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강 견제 속 꽃 피운 두산重 가스터빈.."외산 독식 韓시장 되찾는다"

남궁민관 입력 2019. 11. 7. 0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광열 가스터빈 개발·설계 담당 인터뷰
1991년 GE 협력부터 2019년 독자개발까지 '산증인'
韓 가스터빈 시장 효율 매달려 100% 수입 의존
두산重 에너지 안보 역할에 기대감 쏠리는 이유
"단순 노무 집중된 제조업 고도화에도 역할할 것"
이광열 두산중공업 파워서비스BG 가스터빈 개발·설계 담당 상무.두산중공업 제공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우리나라 전력거래는 경제성을 기본으로 한다. 그간 복합화력발전은 효율 게임이 됐다. 기술개발은 뒷전으로 밀리고 효율이 좋다고 하는 최신 외산 가스터빈이 검증도 되지 않은 채 국내에 도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에너지를 남의 손에 다 맡길 수는 없지 않겠나.”

이광열 두산중공업 파워서비스BG 가스터빈 개발·설계 담당 상무는 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복합화력발전의 에너지 안보가 심각한 위기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다행인 것은 두산중공업이 최근 전세계 5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 독자개발에 성공했다. 그는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 확보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봤다. 복합화력발전이란 LNG(액화천연가스) 등 가스를 연료로 가스터빈을 돌려 1차 전력을 생산하고 이때 발생한 배기가스열로 스팀터빈을 돌려 2차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탈원전 및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따라 기저부하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저부하란 시간에 관계없이 늘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량을 말한다. 그간 안정성과 경제성을 이유로 원자력 및 화력발전이 이를 맡아왔다.

이 상무는 “에너지 안보에 대한 고려없이 외산 가스터빈을 계속 운영할 것인지, 국가적 차원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게 있는지 산업통상자원부에 계속 화두를 던져왔으며, 정부 역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국내 복합화력발전에 도입된 가스터빈은 149대로 전량 외산이다.

이와 함께 가스터빈은 우리나라 제조업 고도화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봤다. 이 상무는 “가스터빈은 우리나라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5만달러, 10만달러에 이르더라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제조 영역이다. 우리나라 기계 산업 포트폴리오가 가스터빈과 같은 기술 근간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기계산업은 물론 전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이 상무와의 일문일답.

-두산중공업 가스터빈 사업 역사와 맡아오신 업무는?

△두산중공업이 가스터빈 사업을 시작한 1991년 입사해 가스터빈 설계에 계속 몸 담아왔다. 두산중공업은 환경적 문제로 천연가스 에너지 믹스가 언젠가 미래 사업으로 도래할 것이란 판단 하에 1991년 GE(제네럴일렉트리)와 15년간 기술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가스터빈의 핵심부품인 로터나 연소기 등은 GE 미국 공장에서생산했고 두산중공업은 그외 부품을 만들었다. 2006년 GE에 핵심부품까지 맡겨달라 제안했지만, GE는 ‘목에 칼을 겨누는 협력은 하고 싶지 않다’고 단칼에 거절했다. 그해 미쓰비시(현 MHPS)와 손을 잡았다. 미쓰비시는 GE와 달리 핵심부품 맡기는 조건으로 기술제휴를 맺었다. 2013년 정부 국책과제를 통해 가스터빈 독자개발을 결정한 후 미쓰비시가 이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최신 모델의 기술을 줄테니 참여하지 말라고 회유했다. 이를 거절하자 2016년 기술제휴를 끊더라.

-꽤 오랜 기간 적극적으로 독자개발을 노렸던 것 같다.

△두산중공업은 파워플랜트 주기기를 생산하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으로서 원자력과 화력발전 설계 역량을 모두 갖추고 있었으며, 가스터빈 역시 역량 확보를 위한 전략을 오랜 기간 고민해왔다. 2005년 5㎿ 가스터빈 개발과 미쓰비시와의 기술제휴 모두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작은 것부터 설계를 해보자, 제작기술을 배워야 한다 등 전략이었다. 설계 역량을 키워가던 중 2012년 이탈리아 가스터빈 업체인 안살도가 매물로 나왔고, 이를 인수하면 독자개발 시간을 줄일 수 있겠다는 판단 아래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이탈리아 정부가 허락을 하지않았다.

-견제가 많았다.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등 세계 2차대전 때 제트엔진을 만들었던 국가들만이 가스터빈 기술을 갖고 있다. 가스터빈은 물론 발사체나 전투기를 만들 수 있는 방위산업 기술이기 때문에 이들 국가들 모두 국가차원에서 전략기술로 관리한다. 소위 ECL(수출통제기술, Export control technology)이라고 부르는데 수출은 물론 JV(합작사) 설립 등 협력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하려면 국가의 승인을 얻도록 돼 있다. GE나 미쓰비시 모두 우리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을 볼 때 두산중공업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불안감이 있었을 것이다.

-두산중공업, 정부 투자가 1조원을 넘는다. 활용처는?

△일회성 투자에 그치지 않고 창원공장의 가스터빈 핵심역량을 빌드업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대전환이 필요하며 그러려면 엄청난 투자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경영진에 보고했다. 박지원 회장 역시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발하자며 965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정부 역시 600억원을 보탰다. 현재까지 개발 완료 단계인 H급 국책과제 가스터빈 모델 개발 및 후속 성능 개선 모델 개발에 투자되고 있다. 또 협력업체 육성 및 대학·연구기관과의 가스터빈 요소 기술 개발에도 쓰였다.

-투자에서 이미 선순환 구축을 고려한 것인가?

△두산중공업은 22개 대학과 정부 출연연구소와 함께 개발을 시작했고 인력 육성에 대한 계획이 함께 추진됐다. 선순환 구조는 이미 구축됐다. 예전에는 자동차 엔진 연소를 담당하던 이를 데려와 가스터빈 연소를 교육하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함께 과제를 진행하던 대학 석·박사들 70여명이 두산중공업에 합류했고 즉시 전력화됐다. 현재도 국내 대학들에 지속적으로 연구과제를 주면서 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특허 관련 노력과 이후 분쟁 가능성에 대한 대응은?

△특허출원은 450건 정도 진행 중에 있으며, 추가적으로 준비 중인 게 다수 있다. 선제적으로 내는 아이디어 특허도 있지만, 경쟁사들이 등록한 특허를 피해 대안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특허도 있다. 완전한 차별화 전략이다. 내부에 이를 지원하는 IP특허팀이 따로 있으며, 국내외 전문가들이 함께 특허 위배와 관련된 다양한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앞서 GE나 미쓰비시 가스터빈 제작에 참여했었던 만큼, 아예 그 회사들의 기술이 섞이지 않도록 ‘클린룸’을 만들어 백지상태에서 개발을 시작했다.

-현재 국내 가스터빈 시장은 100%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거래는 경제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만큼, 그간 환경이나 에너지 안보와 같은 개념을 도입해 전력거래를 하거나 전력수급계획에 반영하지 못했다. 현재 복합화력발전은 원자력과 화력발전을 돌리고 난 후 부족한 전력을 공급하는 순서로 인해, 변동비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해왔다. 효율 게임이 됐다.

결국 기술개발은 뒷전으로 밀리고 효율 좋은 최신 외산 가스터빈이 검증도 되지 않은 채 국내에 도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발전사들이 순위만 보고 구매한 가스터빈에서 실제 효율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최근 일본 수출규제 등 에너지 안보가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향후 복합화력발전이 원자력이나 화력을 대체해 기저부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에너지 안보에 대한 고려없이 외산 가스터빈을 계속 운영할 것인지, 국가적 차원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게 있는지 산업통상자원부에 화두를 던졌다. 정부 역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가스터빈 독자개발에 대한 다른 의미가 또 있을까?

△가스터빈은 우리나라가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5만달러, 10만달러에 이르더라도 계속해서 할 수 있는 제조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가스터빈 산업이 활발한 독일이나 미국을 가보면 아직도 제조업에 활기와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기계산업의 포트폴리오는 가스터빈과 같이 기술 근간으로 바뀌어야하는데, 아직도 단순 노무와 인가공, 제강, 조립에만 의존하고 있다. 가스터빈은 기계산업은 물론 우리나라 전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본다. 발사체나 항공은 물론 LNG운반선을 중심으로 한 조선 관련 업체들과 협력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광열 상무는

△1966년생(만 53세) △영남대 정밀기계과 △1991년 두산중공업 입사 △1991년 12월~2007년 2월 설계, 전략, Proposal 근무 △2007년 2월~2012년 5월 가스터빈 설계팀 팀장 △2012년 5월~2014년 7월 터빈/발전기 설계 담당 △2014년 7월~2017년 11월 ATS R&D센터장 △2017년 11월~현재 GT개발/설계 담당

남궁민관 (kunggija@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