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때 찌든 작업복 500원에 세탁 '일할 맛 나요'

글·사진 김정훈 기자 2019. 11. 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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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김해에서 전국 첫선 ‘작업복 세탁소’ 가보니

지난 4일 경남 김해시 주촌면 한국산업단지공단 김해지사 건물에 있는 노동자작업복 공동세탁소에서 직원들이 세탁물을 다림질하거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기름때 많고 유해물질 묻어

세탁소에서 꺼려 집 빨래

“이젠 수고로움 없어 좋아”

수거서 배송까지 원스톱

부담 적고 이용 편리해 눈길

경남 김해에 노동자들의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수거해 세탁해주는 공동세탁소가 문을 열었다. 세탁비는 1벌에 단돈 500원. 노동자들은 더 이상 유해물질이 묻은 작업복을 집으로 가져가지 않아도 되고, 지역 저소득층을 위한 일자리도 생겨났다. 공동세탁소 직원들은 “일단 한번 맡겨보라”며 홍보에 나섰다.

중·소업체 노동자 작업복 공동세탁소는 김해 주촌면 골든루트산업단지 내 한국산업단지공단 김해지사에 자리를 잡았다. 1주일간의 시범운영을 마치고 지난 1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을 위해 지자체에서 세탁소를 설치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지난 4일 찾은 공동세탁소 ‘가야클리닝’에서는 직원들이 거래처에서 수거해온 작업복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공동세탁소에는 50㎏ 세탁기 3대와 55㎏ 건조기 2대가 있다. 이곳에서는 세탁부터 수거, 배달까지 한 번에 이뤄진다. 이용료는 1벌 500원, 정산방법은 정기이용·1회이용·당일결제·월말정산 등 다양하다.

당초 수요조사에서는 하루 200~300벌, 주 5일에 1000벌 이상의 세탁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까지는 목표치의 10~25% 수준이라고 한다.

7500여개 중소기업이 있는 김해는 자동차와 조선 하청업체가 주를 이루고 있다. 대기업은 복지차원에서 오염된 작업복을 세탁할 수 있는 자체 세탁시설을 갖추고 있거나 외부업체를 통해 세탁한다. 그러나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은 작업복을 세탁할 곳이 마땅히 없고, 기름때와 중금속 등에 의한 오염이 심해 일반 세탁소에서 받아주지 않아 세탁을 하기 어려웠다. 이에 노동계와 경영계, 지자체가 협력해 공동세탁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공동세탁소도 골든루트산업단지를 비롯해 덕암·내삼·테크노밸리 등 대규모 산업단지 4곳이 밀집된 곳에 설치했다. 300명 미만 제조업체, 386곳, 1만여명의 노동자들의 작업복을 우선 세탁한다. 베어링생산업체 노동자 김모씨(33)는 “기름 묻은 작업복을 일반 세탁소에 가져가면 잘 안 받아준다”며 “항상 더러워진 작업복을 집으로 들고 가서 개별 세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수고로움이 없어져 좋다”고 말했다. 기계가공업체 노동자 김모씨(42)는 “작업복에 개인 이름을 표기한 후 통에 담아두기만 하면 수거부터 세탁, 배송까지 해결되니 경제적으로도 부담 없고 이용하기에도 편리하다”고 말했다.

김해지역자활센터가 위탁받아 운영하는 공동세탁소에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 지역 저소득층 주민 10명이 일하고 있다. 공동세탁소 노동자 김모씨(52)는 “급여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직장을 가졌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세탁비 부담도 없으니 입소문을 내달라”고 말했다. 공동세탁소는 연말까지 작업복을 처음 맡기는 노동자에게는 무료 세탁 기회를 제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해지역자활센터 관계자는 “공동세탁소 이용자들이 늘면 저소득층 일자리도 늘게 된다”며 “경남도와 김해시, 상공회의소가 설명회 등을 통해 공동세탁소 홍보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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