가장 많이 새로 공급하고 있다.”

- 재정 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인가.

“돈보다 중요한 게 땅의 문제다. 서울시는 시 공유지를 쓰거나 역세권 용적률을 높이는 등의 방법을 동원해 공급 조건을 만들려고 한다. 돈은 리츠(부동산 투자 신탁) 방식으로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되 차액을 보조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 택지개발 이익으로 공공임대를 공급하는 LH도 부채로 돈이 없다고 한다.

“공공임대를 150만가구라고 치면 1가구에 2억원,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자산이 300조원이다. LH 보유 공공임대는 100만가구인데 세계에서 가장 많다. 세계 최대 주거공기업이다.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 일각에서는 교수님이 과거 철거 반대 운동을 했을 때와 달라졌다고 한다.

“다르지 않다면 이상한 것 아닌가. 1980년대 철거민 운동할 때 판자촌에서 주민들 권리를 지키는 것과 전체 주택시장을 놓고 시장도 작동하면서 공공성도 확보하는 위치에 있는 것은 다르다.”

- 변절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그런 걸 변절이라고 하면 세상사가 변절 아닌 게 어디 있겠나.”

■ “공공임대 위해 주택시장 안정 필요”

김 교수는 ‘부동산 금융화’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부동산이 삼성전자 주식같이 취급되면서 경제성장이나 인구 및 소득 증가에 따른 수요가 늘어난 게 아니라 금융 수요가 늘어난 현상이다. 통상적인 수요·공급으로 현재 시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민간택지 지역 지정에는 “초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효과 논란이 있지만 정부 의지나 방법론 등을 볼 때 조기에 진정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 주택시장이 안정돼야 주거복지 정책도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공공임대나 주거복지 정책은 부동산 시장과 분리해 운용할 수 없다. 시장 전체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잘해도 공공임대가 섬으로 고립될 뿐이다. 선진국이 임대료 보조 정책을 많이 쓰는데 주택 가격 자체가 폭등하면서 임대료도 따라 올라간다. 재정은 한정돼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 임대료를 동결하는 것은 우리로 치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주택을 강제하는 것이다.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면 주거복지를 위한 토대 자체를 갉아먹기 때문에 어느 정부든 관리를 한다.”

압축적 주택 공급 ‘한국적 특수성’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 개입 필요

공공임대, 가장 확실한 주거안전망

민간임대도 정책 범위서 고민해야

- 주택 부문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압축성장하는 동안 주택 공급도 압축적으로 이뤄져 수요관리를 했어야 했다. 정부가 깊이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맨해튼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미국 정부는 개입하지 않지만, 한국은 국민이 용납을 안 한다. 모두 책임져야 하는 부담에 정부가 노력하는 것이다. 두 채 이상 주택을 구입할 때 대출을 전면 금지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도 안 했던 일이다. 10여년 전 겪었던 가격 불안에 대비했음에도 유동성이 커졌다. 전 세계가 부동산 금융화로 이상현상을 겪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집값이) 덜 올랐다고 말하는 건 무의미하지만, 그나마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 관리한 결과로 본다. 이번이 거의 마지막 고비일 것으로 본다. 많은 경제학자들도 부동산 버블 내지 장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 공공임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확실한 주거안전망이다. 그러나 공공임대 재고를 200만가구로 늘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서민이 거주하는 민간임대 100만가구도 정책 범위에 넣고 고민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임대주택 등록제 등에 집착한 이유다. 임대 600만가구 중 공공임대를 150만가구로 치고 임대주택 등록으로 민간임대 150만가구도 공적관리를 한다면 서민 주거시장 관리를 대폭 강화할 수 있다.”

- 서구 복지국가에서 공공임대가 퇴조했다. 한국도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재정위기, 자가 소유 확대, 부동산 가격 상승이 전 세계적으로 공공임대를 망친 원인이다. 한국은 다르다.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공공임대가 주거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서구 복지국가들이 지향했던 보편적 주거안전망으로서의 공공임대는 현재 우리가 더 근접하게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만큼 정치적 어젠다가 되기 좋은 주제다.”

이성희·고희진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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